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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문서 조작 폭로에 사면초가 아베

2018년 03월 27일(화) 제549호
홍상현 (<게이자이> 한국 특파원) webmast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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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진보 매체와 보수 매체 양쪽 여론조사에서 모리토모 학원 특혜 의혹과 관련해 아베 정권의 책임이 있다는 답변이 압도적으로 나왔다. ‘아베 이탈 현상’이 두드러졌다.

3월12일 밤, 도쿄 총리 관저 앞에 시민들이 몰려들었다. 탈핵 및 전쟁법안 반대 집회가 정기적으로 열리기는 했지만, 도로를 가득 메울 만큼 인파가 몰린 것은 오랜만이었다. ‘우회전’하는 아베 정권에 제동을 걸며 등장한 학생 조직 실즈(SEALDs: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학생 긴급 행동) 집회에서 익숙하게 들었던 드럼 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 곳곳에서 “아베 내각 전원 사퇴” “사가와(국세청장) 말고, 아소(재무장관, 부총리 겸임)가 퇴진하라” “책임져라” 따위 구호가 터져 나왔다.

학생뿐만 아니라 일본판 ‘넥타이 부대’도 가세했다. 회사원 등 시민들은 “이런 정치는 누가 봐도 옳지 않다. 아베 정권이 책임져야 한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분노는 일본 재무부가 사학재단 모리토모(森友) 학원의 국유지 헐값 매각 의혹을 둘러싼 문서 조작 의혹을 인정하면서 폭발했다.

이날 집회에서 마이크를 잡은 실즈의 전 회원 스와하라 다케시 씨(쓰쿠바 대학 석사과정)는 “아베 총리가 자신이든 부인이든 (스캔들에) 관련되었다면 퇴진하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민주주의의 근간에 관련되는 문제입니다. 절대로 용서할 수 없어요”라고 말했다. 시위 군중 속에서 야당 의원들 얼굴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지켜볼 뿐 시위를 주도하지 않았다. 3월4일 재무부와 국세청 앞 집회만 해도 “모리토모·가케(加計) 의혹 규명”이었던 구호는 3월6일 총리 관저 앞에서 “공문서 위조 철저 규탄”으로, 다시 3월8일 국회 앞에서 “총사직·총사퇴”로 바뀌었다.

ⓒ<신문 아카하타> 제공
3월14일 일본 총리 관저 앞에서 학생과 시민들이 아베 내각 총사퇴를 주장하며 항의 집회를 열고 있다.
그렇다면 아베 정권은 정말 위기에 봉착한 것일까? 3월15일 현재까지 답은 ‘그렇다’이다. 설령 재무부 최고책임자인 아소가 물러난다 해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오히려 아소 사퇴는 자민당 내 아베의 기반 붕괴를 앞당길 수도 있다. 아베 총리를 지탱하는 축이던 자민당 내 주요 파벌 시코카이(志公会)의 우두머리인 아소가 낙마하면, 9월에 있을 자민당 총재 선거의 필승 시나리오도 물거품이 된다. 일본식 의원내각제 전통을 보면, 정권 기반이 탄탄하면 모든 여당 의원이 결속력을 발휘한다. 하지만 그 근간인 정권의 지지율이 흔들리기 시작하면 ‘자기 정치’를 위해 순식간에 대오를 이탈한다. 세습 의원이 대부분인 자민당 내 파벌(자민당은 바로 이 파벌이 각자의 이익을 위해 뭉쳐 있는 연합체다)이 ‘살기 위해’ 집단행동에 나서면 아베 내각은 순식간에 붕괴될 가능성이 높다.

밑바닥 민심도 아베 총리에게 그리 희망적이지 않다. 아베노믹스의 사령탑이자 아베의 최측근인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이차원(異次元)의 완화(양적·질적 금융완화)로 엔화 환율을 급속히 떨어뜨렸다. 이 정책의 수혜자는 수출을 주력으로 하는 대기업뿐이었다. 정권 차원에서 부자 감세를 실시하고 주식시장에 공적 자금을 투입하니 주가가 뛰었지만, 연봉 200만 엔 미만의 저임금 노동자는 4년(2014~ 2017년) 내내 1100만명을 웃돌았다. 여기에 실제 노동시간과 관계없이 정해진 임금만을 지급하도록 하는 재량노동제 도입 시도가 민심에 불을 댕겼다. 노사가 대화해서 근무시간을 정할 수 있다는 아베 정권의 선전과 달리, 초과근무수당을 줄이기 위한 꼼수로 악용되어 과로사 사망률만 높일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아베 총리에 대한 민심 이반은 보수와 진보 언론사의 여론조사에서도 모두 확인된다. 3월13일 일본 최대 진보 매체 <신문 아카하타>가 하루 유동인구 2만5000명이 드나드는 도쿄의 대표적 재래시장 ‘해피로드 오야마(大山)’에서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도했다. 모리토모 학원 문제에 대한 정권의 책임을 묻는 질문에 ‘책임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가 86%에 달했다. 일본 최대 보수 매체 <요미우리 신문>이 3월12일 발표한 전국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고령층과 중도파의 ‘아베 이탈 현상’이 두드러졌다.

