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곡동 땅이 누구 땅이냐. 검찰은 이미 다 알고 있다. 왜 덮고 있나.” 2007년 8월17일 한나라당 경선 후보 연설회(사진)에서 박근혜 당시 후보가 한 말이다. “도곡동 땅, BBK 금융사기 사건 등은 인신 구속이 가능한 게이트.” 2007년 경선 국면에서 박근혜 캠프의 이혜훈 대변인이 낸 의견이다. 박근혜 캠프 종합상황실장인 최경환 당시 한나라당 의원도 다스 관련 의혹 보도를 두고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실정법 위반으로 수사에 들어가야 할 대상”이라고 했다. 10년여 뒤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다. 검찰이 도곡동 땅과 다스 관련 수사에 들어갔고, 이것들의 실소유주가 이 전 대통령이라는 결론을 내리면서 3월22일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인신 구속’되었다. ‘번개’를 벌이기엔 다소 늦은 시간에 아쉬워하며 시민들은 저마다 맥주를 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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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은 박근혜 전 대통령 쪽에서만 한 게 아니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쪽의 경선 당시 발언을 보자.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될 경우 최태민씨 일가에 의한 국정 농단의 개연성은 없겠는가. (중략) 최태민 일가와의 관계는 과거완료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 미래진행형이다(2007년 6월18일 이명박 캠프 장광근 대변인 논평).” 박 전 대통령은 최태민씨 딸 최순실씨의 국정 개입과 관련해 구속되어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고,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서울동부구치소로 향했다.

숫자에 밝은 사람들은 박 전 대통령의 수인번호 503과 이 전 대통령의 수인번호 716을 더하면 ‘1219’라며 놀라워했다. 12월19일은 이 전 대통령의 생일이자 결혼기념일, 대통령 당선일이다. 또한 박 전 대통령의 당선일이기도 하다. 다른 이들은 과거 두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가 함께 찍힌 1979년의 흑백사진을 공유했다. 이 전 대통령이 구속되던 날 자택 앞에는 ‘가훈이 정직-이명박 감방 가즈아’라는 현수막을 준비한 시민들이 왔다.

현장에 간 주진우 기자는 구속영장이 발부된 뒤 이 전 대통령이 페이스북에 올린 자필 편지 중 “그래도 나는 대한민국을 위해 기도할 것이다”라는 대목을 읽으며 “그가 기도해가지고 나라가 이 꼴이다. 해먹은 돈이 이렇게 많은데…”라고 말했다.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고 떠나는 이 전 대통령에게는 “국민한테 한마디 해야죠”라고 외쳤다.

기자명 전혜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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