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좋은 기사를 쓸 수 있을까. 어떤 방법으로 독자들에게 가까이 갈 수 있을까. 대학언론인들의 질문은 기성 언론 종사자들의 고민과 맞닿아 있었다. 무대에 오른 ‘제9회 〈시사IN〉 대학기자상’ 수상자들을 향해 청중의 질문이 쏟아졌다. 3월19일 서울 경희대학교에서 ‘제2회 〈시사IN〉 대학언론인 포럼’이 열렸다. 대학언론인을 응원하기 위해 제정한 ‘〈시사IN〉 대학기자상’ 수상자들과 전국의 대학언론인이 한자리에 모였다.

포럼은 1부 ‘제9회 〈시사IN〉 대학기자상 시상식’과 ‘대학언론인 토크콘서트’, 2부 ‘선배 언론인과의 토크콘서트’ 순서로 진행되었다. 이날 시상식에는 조영욱 경희대 신문방송국장(의예과 교수)을 비롯해 심사위원을 맡았던 정규성 한국기자협회 회장, 류지열 한국PD연합회 회장,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고제규 〈시사IN〉 편집국장이 참여해 학생들을 격려했다.

ⓒ시사IN 조남진〈시사IN〉 대학언론인 포럼 1부에서는 ‘제9회 〈시사IN〉 대학기자상’ 수상자의 토크콘서트가 열렸다.
이어진 ‘대학언론인 토크콘서트’에서는 제9회 〈시사IN〉 대학기자상 대상, 취재보도 부문상, 사진·그래픽 부문상, 방송·영상 부문상, 특별상 등 5개 부문 수상자의 발제가 이어졌다. 첫 발제자로 나선 대상 수상자 박지영 경희대 〈대학주보〉 편집장은 학교 주변 불법 건축물을 고발한 수상작의 취재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시작은 개인의 경험이었다. 기숙사에서 나와 집을 알아보는데 원룸이 너무 작았던 것. 건축물대장을 떼어보라는 조언 덕분에 ‘원룸 쪼개기’의 실체를 알게 되었다.

데이터 저널리즘에 발품을 판 취재가 뒷받침되었다. 박 편집장은 학교 정문 1㎞ 내 주택 중 위반 건축물의 건축물대장을 일일이 떼느라 밤을 새우거나 불법 건축물 앞에서 무작정 세입자를 기다리던 일화를 들려주었다. 홍성철 교수는 “주제의식과 기획력, 취재력 이 세 가지를 갖춘 기사가 기성 언론에서도 드문데 이 기사는 모두 갖추었다”라고 심사평을 전했다.

박 편집장은 ‘대학언론의 위기’라는 말에 공감하는 청중을 위해 〈대학주보〉가 ‘디지털 퍼스트’에 앞장선 사례를 소개했다. 매주 12면씩 지면을 발행하던 〈대학주보〉는 요즘 8면씩 격주로 신문을 내고 있다. 대신 이슈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학보사 홈페이지와 각종 SNS 플랫폼을 활용하는 등 돌파구를 찾고 있다.

ⓒ시사IN 조남진포럼 2부에서는 김은지 〈시사IN〉 기자(왼쪽)와 김태영 JTBC 기자가 자신들의 취재 경험을 들려주었다.
취재보도 부문 수상자인 김하늘 세종대 〈세종알리〉 편집장은 강의계획서에 올라 있는 이름 ‘주명건’을 보고 그가 이사장으로 있던 시절 세종대의 사학 비리를 기획보도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파일 이름이 비정상적으로 쪼개져 있어 찾기 어려웠던 학교 이사회 기록을 ‘구글’에서 어떻게 찾았는지 보여주자 그 집요함에 방청석에서 감탄사가 쏟아졌다.

