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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자’와 ‘죽은 자’가 또 나뉘었다

2018년 04월 05일(목) 제550호
전혜원 기자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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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양한모

면접에서 떨어지면 별 생각이 다 든다. 자신의 어느 대목이 회사 마음에 안 들었을지 끝없이 곱씹는다. 취업 준비생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2009년 해고된 쌍용자동차 노동자들도 ‘2배수 면접’을 본다. 해고자 7명이 한 팀으로 들어가 면접관 네 명 앞에 선다. 질문은 이런 식이다. 바깥에서 무슨 일을 했느냐, 공장 안 동료들이 들어오는 걸 싫어하는데 왜 들어오려 하느냐, 들어와서 잘할 수 있느냐…. 해고자들은 각자 자신이 얼마나 공장 일을 잘할 수 있는지, 혹은 당장 복직해야 할 정도로 상황이 얼마나 어려운지 설명하며 ‘경쟁’한다. 이렇게 해고자 167명 중 37명이 복직했다. 면접에서 네 번 떨어진 사람도 있다.

2015년 쌍용차와 기업노조, 해고자들이 속한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3자는 ‘2017년 상반기까지 해고자와 희망퇴직자 등을 조속히 채용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 합의했다. 채용 인원 비율은 해고자 30%, 희망퇴직자 30%, 신규 인력 40%로 정했다. 이 합의는 쌍용차 정리해고는 무효라는 항소심 판결을 대법원이 뒤집은 뒤에 이뤄졌다. 2017년 상반기가 지나고 남은 해고자 130명의 복직이 기약 없자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은 단식을 시작했다. 이 글을 쓰는 3월23일 현재 23일째다. 이번에 8명이 복직하면 남은 해고자 122명의 복직은 언제가 될지 알 수 없다.

해고자들은 복직 시점을 명기해 기약 없는 기다림과 2배수 면접 속 한줄기 희망을 달라고 말한다. 반면 회사는 시장 상황이 유동적이라 복직 시점 명기는 어렵다고 했다. 2009년 쌍용차는 2646명 구조조정을 노동조합과 협의 없이 일방 통보했다. 재직 노동자 37%가 넘는 숫자였다. 자신들이 잘못한 것도 아닌데 ‘산 자’와 ‘죽은 자’로 나뉘어 공동체가 파괴되는 트라우마를 겪었던 이들이 다시 산 자와 죽은 자로 나뉘고 있다. 이번에는 해고된 동료들끼리다.

그런 방식의 정리해고는 안 된다는 9년의 외침과 노동자와 그 가족 29명의 죽음은 정말로 ‘사적 갈등’에 불과했을까. 이제 정년을 바라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사회가 변변한 조정 장치를 마련하지 못하는 사이 해고자와 회사의 갈등은 극으로 치닫고, 노동자들은 곡기를 끊고 높은 곳에 오르며 청와대를 향해 엎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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