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13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문무일 검찰총장은 ‘검찰 개혁 주요 쟁점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쟁점은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와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공식 발표였다. 검찰 개혁에 대한 검찰의 주장이 명확히 나타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전까지 법무부나 대검의 검찰개혁위원회를 통해 의견이 간간이 나왔을 뿐이다. 검찰 개혁에 대한 검찰총장의 입장이니 무게가 남달라 보인다.

내용은 실망스러웠다. 검찰은 당장 공수처 도입에 반대했다. 법무부가 밝힌 공수처 도입 방안에 대해 행정부 소속이어야 한다는 이론적 반대 이외에 부패 수사의 공백을 우려하면서 검찰에 ‘병존적 수사권’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참으로 기이하다. 형식적으로, 당정 협의를 거쳐 정부의 방침이 확정된 법안에 대해 정부기관의 하나인 검찰이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내용적으로, 검찰이 지금까지 부패 수사를 잘해왔다고 보고 있어 이 역시 현실 인식에서 일반 국민과 차이가 있다.
 

ⓒ연합뉴스3월13일 문무일 검찰총장이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한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그동안 검찰은 부패 사건을 잘 수사해왔는가? 그렇지 않다. 검찰은 산 권력에는 제대로 수사를 하지 못했고 죽은 권력만 수사했다. 죽은 권력도 기득권 세력이라면 거의 수사를 하지 못했다. 당장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때 검찰 수사가 그랬다. 검찰은 박근혜 게이트의 발단인 정윤회 스캔들이 발생했을 때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 오히려 애먼 사람을 처벌했다. 최근 이명박 전 대통령 사건도 검찰이 수사를 잘 해서 밝혀낸 것이 아니다. 이미 10년 전에 문제가 되었다. 당시 검찰은 실체를 밝히지 못했고 또 밝히려 하지도 않았다. 10년이 지난 지금에 밝힐 수 있는 것을 왜 그때 밝히지 못했을까? 20년 전에도 같은 사건이 있었다. 검찰은 1995년 7월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며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불기소 처분했다. 국민이 항의하고 특별법이 만들어져서야 겨우 전두환·노태우를 법정에 세울 수 있었다.

정경 유착, 권력형 비리 사건에 검찰은 유독 약했다. 정치 검찰이었기 때문이다. 정치권력을 옹호하고 정치권력과 함께 나라를 통치했기 때문이다. 체질화된 정치 검찰은 마침내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같은 정치 검사를 배출했다. 정치권력과 함께 사건을 왜곡했기에, 같은 유형의 비리 사건이 계속 발생했다.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칙은 검찰 앞에서는 작동하지 않았다. 이것이 검찰의 또 다른 얼굴, 부패 검찰의 원인이다. 부패 검사의 대명사인 진경준·홍만표 전 검사장이 등장할 동안 검찰은 내부 비리에 손을 놓고 있었다. 가까운 과거인 2010년 이후 드러난 검사 비리만 해도 스폰서 검사, 벤츠 검사, 성접대 검사 등 끊이지 않는다.
 

ⓒ시사IN 이명익2016년 8월23일 장남 특혜 근무 등의 문제로 사퇴 압력을 받고 있던 우병우 민정수석을 비판하는 1인 시위.

