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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가족을 죽이는 사람들

2018년 03월 23일(금) 제548호
변진경 기자 alm242@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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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은 힘든 노동이다. 타인을 먹이고 씻기고 입히고 재우는 일은 그 대상이 사랑하는 가족일지라도 결코 만만치 않다. 크게 두 가지 경우에서 가정 내 돌봄 노동은 최고치에 달한다. 아기를 돌보는 ‘육아’, 그리고 주로 아픈 노인과 장애인을 돌보는 ‘간병’이다. 육아가 그랬듯 간병도 가족과 개인이 떠안아 감당해왔다. 늙은 어머니, 치매에 걸린 남편, 장애를 입은 자식을 돌보는 간병 가족에게는 사회적 관심과 지원도 크지 않다. ‘독박’이라는 단어는 육아보다 어쩌면 간병에 더 어울릴지 모른다.

<간병 살인>
마이니치 신문 간병 살인 취재반 지음
남궁가윤 옮김
시그마북스 펴냄
<간병 살인>은 ‘독박 간병’이라는 상황을 끔찍한 결말로 끝낸 가족들 이야기를 담았다. 일본 <마이니치 신문> 소속 세 기자가 2010~2014년 가해자가 피해자의 간병인이었던 사건을 취재했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나온 팩트를 정리하고 출소한 가해자를 찾아 직접 고백을 이끌어냈다. 동네에 소문난 효자·효녀, 극진한 남편·아내에서 하루아침에 살인자가 된 사람들은 범행 직전 벼랑 끝에 서 있었다. 10년에 이르는 긴 간병 기간, (마지막엔 칼에 찔리고 목이 졸렸지만) 욕창 하나 없이 잘 돌봐진 피해자 몸, 지독한 불면, ‘더 이상은 못 버티겠다’는 범행 직전 자포자기 심정, 이 모든 것이 똑같았다. 놀랍도록 닮은 사건을 보며 취재팀은 ‘사회가 미리 막아줄 수 있었다’고 아쉬워했다.

예전 한국의 ‘싱글 간병’ 사례와 간병 복지 시스템의 현주소를 취재한 기자로서 이 책은 다소 당황스러웠다. 비교적 잘 갖춰진 간병 가족 지원제도 아래에서도 끔찍한 사건이 벌어진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도 이럴진대 우리나라는 앞으로 어떨까?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 중인데 이를 뒷받침해주는 안전망에는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에 아니, 어쩌면 훨씬 더 심각해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읽는 내내 섬뜩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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