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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 부정’ 사학이 학생 기자를 대하는 법

2018년 03월 29일(목) 제549호
임지영 기자 tot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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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대가 학생 독립 언론 <세종알리>의 ‘주간 주명건’ 기획 기사에 대해 정정 보도와 3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조정 신청을 언론중재위원회에 냈다.

지난 1월 세종대 독립 언론 <세종알리>의 김하늘 편집장은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언론중재위원회(언론중재위) 전화였다. 언론중재위는 보도로 피해를 본 개인이나 단체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준사법기구다. 언론중재위 담당자는 “주명건 세종대 명예이사장과 세종대가 <세종알리>의 기사에 대해 정정 보도와 총 3000만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조정 신청을 냈다”라고 알렸다. 지난 학기 <세종알리>가 14주간 온라인으로 연속 보도했던 ‘주간 주명건’ 기획 기사 14건 가운데 7건과 지면으로도 나간 ‘괜찮아 울어도 돼, 사실 생협은 없거든’ 기사 1건에 관한 조정 신청이었다. <세종알리>는 사학 재단의 영향력 아래에서 제대로 된 대학 언론의 역할을 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전직 학보사 기자 등이 2016년 창간한 세종대 독립 언론이다.

ⓒ시사IN 윤무영
2004년 교육부는 세종대에 특별 종합감사를 실시해 학교법인과 학교가 자금 113억원을 부당하게 사용한 사실을 밝혀냈지만 검찰에 고발하지 않았다.
<세종알리>가 보도한 ‘주간 주명건’은 사학 분규와 회계 부정으로 얼룩진 세종대의 과거와 현재를 다룬 연재 기사다. 13년 전 세종대 사학 비리가 어떻게 세상에 드러났고 재단에서 물러났던 주명건 이사장 등이 어떻게 다시 학교로 돌아오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추적했다(<시사IN> 제546호 ‘대학인의 현장 집요하게 파고들다’ 기사 참조). 또 다른 기사 ‘괜찮아 울어도 돼, 사실 생협은 없거든’은 잘나가던 세종대학교 생활협동조합이 주명건 명예이사장의 복귀 후 어떤 부침을 겪었는지 정리한 내용이었다. ‘주간 주명건’ 기획은 제9회 <시사IN> 대학기자상 취재보도 분야 수상작이기도 하다. 세종대 김대종 홍보실장은 뒤늦게 수상 사실을 안 뒤 “<시사IN>이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고 상을 준 데에 문제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주 명예이사장과 세종대 측은 <세종알리> 기사에 쓰인 ‘주명건 이사장 113억원 횡령’ ‘주명건 이사장 113억원 비리’ 등의 표현을 문제 삼았다. 언론중재위에 제출한 조정 신청서를 보면 ‘피신청인(세종알리)은 신청인이 113억원을 횡령하였다고 주장하며 2017년 9월부터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횡령을 저지른 이사장으로 매도하며 기사를 작성하였으나 이는 명백한 오보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라고 주장한다. 세종대는 2007년 3월 대법원에서 난 선고를 근거로 든다. 대법원은 주 명예이사장이 세종호텔 회장으로 있을 때 12억여 원 등 공사비와 직원 급여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 대해 ‘증거불충분’으로 판단했다. 세종대는 이 판결을 근거로 <세종알리>가 사용한 ‘횡령’과 ‘비리’라는 표현이 오보라고 주장한다.

ⓒ시사IN 윤무영
<세종알리> 김하늘 편집장은 최근 학교 측이 언론중재위에 기사 정정과 3000만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조정 신청을 냈다는 사실을 통보받았다.
<세종알리> 기사에 자주 등장하는 ‘113억원’의 내용을 알기 위해서는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갈 필요가 있다. 당시 교육부는 사학 비리 의혹이 불거지던 세종대에 대해 특별 종합감사를 실시했다. 감사 결과 학교법인과 학교가 자금 113억원을 부당하게 사용한 사실이 밝혀졌다. 교육용 재산을 사전 검토 없이 매입해 대부분 미활용·방치했는가 하면(79억2500만원), 연구비와 장학금을 각종 경비로 전용했고(55억원), 재산을 처분하면서 허가 조건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거나(50억7300만원) 연구비로 교직원 수당 및 격려금을 부당 지급(8억1600만원)하기도 했다. 또 주명건 이사장에게 부당한 보수를 지급하고(6억9300만원) 자회사의 이익을 학교에 전혀 배당하지 않았다.