정치 검사·부패 검사 원흉은 바로 제도인데

그런데도 검찰총장은 공수처 수사 대상에 대해 기존 수사기관의 수사를 배제할 경우 고위 공직자 부패 수사의 공백이 우려된다고 한다. 이 말은 곧 지금까지 검찰이 부패 수사를 충분히 효과적으로 잘 해왔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나는 이 말의 증거를 찾지 못하겠다. 앞에서 그 이유는 충분히 설명했다. 검찰총장은 이 말의 ‘증거’를 대야 한다. 증거로 시민을 설득해야 한다. 촛불혁명을 이끈 시민에게 증거를 가지고 설득한다면 나도 수긍하겠다. 다만 최근 수사는 증거에서 제외한다. 최근 수사는 적폐 청산이라는 국민 공감대가 있고 수사에 정치적 제약이 없는 상태에서 벌어지고 있다. 10년 만에 찾아온 호조건이다. 우리가 원하는 검찰은, 좋지 않은 조건에서도 제자리를 지키는 검찰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도 기본 원칙은 검찰 보고서와 같이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대로 보호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야 한다. “수사는 경찰에게, 기소는 검사에게”라는 원칙이 적용될 때 수사의 책임성도 높아지고 수사에 대한 견제도 제대로 된다. 물론 최종적으로 수사와 기소의 합법성 심사는 법원 몫이다.

그런데 검찰은 수사 지휘권, 직접 수사, 영장 청구권 독점도 유지하겠다고 한다. 한마디로 현재 체제를 조금도 바꾸지 않겠다는 것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전면 반대라고 해석해도 손색이 없다. 검찰이 검찰 개혁에 적극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예상했다. 그래도 이것은 심하다. 아무것도 바꾸지 않겠다는 입장은 현재의 정치 검찰·부패 검찰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의미다. 검찰 보고서가 지적한 대로 “검찰의 권한이 비대하고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의 공정성을 지키지 못한 점”에 대한 반성이 반영되어 있지 않다. 검찰의 “깊은 자기반성(자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변화가 있다면 “검찰의 직접 수사를 전향적으로 축소”한다는 점이다. 이 말은 검찰이 알아서 자제하겠으니 제도 개혁은 하지 말자는 것이다. 검찰이 내부적으로 자제를 이야기하는 것은 좋다. 내부 자제가 없는 것보다야 있는 게 좋지 않은가. 하지만 내부 통제는 검찰 조직과 검사 전원이 윤리적일 때 가능하다. 그런데 이 조건은 절대로 충족되지 않는다. 개혁을 논할 때 윤리는 항상 마지막에 보충적으로만 논의될 뿐이다. 윤리는 개혁을 이끌 힘이 없다.

윤리는 개인에게 적용될 뿐, 조직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조직은 생존과 확장이 먼저다. 조직에는 조직의 법칙이 적용될 뿐이다. 모든 조직은 윤리가 아닌 조직의 구성 원리에 따라 운영되어야 한다. 검찰은 민주주의 원리에 따라 민주적으로 분산되고 견제되어야 할 뿐이다. 검찰총장과 검사 모두가 윤리적이고 강직하다면 좋겠지만 검찰총장과 검사 개인의 윤리의식이 제도 개혁을 대신할 순 없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현재 검찰에서 가장 개혁적이고 윤리적인 인물일 것이다. 경찰청장을 먼저 만나고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를 만나 사과할 정도다. 그러나 그의 윤리의식과 제도 개혁은 서로 바꿀 수 있는 등가물이 아니다. 이 정도는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또 하나 구분해야 할 것이 있다. 수사는 수사, 개혁은 개혁이다. 적폐 청산 수사를 이유로 검찰 개혁을 늦출 수 없다. 이미 15년 전 경험한 일이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검찰이 잘했다는 이유로 검찰 개혁이 무산된 경험은 많은 것을 말해준다. 일시적 수사의 결과에 따라 좌우되는 검찰 권력이 아니라, 제도적으로 안정된 검찰 권력을 구상해야 한다. 마치 폭탄을 안고 길을 가듯이 정치 검찰·부패 검찰을 낳는 시스템을 품에 안고 살 수는 없다. 또다시 우병우·진경준을 볼 수는 없지 않은가? 또다시 국정 농단의 주범으로 검찰이 등장하는 것을 용납해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 국민은 촛불혁명에서 적폐 청산 1호로 검찰 개혁을 외쳤다. 정치 검찰·부패 검찰 시스템에서 벗어나기로 결심했다. 검찰은 촛불혁명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기자명 김인회 (변호사·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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