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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는 지금 ‘미투’ 혁명 중

2018년 03월 21일(수) 제548호
시사IN 편집국 webmast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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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세계는 ‘미투 운동’으로 뜨겁다. 정계, 문화예술계, 학계 등 분야를 막론하고 성폭력 피해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미투 운동이 우리 사회를 혁신시킬 계기가 될지 기대를 모은다.

캐나다


피해자의 입 막는 기득권 연대

밴쿠버·김상현 (자유기고가)


지난 1월 미국에서 열린 제75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드라마 시리즈 <시녀 이야기>로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을 받은 엘리자베스 모스는 수상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마거릿 애트우드, 이것은 당신을 위한 상입니다. 그리고 당신보다 앞서서, 그리고 당신의 뒤를 이어, 우리 사회의 불관용과 불평등을 고발하고 평등과 자유를 위해 용감하게 싸운 모든 여성들을 위한 상입니다. 우리는 더 이상 책 페이지의 여백으로 밀려 살지 않을 것이며, 이야기들의 간극에서 잊혀 살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는 우리가 책 페이지의 중심에 설 것이며, 우리가 직접 우리의 이야기를 쓸 것입니다.”


ⓒAP Photo
마거릿 애트우드


마거릿 애트우드는 <시녀 이야기>의 원작자이자, 해마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캐나다의 문호이다. 애트우드에 대한 모스의 헌사는, 정작 캐나다에서는 엇갈린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캐나다의 문학과 예술이 미국에서 큰 주목을 받고 영향력을 발휘하는 게 자랑스럽다는 사람도 많지만, 캐나다 미투 운동에 걸림돌로 떠오른 장본인이 아직도 페미니즘의 상징으로 추앙받고 있다며 고개를 젓는 사람도 적지 않다. 애트우드에 대한 엇갈린 평가는, 캐나다의 문화계에서 일어나기 시작한 미투 물결을 바라보는 일반의 다소 엇갈린 시각, 특히 다른 세대끼리 충돌하는 사회 인식과 겹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2016년 11월 마거릿 애트우드, 조지프 보이든, 마이클 온다체 등 캐나다의 내로라하는 중견 문인들이 서명한 공개서한이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UBC)에 전달되었다. 공개서한은 UBC 문예창작 프로그램 학과장 스티븐 갤러웨이의 해고 과정이 부당했다면서 ‘온당한 절차(Due process)’를 당사자에게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상승> <사라예보의 첼리스트> 같은 베스트셀러로 각광받던 갤러웨이 교수는 학생과 제자들을 성추행·성폭행한 혐의로 학교 측에 고발되었다. 학교는 내부 조사를 거쳐 그를 해고했다. 애트우드는 학교 측이 일방의 주장만 믿고 서둘러 종결하기에 급급했으며, 그 과정에서 갤러웨이의 권리가 무시당했다고 비판했다.

갤러웨이를 변호하는 중견 문인들의 공개서한은 즉각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여성 인권활동가, 교수, 소설가, 시인, 특히 갤러웨이의 옛 제자와 동료들은 ‘온당한 절차’가 가해자와 피해자 양쪽에 균형을 맞춘 듯 보이지만, 성추행이나 성폭행 사건의 경우 피해자에게 더 큰 고통을 안기는 ‘부당한 관행’의 가장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작가 플래너리 딘은 “특권의식에 눈먼 기성 문인들이, 갤러웨이로 상징되는 자신들의 기득권을 성폭행 피해자들의 목소리보다 앞세운다”라고 비판했다.

한편 토론토에서 가장 유명한 극단 중 하나로 꼽히는 ‘솔페퍼(Soulpepper)’는 창단 이후 20년간 예술감독을 지낸 앨버트 슐츠가 오랫동안 여러 배우를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여성 단원 네 명이 지난 13년간 성희롱과 성추행을 당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캐나다 예술위원회는 이를 계기로 솔페퍼에 대한 기금 지원을 취소했다.

