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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민원 38.8%는 바로 이 문제

2018년 04월 10일(화) 제551호
글 천관율 기자·인포그래픽 최예린 기자 webmast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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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0만 서울시민의 불평은 딱 한 항목이 휩쓸다시피 한다. 교통이다. 교통 중에서도 핵심은 불법 주정차이다.
서교동과 신림동이 최악의 주차 지옥으로 나타났다.

<시사IN>은 서울시와 공동 기획으로 ‘빅데이터, 도시를 읽다’ 시리즈를 연재한다. 서울의 인구 지형을 살펴본 ‘서울의 맥박(<시사IN> 제547호 ‘빅데이터가 잡아낸 천만 서울시민 움직임’ 기사 참조)’에 이어 2회는 서울시 다산콜센터가 접수한 민원 데이터를 분석해 도시의 속살을 읽는다.
ⓒ시사IN 최예린

6월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의 관점에서 생각해보자. 내가 출마한 선거구의 유권자들이 무엇을 불편해하는지 무척 궁금할 것이다.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간단치 않다. 같은 자치구, 심지어 같은 동네라고 해도, 불편한 일은 거의 골목마다 달라진다. 어느 골목에서는 쓰레기 처리가 최대 현안이고, 거기서 한 모퉁이만 돌면 공사장 소음이 가장 큰 불만일 수 있다. 어지간히 부지런한 구의원 후보라도 이 모든 불편을 속속들이 알 수는 없다.

해법은 의외의 장소에서 튀어나온다. 시민의 불편은 행정기관에 민원으로 쌓인다. 만약 행정기관이 민원을 잘 관리해서 데이터로 분석할 수 있다면 어떤 일이 가능할까.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느끼는 불편과 불만이 무엇인지, 불편이 어느 시간대와 어느 장소에 집중되는지를 감이 아니라 수치로 정량화할 수 있다. 민원은 도시의 속살을 보여주는 탁월한 데이터가 된다. 구의원 후보뿐만 아니라 혁신적인 행정가, 도시계획가, 그리고 당사자인 주민들에게도 훌륭한 정보다.

<시사IN>과 서울시는 ‘응답소’ 빅데이터를 분석했다. ‘120 다산콜센터’를 비롯해 서울시가 여러 경로로 접수한 민원이 한곳으로 모여 데이터로 관리된다. 그게 ‘응답소’다. 행정 혁신과 기술 혁신을 결합해, 인구 1000만명인 초거대도시의 속살을 데이터로 짚어내는 첫 시도다. 민원 접수자의 개인정보는 이 분석에서 접근 불가능하다. 2015년 1월1일부터 2017년 12월31일까지 3년치 민원 중, 접수된 후 어떤 형태로든 해결까지 한 민원이 분석 대상 데이터다. 3년치를 총합하면 369만2398건이다. 한 달에 10만 건꼴이다.

서울시는 접수된 민원을 26개 유형으로 대분류하고, 대분류 아래에 다시 소분류 183개를 둔다. 대분류는 이렇다. ①가로 정비 ②건강·식품위생 ③건설 ④경제·산업 ⑤경제·일자리 ⑥공원녹지 ⑦교통 ⑧기타 ⑨기타 불편사항 ⑩기획·감사·교육·정보화·마을공동체 ⑪도로 ⑫문화·관광·체육·디자인 ⑬범죄 신고 ⑭보건 ⑮복지·어르신·장애인 ⑯세금·재정·계약 ⑰소방안전 ⑱신고(환경) ⑲안전·소방·민방위 ⑳여성보육·아동 청소년 ㉑주택·도시계획·부동산 ㉒주택건축 ㉓청소 ㉔치수방재 ㉕환경 ㉖환경·공원·상수도. 유사해 보이는 대분류는 중복으로 보여도 소분류가 달라서 내용이 다르다.

1000만 도시 서울의 민원은 이 정도로 다양하다. 민원의 분포도 그만큼 다양할까. 그렇지는 않다. 26개 대분류 중 단 한 개 카테고리가 170만 건을 차지한다. 소분류를 기준으로 보면 더 심하다. 183개 소분류 중 단 하나에 143만 건이 집중되어 있다. 압도적인 하나는 무엇일까. 데이터를 확인하기 전까지 분석팀은, 흔히 생애주기형 복지의 4대 의제로 보는 보육·교육·주거·노인 문제, 혹은 모든 세대의 최대 관심사인 일자리 문제가 많지 않을까 짐작했다. 혹은 생활밀착형 이슈인 미세먼지 문제도 높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데이터가 내놓은 답은 전혀 달랐다.