이 모든 문제와 관련해 아베 총리의 부인 아베 아키에의 행보도 재조명되고 있다. 모리토모 학원이 국유지를 감정가인 9억3400만 엔(약 93억원)보다 8억 엔이나 싼 1억3400만 엔(약 13억3000만원)에 사들이는 과정에서 아베 총리 부부가 직간접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실제로 그녀는 2015년 9월5일 모리토모 학원이 설립할 예정이던 초등학교 명예교장으로 추대되었다. 당시 이미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모리토모 학원이 운영하는 쓰카모토(塚本) 유치원이 원아들에게 교육칙어(教育勅語)를 암송시키는 것에 감동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1890년 메이지 일왕이 반포한 교육칙어는 당시 암흑정치를 뒷받침한 교육 원리, 일왕에게 목숨 바치는 충성을 강요하는 내용이었다. 그런 탓에 태평양전쟁 패전 이후 폐기되었다.

재무부의 ‘일본회의’ 관련 부분 삭제 드러나


3월12일 궁지에 몰린 재무부는 ‘조작’하기 전 내부 문서를 공개했다. 재무부는 ‘일본회의’ 관련 부분을 삭제해 의회에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회의는 개헌을 추진하는 극우 단체다. 내부 자료에 따르면 아베 총리의 친구 가고이케 야스노리 모리토모 학원 전 이사장이 일본회의 오사카 지부 대표운영위원이라는 사실이 적혀 있었다. 일본회의 의원 조직인 ‘일본회의 국회의원 간담회(일본회의의련)’의 부회장에 아베 총리, 특별고문에 아소가 취임했고 일본회의의련 소속 의원들이 잇따라 모리토모 학원 시찰 및 강연을 실시했던 사실 등이 열거되었다. 재무부 내부 문서에는 아울러 모리토모 학원이 ‘일본인으로서의 예절을 존중하고, 이에 근거한 애국심과 긍지를 길러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교육칙어의 낭송과 기미가요 제창에 힘쓰며, 연 1회 이세(伊勢)신궁 참배를 한다는 사실도 강조되었다. 이세신궁은 이른바 기원절(2월11일) 부활론자들이 근거로 내세우는 ‘일본 신화’ 여신, 아마테라스 오미카미(天照大神)를 섬기는 곳이다. 기원절은 군국주의 이데올로기를 강화하는 도구로 사용되다 역시 태평양전쟁 패전 이후 폐지되었다. 또 ‘특례’ ‘본 건의 특수성’ ‘학원 제안에 응해 감정평가를 행하고 가격을 제시하기로 했다’ 등 특혜를 인정하는 표현도 있었다. 재무부는 이런 내용이 공개되면 논란이 거세지리라 보고 모두 삭제했다.

아베 총리는 현재 ‘아내가 속았다’며 꼬리자르기를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2월17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한 아베 총리는 “아내로부터 모리토모 학원 선생님들의 교육에 대한 열의가 훌륭하다고 들었다. 나와 아내가 (국유지 거래에) 관계했다면, 틀림없이 총리도, 국회의원도 그만둘 것이다”라고 두 차례나 말했다. 스스로 무덤을 판 발언이었다.

일본의 야당 연대(일본공산당, 입헌민주당, 민진당, 희망의 당, 자유당, 사민당)는 총리 부인 아베 아키에의 소환을 포함한 진상 규명 작업을 통해 정부·여당에 책임을 물을 계획이다. 야당 연대 서기장·간사장 회담의 좌장 격인 고이케 아키라 참의원 의원(일본공산당)은 3월12일 모임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아베 정권의 책임은 중대하다. 내각 총사퇴로 몰고 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시민들이 조직한 항의 행동도 현재 도쿄 외에 홋카이도·지바·나고야·오사카·후쿠오카 등으로 확산 중이다. 3월13일 세무서를 비롯한 전국 520개 장소에서 중소 자영업자와 건설 노동자 등이 직접 계산한 납세액만을 확정 신고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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