클래식 음악계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3월 토론토 멘델스존 합창단과 엘로라 싱어스의 지휘자인 노엘 에디슨은 무기한 휴직 형식으로 하차했다. 여러 명의 남성 합창단원이 수년에 걸쳐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며 호소한 뒤였다. 합창단 측은 항의서를 받자마자 내부 조사에 착수했다. 에디슨은 1979년에 엘로라 페스티벌과 합창단을 창립했고, 2009년에는 예술에 기여한 공로로 온타리오 훈장을 받았다. 그는 올해 토론토 심포니와 공동 제작한 작품으로 그래미상 후보에 오르기도 한 유명인사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폐회식에서 연주를 뽐낸 인기 록밴드 헤들리 멤버들의 성폭행 혐의도 불거졌다. 지난 2월 밴드의 전직 드러머가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되었는가 하면, 리드보컬인 제이컵 호가드는 소셜 미디어로 만난 여성 팬을 강간한 혐의로 기소되었다. 이들은 부당한 성행위는 없었다면서도, 공연을 무기한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는 미투 운동은 연방정부의 예산 책정에도 영향을 미쳤다. 쥐스탱 트뤼도가 이끄는 자유당 정부는 남녀 간 임금 차이를 줄이고, 남성 우위 직종에 여성 인력 비율을 높이며, 남성에게 유급 육아휴직 5주를 보장하는 등 이른바 페미니즘 정책에 예산 수십억 달러를 집행하겠다고 발표했다. 트뤼도 총리도 미투 운동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냈다. 그는 지난 1월 열린 다보스 포럼에서 이렇게 말했다. “미투 운동은 성 권력 불균형에 대한 비판적 논의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기업과 정부기관의 성희롱은 뿌리 깊은 문제로, 더 이상 용납해서는 안 된다. 여성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지금, 그 말을 경청하고 믿고 바로잡는 것이야말로 세계 지도자들의 의무이다.”

캐나다 사회에서 성폭력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는 외침과, ‘온당한 절차’를 밟아 무고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애트우드를 비롯한 중견 문인들의 주장은 여전히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온당한 절차론은 시간이 지날수록 미투의 물결에 압도되는 분위기다. 미국이나 한국과 마찬가지로, 캐나다에서도 미투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프랑스


시민은 소극적 정부는 적극적

파리·이유경 통신원


지난 3월2일 프랑스 여배우들은 ‘이제 함께 행동하자(#MaintenantOnAgit)’라는 슬로건과 하얀 리본을 달고 세자르 영화제를 맞았다. 영화계 내 양성평등 단체를 위한 모금도 추진했다. 지난해부터 진행된 미투 운동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던 프랑스 영화계를 바꿔보자는 취지였다.

프랑스 미투 운동이 있었지만 그 파장은 크지 않았다. 프랑스판 미투 운동은 ‘당신의 가해자를 고발하라(#Balance TonPorc)’였다. 지난해 10월 각종 SNS에 #BalanceTonPorc라는 해시태그가 달렸고, 주요 도시에서 성폭력 반대 집회가 잇달아 열렸다. 파리 레퓌블리크 광장에만 200여 명이 모여 목소리를 높였다. 얼굴을 드러낸 폭로도 이어졌다. 여배우 레아 세이두, 엠마 드 콘이 할리우드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에게 성희롱을 당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피해자인 플로랑스 다렐은 지난해 10월14일 텔레비전 채널 프랑스5 인터뷰에서 “프랑스 영화감독들에게도 성희롱을 당한 적이 있다”라며 자크 도르프만을 지목했다.

ⓒAP Photo
프랑스에서도 ‘당신의 가해자를 고발하라(#BalanceTonPorc)’는 미투(#MeToo) 운동이 활발하다.

하지만 프랑스 주요 언론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배우이자 감독인 쥘리 가예는 <르몽드>와 한 인터뷰에서 “언론이 ‘프랑스의 와인스타인’을 찾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관심 부족이 영화계 피해자들을 움츠리게 만들고 공론화를 막고 있다며 “문제의 근본인 권력 관계에 언론 취재가 집중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 여배우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미투 운동의 불씨가 되었다. 지난 1월 <르몽드>에 카트린 드뇌브가 여성 99명과 함께 ‘유혹할 자유를 보장하라’라는 제목의 공동 기고문을 냈다. 그녀는 남성을 향한 증오를 일으키는 페미니즘을 경계한다는 주장을 폈다. 성평등 장관 마를렌 시아파를 비롯한 수많은 인사들이 이 기고문을 비판했다. 결국 사흘이 지나 그녀는 “고통받았을 피해자들께 죄송하다”라고 사과했다.