당시 교육부는 세종대 법인과 대학에 113억원을 회수하지 않을 경우 임원 취임 승인을 취소하기로 했다. 결국 주명건 이사장 등 임원 7명이 해임되었고(학교는 사임이라고 주장한다) 임시이사가 파견되었다.

하지만 당시 세종대 교수와 학생들은 교육부가 ‘솜방망이 감사’에 그쳤다고 비판했다. 2005년 교육부의 세종대 감사 결과 발표 이후 세종대 총학생회 측은 “명백한 불법이 확인되었는데 검찰에 고발조차 하지 않았다. 교육부가 면죄부를 주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정정 보도’ 수용했지만 ‘기사 삭제’를 요구


14년 전 교육부가 주명건 이사장 등을 검찰에 고발하지 않은 조치가 오늘날 세종대가 <세종알리> 기자들을 공격하는 무기가 되었다. 세종대가 언론중재위에 낸 자료를 보면 ‘주명건 전 이사장은 113억원을 횡령하지 않았다. 횡령을 했다면 2005년 교육부 감사에서 검찰에 고발했을 것이다. 교육부가 고발하지 않은 것만 봐도 113억원을 횡령하지 않은 것을 알 수가 있다’라거나 ‘113억원은 횡령이 아니고 회계 부적절이다’라고 적혀 있다.

<세종알리> 측은 전체적인 맥락을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학생 기자들은 “기사 작성의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임을 주목해야 한다. 기사를 읽어보면 누구라도 충분히 113억원 환수 조치된 회계 부정에 대해 작성한 것을 알 수 있다. 기사 안에 ‘교육부가 발표한’ 등의 단어를 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세종알리> 학생 기자들은 논의 끝에 ‘횡령’을 ‘회계 부정’으로 정정 보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세종대는 온라인에서 ‘기사 삭제’를 요구했다. 학교가 제시한 합의서에는 ‘주간 주명건’ 기사 14건 전체 삭제 및 ‘괜찮아 울어도 돼, 사실 생협은 없거든’ 기사 1건 삭제, 그리고 각종 포털 사이트에 퍼져 있는 기사 삭제가 포함되어 있었다. <시사IN> 대학기자상 심사위원이기도 했던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과)는 “용어에 대해 실수했다면 정정하는 게 언론의 신뢰를 살리는 길이지만 단어 하나 때문에 전체의 취지가 달라지는 문제가 아닌 이상 기사를 삭제하는 건 적절치 않아 보인다”라고 말했다.

언론중재위의 조정을 거치는 과정에서 <세종알리>는 학교 요구를 일부 받아들여 기사 한 개를 삭제하고 ‘횡령’을 ‘회계 부정’ 등으로 수정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횡령’ 표현과 관계된 나머지 기사들에 대해 추가 삭제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언론중재위 조정이 무산되면 대학과 학생 언론 간의 갈등은 법원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세종대 김대종 홍보실장은 “(기사가 연재되던) 지난 6개월간 계속해서 설득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언론중재위까지 간 것이다. 주 명예이사장이 2007년 (세종호텔 공사비와 직원 급여 12억여 원 횡령 혐의에 대해) 대법원 무죄판결을 받았는데, 기사에 횡령이란 단어가 반복적으로 표시되는 등 허위 기사를 써서 학교의 명예를 훼손했다. 정정 보도를 안 해도 좋으니까 삭제해달라고 했다. 지난 6개월의 명예훼손에 대한 책임으로 삭제하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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