교통에 이어 가로 정비, 청소 민원 많아


답은 교통이다. 대분류 기준으로 교통에 속하는 민원이 170만1339건이다. 비율로는 46.1%이다. 교통 중에서도 핵심은 만원 지하철이나 교통정책이 아니다. 주차다. 대분류 교통의 1개 소분류인 ‘불법 주정차(구(區) 도로)’ 민원이 143만3732건이다(서울시는 불법 주정차 민원을 도로관리 책임 주체에 따라 구 도로와 시(市) 도로로 분류한다. 시 도로의 불법 주정차 민원은 6만781건이다). 민원 소분류 단 하나에, 전체 민원 중 38.8%가 몰린다.

ⓒ시사IN 최예린

<그림 1>은 민원 대분류들이 전체 민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여준다. 26개 대분류 중 ‘기타’와 ‘기타 불편사항’은 빼고 그렸다. 교통의 뒤를 이어 ‘가로 정비’와 ‘청소’ 민원이 많다. 가로 정비 중에서 가장 큰 소분류는 ‘불법 광고물’이다. 34만4569건이다. 현수막이나 입간판 등 보행에 지장을 주는 광고물 신고가 활발하다. 전체 소분류 183개 중 2위다. 청소 중에서 가장 큰 소분류는 쓰레기 무단투기다. 16만8692건이다. 183개 소분류 중 3위다.

대분류 기준으로 ‘도로’ ‘환경’ ‘보건’ 민원이 4~6위다. 도로에서 최다 민원은 보안등 고장(4만2479건), 환경에서 최다 민원은 소음(11만8399건), 보건에서 최다 민원은 유기 동물(5만1105건)이었다.

이렇게 보면 서울시민의 삶을 불편하게 만드는 요소가 일목요연하다. 단연 최대의 ‘짜증 유발자’는 골목길의 불법 주차다. 길을 걸을 때면 입간판이나 현수막이 자주 거치적거린다. 쓰레기 무단투기는 눈으로나 코로나 매우 불쾌하다. 환경문제로 가면 미세먼지보다도 소음이 훨씬 더 민원 의욕을 북돋는 문제다. 유기 동물은 어느새 도시의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유기 동물이 불쾌한 시민은 포획이나 중성화 수술을 요구하고, 유기 동물이 애틋한 시민은 긴급구조를 원한다. 유기 동물 시신 처리 민원도 제법 있다. 불 꺼진 가로등은 밤거리를 불안하게 만든다.

최대 민원 이슈인 불법 주정차 문제를 자세히 들여다보자. 아래 <그림 2>는 소분류 불법 주정차 민원 중에서도, 위치정보를 특정할 수 있는 신고를 따로 수집해 그린 지도다. 애플리케이션으로 신고하거나 인터넷에서 지도에 위치를 찍는 등의 방식으로 민원을 접수하면 위치정보를 특정할 수 있다. 이것이 가능한 불법 주정차 민원이 143만 건 중 49만5820건이다.

지도에서 색의 밝기는 주차 민원의 밀집도를 나타낸다. 색이 어두워질수록 단위면적당 주차 민원 밀집도가 높은 곳이다. 이것을 424개 행정동 기준으로 분류해봤다. 지도에는 주차 민원 상위 행정동이 20위까지 표시되어 있다. 이 중 상위 5위까지는 상세 지도를 함께 실었다. 상세 지도에 찍힌 점이 주차 민원 발생지다.

1위는 마포구 서교동이다. 홍대 앞 일대다. 이 지역은 번화가이면서 골목길도 많아서 불법 주정차 민원이 발생하기에 최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 상암동으로 이어지는 월드컵북로 일대, 주상복합건물인 메세나폴리스 일대, 지하철 상수역과 홍대입구역 사이 홍대 앞 일대 등은 어디랄 것 없는 주차 지옥이다. 위치가 특정되는 주차 민원은 3년간 9749건이었다. 2위는 용산구 한남동이다. 한남대교 좌우의 고급 주택단지 일대가 주차 민원의 집중 지역이다. 특히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일대와 한남동 주민센터 일대가 심하다. 3년간 9332건이 접수됐다.