성희롱·성폭력 사례가 적어서 미투 운동이 미미한 것은 아니다. 성폭력 반대 페미니스트 단체(CFCV)는 지난해에만 8000건 넘게 도움을 요청받았다고 밝혔다. 2월28일 프랑스 여론조사기관 IFOP에 따르면 조사 대상 여성 32%가 직장 내 성희롱을 겪었다. 직장 내 여성폭력 반대 단체(AVFT)는 성희롱·성폭력 피해자 중 10%만이 가해자를 고소하고, 저항 의사를 표현했을 경우 피해자 95%가 해고당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럼에도 프랑스 미투 운동에 대한 회의적 시선은 여전한 듯하다. 3월1일 여론조사기관 비아보이스에 따르면 “미투 운동이 유용하다”라는 응답자가 49%로 예상보다 높지 않았다.

미투 운동에 소극적인 여론과 달리 프랑스 정부는 적극적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양성평등’을 주요 정책으로 꼽았다. 그는 지난해 11월25일 세계여성폭력 추방의 날 기념 연설에서 성평등 교육 강화, 성폭력이나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 강화, 성폭력 가해자 처벌 강화가 새해 주요 정책이라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학교 내 성평등 교육을 실시하고, 정신·트라우마 전문 병원 단체를 구성해 피해자들이 사회보험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며, 아동 성폭행의 공소시효를 20년에서 30년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3월5일 프랑스 정부는 합법적인 성관계 연령 하한선을 만 15세로 정했다. 다른 유럽 국가들과 달리 그동안 프랑스에는 합의하고 성관계를 할 수 있는 최저 연령이 법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았다. 법제화 계기는 지난해 11월과 올해 2월 내려진 판결 때문이다. 센에마른 지역과 퐁투아즈 지역 법원은 미성년자 강간 혐의로 기소된 성인 남성에 대해 각각 “강요가 아닌 합의 관계였다”라며 무죄판결을 내렸다. 두 사건 모두 피해 아동이 만 11세였다. 3월5일 마를렌 시아파 성평등 장관은 “길이나 공공장소에서 성희롱을 하면 최소 90유로(약 12만원)에서 최대 750유로(약 100만원)에 해당하는 벌금을 부과하겠다”라고 밝혔다. 3월21일 성희롱·성폭력 대책 안이 국무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AFP PHOTO
3월2일 프랑스 세자르 영화제에 참석한 영화배우 페넬로페 크루즈가 하얀색 리본을 달고 미투 운동에 대한 지지를 보여주었다.




영국


미투에 에워싸인 거물급 정치인들

런던·김세정 (런던 GRM Law 변호사)


벡스 베일리는 열다섯 살 때 노동당에 가입해 당 집행기구에서 3년간 청년 대표를 지낸 대표적 활동가였다. 베일리는 열아홉 살이던 2011년 노동당 행사에서 고위급 당원에게 성폭행당했다. 2013년 그녀는 용기를 내 당직자에게 이 사실을 이야기했다. 그 당직자는 베일리 본인과 당을 위해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지난해 10월31일 베일리는 BBC 라디오 방송에서 이 사실을 공개했다. 미국과 거의 동시에 영국에서도 불붙은 미투 운동에 힘입은 폭로였다.

영국 미투 운동은 빠르게 정치권으로 확산되었다. 지난해 10월15일 앨리사 밀라노가 트위터에 ‘#MeToo’를 올린 뒤 2주도 지나지 않아 의회에서 일하는 여성 직원들이 와츠앱(영국에서 많이 사용하는 메신저 앱) 그룹에 의원·각료 등 정치인들에 대한 폭로를 이어갔다. 어떤 의원은 엘리베이터에 단둘이 타지 말아야 할 사람으로 지목되기도 했고, 어떤 의원은 같이 택시를 타면 늘 더듬는다는 폭로도 있었다. 정치인 누구는 파티에서, 또 누구는 해외 출장에서 원하지 않는 신체 접촉을 했다.

ⓒPA Wire
영국 여성이 참정권을 쟁취한 지 100주년을 맞은 올해 2월, 런던 대학 로열핼러웨이 학생들이 검은 옷을 입고 시위하는 모습.

지난해 10월 말이 되자 구체적으로 이름을 거명하는 폭로가 터져 나왔다. 국제무역장관 마크 가니어는 2010년 젊은 여성 비서에게 돈을 주고 음란 기구를 사오도록 시켰다. 하나는 아내를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이고 다른 하나는 애인에게 줄 선물이었다. 또 사람들 앞에서 신체의 일부를 노골적으로 빗댄 호칭으로 비서를 부르기도 했다. 하원의원 스티븐 크랩은 2013년 19세 여성을 면접한 후 매우 부적절한 문자를 보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에 두 아이를 둔 가장이었으며, 한때 보수당의 차기 총리 후보로까지 거론되었다.