사진·그래픽 부문 수상자인 강승우 서울대 〈대학신문〉 부편집장은 시흥캠퍼스 문제로 학교와 학생 간 대치가 극에 달하던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교직원들이 학생에게 소화전을 쏘던 순간, 감전 위험을 느끼며 카메라 셔터를 눌렀던 그는 사진기자로서의 고단함도 말했다. “사진기자의 역할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신문에 꼭 필요하면서도 소홀하기 쉬운 게 사진이다. 그럼에도 사진이 주는 울림과 메시지에는 글과 다른 무엇이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좋은 기사를 쓰기 위해서…”

기숙사 주변 유흥업소를 잠입 취재한 방송·영상 부문 수상자 국민대 〈북악방송국〉은 취재 과정의 어려움을 소개했다. 카메라 두 대가 전부여서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찍어야 하는 열악한 상황이었다. 휴대전화를 우산이나 물통에 가린 채 찍느라 흔들려 다시 찍어야 했던 일화, 학생을 붙들던 포주 아주머니가 꿈에 나온 일 등도 들려주었다. 문제 해결 방안을 두고 나 몰라라 하는 학교와 경찰의 태도에 답답했던 경험을 전하기도 했다. 배윤조 〈북악방송국〉 영상기술부 부장은 “아마추어의 발악으로 나온 영상인데 상을 받아 기쁘다. 수상을 계기로 방송국에 좋은 카메라가 생겼으면 좋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특별상은 대학언론의 발전에 기여한 매체에 주어진다. 최예린 전 서울대 〈대학신문〉 편집장은 1952년 창간한 〈대학신문〉이 왜 처음으로 1면을 백지 발행하게 되었는지 덤덤하게 설명했다. 갑작스레 기사가 잘리거나 특정 소재로 기사를 쓰라고 강요받았던 경험, 기사 방향에 대한 간섭까지 1년간 일어났던 편집권 침해 사례를 전했다. 백지 발행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결국 좋은 기사를 쓰기 위해서였다. 최 전 편집장은 “당연히 해야 하는 걸 하다가 받게 된 상이다. 다음에는 좋은 기사로 받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학생들의 발표를 듣던 류지열 한국PD연합회 회장은 “(대학을 다닌 지) 30년이 지났는데 문제는 변하지 않고 오히려 악화되고 있구나 생각했다. 대학생들이 작은 힘을 모아 계속 싸우고 있었는데 기성 언론이 그걸 외면해왔다”라고 참석한 소감을 전했다.

발표 이후 질의응답 시간, ‘생존’을 고민하는 대학언론인들이 각자 가지고 있는 걱정거리를 공유했다. 지면에서 온라인으로 어떻게 플랫폼을 확장할지, 독자들과 어떻게 해야 가까워질 수 있을지, 탐사보도를 하려면 열정과 시간이 확보되어야 하는데 그게 어떻게 가능할지 이야기를 나눴다. 최예린 전 〈대학신문〉 편집장은 “외국 대학 학보사는 지역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고 일한 경력이 언론사 입사 시 인정되는 걸로 안다. 우리도 기성 언론에서 경험을 높이 사준다면 도움이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2부에서는 김은지 〈시사IN〉 기자와 김태영 JTBC 기자가 탐사보도를 주제로 토크콘서트를 했다. 천안함 사건이나 필리핀 타클로반 재해 현장 등 굵직한 사건의 중심에 있던 김태영 기자는 가장 기억에 남는 기사로 ‘최순실 태블릿 PC’팀에서 취재했던 경험을 들려주었다. 비밀리에 취재가 진행 중이던 때였다. 보도 전날 설렘과 두려움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보도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개헌 카드를 꺼내 파급력이 약해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개헌이 묻혔고 대통령이 다음 날 사과했다.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기억에 많이 남는다.”

기자로서 물리적·심리적 압박의 경험을 묻는 방청석 학생기자들의 질문에는 ‘태극기 집회’ 현장에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신체적 위협을 당했던 위태로운 순간의 경험을 들려주었다. 그럼에도 기자를 하는 까닭은 뭘까? “현장에 가면 미치는 것 같다. 어떤 이야기를 발굴하고 보도하고 의혹을 파헤칠까 끊임없이 고민한다.”

김은지 기자는 박 전 대통령의 ‘5촌 살인 사건’ 보도 이후 검찰에 출석해 조사받은 경험을 들려주었다. 검사에게 모욕적인 질문을 받는 등 어려움이 있었지만 수사 과정을 경험한 것이 기자로서 자산이 되었다. 김태영 기자는 참석한 학생들에게 “학내 이슈에 매몰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최순실 게이트 같은 대형 이슈에 도전해봐도 좋다. 한계는 있겠지만 대학생이라 못할 건 없다”라고 조언했다.

기자명 임지영 기자 다른기사 보기 tot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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