그러나 진정한 주차 지옥은 따로 있다. 관악구 신림동은 민원 접수 건수로는 9270건으로 3위다. 그러나 신림사거리 주변의 좁은 지역에 주차 민원이 그야말로 밀집된 탓에, 지도로 보면 마치 페인트 통을 쏟은 듯한 모습이다. 신림사거리 북서쪽 블록은 서울 최악의 주차 불만 지역이다.

신림동은 민원 접수 시간대도 서울 전역에서 혼자 튈 정도로 독특하다. 상습 주정차 민원 지역 대부분은 퇴근시간대인 오후 6~9시에 민원이 피크를 기록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신림동의 민원이 주로 접수되는 시간은 오전 7시다. 이 시간대에만 1231건이 접수되는데, 이는 시간 단위로 서울 최고 기록이다. 2위와 3위도 신림동이다. 오전 8시대 민원이 1008건, 오후 11시대 민원이 991건으로 서울 전체 2·3위다. 신림동의 주차 민원 밀집 지역에는 상업지구와 더불어 모텔촌이 있다.

4위는 서울 최대 도심지인 강남구 역삼1동이다. 도로가 널찍한 업무지구보다는 길이 좁고 언덕이 많은 국기원 일대가 취약하다. 5위는 서울의 대표 베드타운 중 하나인 강동구 길동이다. 이 일대는 단독주택의 집결지인데, 대형 아파트 단지보다는 골목을 낀 단독주택가에서 주차 민원이 빈번히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거대도시 서울의 25개 자치구는 하나하나가 웬만한 도시 규모를 자랑한다. 민원은 이 25개 자치구의 생활환경 차이도 잘 보여주는 데이터다. 모든 자치구에서 교통 민원이 최다다. 하지만 2위부터는 생활환경에 따라 차이가 드러난다. 강동구는 가로 정비 민원이 단연 집중된 곳이다. 서울시 가로 정비 민원 47만 건 중 5만3303건이 강동구에서 나왔다. 반면 강남구는 유동인구가 훨씬 많은데도 8162건밖에 없다. 가로가 널찍하고 정비가 잘 된 자치구 특성이 드러난다.

쓰레기 무단 투기를 중심으로 청소 민원은 성북구(3만4017건)와 관악구(3만933건)에서 유난히 많다.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이 많은 자치구다. 강남구는 3903건밖에 없다. 거의 10% 수준으로 낮은데, 정작 인구는 셋 중에서 강남구가 가장 많다. 반대로 소음 등 환경 민원은 강남구가 25개 자치구 중 가장 많다(1만1513건). 가장 적은 도봉구는 2763건이다.

데이터가 보여주는 답은 여기까지다. 이제 지방선거 후보자는 완벽한 무기를 손에 쥐었을까. 주차 지옥 골목에 맞춤 공약을 내고 입간판을 제때 치우겠다고 캠페인을 펼치면 당선증이 올까.

결론을 내리기엔 이르다. 다시 41쪽 <그림 1>을 보다 보면 묘한 위화감을 느끼게 된다. 주차와 입간판 문제가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너무 많다. 반면 삶에서 중대하고 어려운 문제들의 비중은 너무 적다. 생애주기형 복지의 4대 의제인 보육·교육·주거·노인 문제, 모든 세대의 최대 관심사인 일자리 문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나치게 낮다. 얼마나 낮은지 보여주기 위해 <그림 1>을 다시 그린 결과가 왼쪽 <그림 3>이다. 교육 문제는 교육청 관할인 경우가 많아서 서울시 민원 분류에는 따로 잡히지 않는다. 주택·도시계획·부동산 대분류는 5만5739건이다. 적지는 않지만 소분류를 보면 건축 관련 민원이 2만1738건으로 단연 다수다. 건축 인허가 민원 등이어서 ‘주거복지 정책’과는 거리가 있다. 보육·주거·노인 문제는 지방정부의 핵심 정책 이슈이자 삶의 질을 좌우하는 문제다. 그런데 민원이라는 의견 수렴 방식은 이를 거의 잡아내지 못한다.