지난해 10~11월 한 달 사이 가해자로 지목된 정치인은 보수당·노동당 등을 망라하고 10여 명에 이른다. 의회 및 정치권에 성폭력이 이토록 만연했다는 것은 충격적일 수밖에 없는데, 의회를 비롯한 정치권 특유의 문화가 그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젊은 직원은 정치적 지향에 따라 정당을 선택하고, 그는 이념을 공유하는 정당이 자신과 관련된 일로 명예가 손상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또 ‘시끄러운’ 일을 일으킬 경우 자신의 경력에도 문제가 된다고 판단한다. 당과 소속 의원에 대한 충성은 매우 중요한 덕목으로 간주되었고 결국 구성원들을 얽어매는 도구가 되었다. 정치권에서 벌어진 성폭력의 상당수가 공개되지 않고 은폐된 이유다.

벡스 베일리의 폭로에 노동당은 불과 4년 전과 다르게 반응했다. 그녀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고 사건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 기구를 꾸리며, 경찰과 협조해 사건을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보수당의 경우 현재까지 정부 각료 두 명이 사임했고 관련 조사도 진행 중이다.

미투 운동의 최대 성과는 침묵하던 피해자가 ‘감히’ 나서서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한 명만 문제를 제기하면 묻힐 수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면 무시할 수 없다. 침묵하던 많은 여성들이 나서자 사회는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미투 운동이 시작된 지 불과 5개월이다. 한쪽에서는 이 운동이 진정한 여성주의적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하고 관심을 끌기 위한 수단이거나 문제의 경중 및 시간의 경과를 무시한 무분별한 폭로라는 등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그러나 남녀 간 임금 격차 같은 구조적 성차별이나 성평등 교육의 보완 같은 문제를 지적하는 논의 역시 활발히 벌어지고 있다. 진행 속도가 빠르고 광범위하게 확산되다 보니 이 운동이 궁극적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지켜볼 수밖에 없다. 미투 운동으로 인한 사회 변화는 진행 중이다.



독일


‘여성혐오적 오물’ 초청한 베를린 영화제

프랑크푸르트·김인건 통신원

‘독일판 와인스타인 사건’은 인터뷰가 발단이었다. 지난해 11월 75세 생일을 맞이한 유명 텔레비전 드라마 감독 디터 베델은 인터뷰에서 “나도 젊은 시절 극단에서 동성애자인 남성 감독과 배우들에게 성적인 억압을 당했지만 무너지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많은 독일 언론이 이를 인용 보도했다. 이 인터뷰를 접한 전직 배우 두 명은 베델 감독에게 당한 성폭력을 떠올리며 분노했다.

ⓒdpa
텔레비전 드라마 감독 디터 베델(위)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지난 1월4일 <차이트 매거진>에 그들의 목소리가 그대로 담겼다. <차이트 매거진>은 베델 감독의 성폭행 혐의를 심층 보도했다. 제니 템펠과 파트리샤 틸레만은 자신들이 겪은 고통스러운 과거를 증언했다. 두 사람의 증언에 따르면 베델 감독의 성폭행 수법은 비슷했다. 배역과 관련한 이야기를 하자며 호텔로 부른 뒤 성폭행을 시도했다. 1991년 파트리샤 틸레만은 베델을 물리치고 성폭행에서 겨우 벗어났다. 1996년 제니 템펠은 성폭행을 당했다. 그녀는 트라우마에 시달리다 성폭행을 당한 3년 뒤 배우 생활을 접었다. 최근까지도 심리치료를 받아야만 했다. 틸레만은 한동안 배우 생활을 했지만, 결국 염증을 느끼고 영화계를 떠났다. 둘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미투 운동’에 용기를 받아 폭로한다고 고백했다. 그들은 “배우가 아니기 때문에 공공의 시선이 부담스럽지만, 이번 기회에 영화계 구조가 바뀌기를 바라며 증언을 했다”라고 말했다.

<차이트 매거진>은 베델과 함께 작업했던 남자 동료들 증언도 보도했다. 남자 동료들은 베델 감독이 성관계를 거부한 여배우들을 얼마나 험하게 다루었는지 폭로했다. <차이트 매거진>이 반론을 싣기 위해 베델에게 연락했고, 베델은 변호사를 통해 “증언은 사실이 아니며 만약 보도할 경우 배상금을 물어야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보도 이후 전직 여배우도 “베델한테 성폭행당했다”라고 추가 증언을 했다.

<차이트 매거진> 보도 이후 다른 언론도 ‘독일판 와인스타인 사건’을 주요하게 다뤘다. 독일 언론은 남성 중심의 영화계 권력 구조를 집중 조명했다. 그뿐 아니라 언론은 남성 중심의 평론가 집단, 영화나 연극에 등장하는 여배우 비율, 여성과 섹스를 어떻게 다루는지 등 다양한 문제점을 조명했다.

지난 2월25일 막을 내린 베를린 영화제 때도 미투 운동과 관련한 논의가 활발했다. 영화제 개막 전부터 미투 운동에 동참한다는 의미로 레드카펫 대신 블랙카펫을 깔자는 청원이 빗발쳤다.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영화감독과 배우들은 초대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이런 가운데 한국 김기덕 감독이 베를린 영화제에 초대되어 현지에서도 논란이 일었다. 일간지 <타츠(TAZ)>는 ‘여성혐오적 오물’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김 감독을 영화제에 초대한 집행위원회를 비판했다. 신문은 김기덕 영화의 여성혐오적 특성뿐 아니라 “영화가 폭력적이라도 내 삶은 그렇지 않다”라는 김 감독의 답변 역시 상투적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스웨덴


“시계를 거꾸로 돌릴 수는 없어”

예테보리·고민정 통신원


양성평등이 비교적 잘 구현되고 있다는 스웨덴에서도 지난 한 해 미투 운동이 뜨거웠다. SNS상 통계 수치로도 그 열기를 실감할 수 있다. 미디어 리서치 전문회사 레트리에베르(Retriever)에 따르면 지난해 10월15일부터 12월13일까지 약 두 달 동안 트위터와 페이스북에는 미투 관련한 글이 15만7768건 게재되었다. 젊은이들이 많이 쓰는 인스타그램에 #MeToo 해시태그가 달린 포스팅은 두 달 동안 64만 건에 달했다.

스웨덴에서 미투 운동은 영화배우이자 언론인인 시시 발린의 폭로로 시작되었다. 그녀는 지난해 10월 휴가 때 미국 맨해튼의 한 식당에 있었다. 우연히 그녀는 텔레비전에서 할리우드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 성폭행 혐의를 폭로한 미국 미투 운동을 보았다. 끔찍한 기억이 되살아났다. 2011년 발린은 수년 전에 당한 성폭행을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경찰은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미국 미투 운동을 접한 그녀는 스웨덴의 진보 성향 유명 칼럼니스트 프레드리크 비르타넨의 이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10여 년 전 그가 자신에게 약을 먹여 성폭행했다고 폭로했다. 그녀의 글은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Bloomberg
스웨덴 뮤지션 이사 텐블라드가 미투 운동에 동참하며 공연하고 있다.

비르타넨에게 당한 또 다른 피해자들의 폭로가 이어졌다. 나아가 정치권, 언론계, 음악계, 영화계로 미투 운동이 확산되었다. 심지어 노벨상을 선정하는 스웨덴 한림원 위원도 가해자로 지목되었다. 그녀의 폭로가 나온 지 몇 주 만에 스웨덴 여성 수만명이 자신이 당한 성폭력 피해 사례를 전국 언론에 제보했다. 제보로 그치지 않았다. 여성들은 거리로 나섰다. 시위뿐 아니라 서명운동도 뜨거웠다. 지목당한 가해자들은 직위 해제되거나 고발당했다.

연대 움직임도 뜨거웠다. 전설적인 팝그룹 아바의 비에른 울바에우스는 스웨덴 유력 일간지 <스벤스카 다그블라데트(Svenska Dagbladet)>에 미투 운동을 지지하는 글을 기고했다. 그는 “우리는 사회를 근본적으로 혁신시킬 혁명을 이루고 있다. 시계를 거꾸로 돌릴 순 없다. 나를 비롯한 남자들은 미투 운동을 계기로 어떻게 성차별 언행을 무의식적으로 했는지 반성할 수 있었다”라고 했다. 그의 기고문은 SNS에서 화제를 모았다.