ⓒ시사IN 최예린

민원은 직관적인 문제를 보여주는 데이터

왜 그럴까. 민원이 집중된 불편사항은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즉각 해결이 가능한, 혹은 그게 가능하다고 민원인이 믿는 문제들이다. 골목길 불법 주차, 불법 입간판, 무단 투기 쓰레기, 공사장 소음, 유기 동물 사체 처리 등은 행정력이 즉각 대응할 수 있는 문제다. 반면 같은 교통 문제라도 9호선 지하철이 너무 붐빈다고 민원을 넣지는 않으며, 같은 환경문제라도 미세먼지가 심각하다고 ‘120번’에 전화를 걸지는 않는다.

민원은 도시민의 불편과 불만을 잘 보여주는 데이터라는 가설에는 이제 중요한 전제가 하나 붙어야 한다. 민원은 ‘빠르고 직관적인 문제’를 잘 보여주는 데이터다. 하지만 ‘느리고 복잡한 문제’는 잘 보여주지 못한다. 삶에서 중요하고 해결이 어려운 문제는 대부분 느리고 복잡하다. 소분류 기준 출산·육아 민원은 3년 총합 3277건이다. 불법 주정차 문제(3년간 143만 건)에 비해 0.2% 수준이다. 그렇다고 출산·육아 문제가 불법 주정차 문제의 0.2%만큼만 중요할 리 없다.

ⓒ시사IN 최예린
출산·육아 민원만 따로 떼어서, 민원 내용을 담론 네트워크 지도로 그려봤다(위 <그림 4> 참조). ‘어린이집’ 문제에 특히 민감하다. ‘아이들’의 ‘안전’에 염려가 크다(붉은색). 도시에서 ‘자녀’를 키우는 ‘부부’의 삶은 ‘어렵다’고 호소한다(주황색). ‘시스템’이 ‘개선’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고 느낀다(보라색). 실제로 부모의 삶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들이지만, 빠르고 직관적인 해결책이 존재하기 어려운 과제다. 이런 문제에 봉착한 시민은 민원 접수가 아무리 쉽고 부담이 없어져도 민원에 의존하지 않는다. 오히려 행정 혁신이, 민원 접수를 간편하고 직관적으로 만들어낸 그 성공이, 느리고 복잡한 문제를 상대적으로 과소평가하게 만든다. 실제 삶과 동떨어진 숫자 ‘0.2%’는 그래서 나온다.

빠르고 직관적인 문제를 손쉽게 잡아내는 민원 시스템은 분명 중요한 행정 혁신이다. 하지만 느리고 복잡한 문제는 느리고 복잡한 해결 시스템을 필요로 한다. 문제를 인식하고 정의하는 과정부터가 까다롭고(육아 문제에서 정부의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해결책을 내놓으려면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를 조정해나가야 하며(민간 어린이집에 정부는 어디까지 요구할 수 있는가?), 일련의 과정이 이해관계자들의 승복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절차적 정당성을 갖춰야 한다. 이런 종류의 과제를 간편한 민원 접수와 신속한 행정 집행으로 풀 수는 없다.

이제 공직을 맡으려는 지방선거 출마자는 두 차원의 문제에 동시에 직면한다는 현실이 분명해졌다. 공직 후보자는 유권자의 요구에 잘 반응해야 한다. 빠르고 직관적인 문제는 인식하기도 쉽고 불만을 말하기도 쉽다. 공직 후보자는 빠르고 직관적인 문제를 말하는 유권자를 자주 만날 수 있다. 이에 반응성이 좋은 공직 후보자일수록 느리고 복잡한 문제를 한구석에 치워놓는 함정에 빠진다. 반응성의 역설이다.

출마자가 감당하겠다는 공직의 크기가 클수록, 느리고 복잡한 문제의 해법을 내놓을 책임도 커진다. 느리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절차를 우리는 정치라 부르고, 느리고 복잡한 문제를 발견하고 정의하고 해법을 내놓아 경쟁하는 조직을 정당이라 부른다. 그래서 정치와 정당은 민원 대응과 여론조사로 환원할 수 없는 그 무엇이다. 서울시 민원 데이터는 “무엇을 요구하는가”만큼이나 “무엇을 요구하지 않는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요한 정보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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