스웨덴에서 미투 운동은 사회 전역으로 퍼지고 있다. 예를 들면 내가 일하는 국립 예테보리 대학교 예술대학인 발란드 아카데미에서도 최근 미투 운동 관련 논의를 했다. 한국처럼 스웨덴 예술대학도 교수와 학생들 간 일대일 지도가 이뤄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술자리 등 뒤풀이 문화도 많다. 서로 예술을 이해한다는 이유로 사제지간이 가까워지면서 성추행이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이다. 그래서 미크 빌슨 학장 주재로 학생들과 특별 세미나를 열었다. 학생들은 성폭력이 발생하면 상담이나 고발을 안전하게 할 수 있도록 상담 전문가를 배치해달라고 학장에게 요구했다. 교수들도 가급적 일대일 수업 방식을 지양하고 직위를 남용하지 않는 지도 방법에 대해 토론했다. 빌슨 학장은 “미투 운동이 안전한 학교를 만드는 데 촉매제 구실을 하고 있다. 대화와 소통을 통해 인권 보호를 위해 어떤 규범이 타당한지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3월6일 전국 65개 미투 운동 단체는 스웨덴 정부에 ‘정부 대책 기구에 미투 운동 전문가 선임’ ‘전국 학교와 직장에 신고 기능 강화’ ‘성폭력 예방교육 필수과목 지정’ ‘피해자 지원과 치료 지원 강화’ 등 7대 요구 사항을 전달했다. 비에른 울바에우스의 말처럼 스웨덴은 현재 미투 혁명 중이다.



중국


의 장막 뚫고 ‘성폭력에 반대한다’


베이징·정해인 통신원


중국판 미투 운동은 ‘#WoYeShi(워예스·我也是:나도 그래)’라는 해시태그가 달린 글과 함께 시작되었다. 지난 1월1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뤄첸첸 박사는 중국의 SNS 웨이보에 글을 올렸다. 12년 전 베이징 항공항천대학 박사과정 당시 지도교수인 천샤오우가 성폭행을 시도했다는 내용을 털어놓았다(<시사IN> 제543호 ‘대륙에 상륙한 #MeToo’ 기사 참조). 해외 언론은 중국 미투 운동이 곧바로 사그라질 것으로 보았다. 중국 정부가 온라인에서 미투 글을 검열·삭제하고 오프라인 집회도 불허해 동력을 잃으리라 예측한 것이다.

해외 언론의 예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예상대로 학교와 중국 정부가 신속하게 대응했다. 미투에 대한 온라인 검열도 빠르게 진행됐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반응은 여성단체에 변화의 희망을 엿보게 했다. 1월에 시작된 미투 운동은 정부를 덜 자극하는 방향으로 조용하지만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미투 운동을 벌이는 이들은 팻말 대신 편지를, 오프라인 집회보다 소셜 미디어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전국 74개 대학 재학생과 졸업생 8000여 명이 지난 1월 한 달 모교에 성폭력 근절 대책을 요구하는 편지 보내기 운동을 벌였다. 3월에 열리는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맞아, 교육부·인사부·최고인민법원·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등에도 편지를 보냈다. 편지를 받은 일부 위원은 양회에 해당 이슈를 제안하겠다고 화답했다.

ⓒSCMP 갈무리
중국에서도 성추행·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me too)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법률자문단도 꾸려졌다. 지난 2월1일 전국 각지 변호사 13명이 성폭력 문제 해결을 위해 뜻을 모았다. 변호사들은 일부 대학교에서 약속한 성폭력 근절 제도를 만드는 데 필요한 법률 조언을 할 계획이다. 성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무료 변론도 맡는다.

중국 정부의 검열을 뚫고 온라인에서도 공론의 장이 꾸준히 열리고 있다. 활동가들은 성폭력 근절을 3월8일 세계 여성의 날 슬로건으로 잡았다. SNS에 해시태그와 함께 ‘성폭력에 반대한다’는 글을 올렸다. 집회가 아닌 좌담회 형식으로 오프라인에서도 미투 운동이 이어졌다. 예를 들면,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베이징에서 좌담회가 잇달아 열렸다. 팟캐스트 진행자 장야쥔, 작가 단바오, 작가 레노라 추 등은 성차별과 대응 방안을 토론했다. 3월10일 프랑스 작가 레일라 슬리마니, 중국 현대소설 작가 장웨란 등은 현대 여성이 겪는 문제와 해결 방안을 주제로 좌담회를 열었다. 이처럼 정부를 자극하지 않는 방향으로 우회할 뿐 미투 운동은 사그라지지 않고 꾸준히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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