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노 마스. 팝 음악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모를 수가 없는 최고 인기 뮤지션이다. 만약 그 이름이 낯설다면 이 곡부터 감상해보길 권한다.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기록했고, 우리나라에서도 큰 호응을 얻었던 ‘저스트 더 웨이 유 아(Just The Way You Are)’다. 이 외에도 브루노 마스의 히트곡은 무진장 많다. 애절한 발라드 ‘웬 아이 워즈 유어 맨(When I Was Your Man)’, 그리고 무엇보다 결혼식 축가로 사랑받은 ‘매리 유(Marry You)’ 등이 이를 증명한다. 그중에서도 프로듀서 마크 론슨과 함께 발표한 ‘업타운 펑크(Uptown Funk)’는 빌보드 정상에 14주간 머물면서 2014년과 2015년을 강타했다.

히트곡에 기반한 인기뿐인가. 브루노 마스는 시상식에서도 환대받는 존재다. 2018년 1월28일, 제60회 그래미 시상식의 주인공은 단연 그였다. 2016년 발표한 3집 〈24K 매직(24K Magic)〉과 이 앨범의 수록곡 ‘24K 매직’, ‘대츠 왓 아이 라이크(That’s What I Like)’로 그래미의 핵심 부문을 모조리 석권한 것이다. 반발이 없지 않았다. 흑인 음악뿐만 아니라 대중음악 전체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발휘하는 래퍼 켄드릭 라마가 ‘또’ 물을 먹었기 때문이다. 흑인 음악이라 하더라도 랩이 아닌 ‘가창에 기반한’ 곡에 더 높은 평가를 내리는, 그래미의 보수성이 재확인된 순간이었다.

ⓒAP Photo2018년 1월28일 제60회 그래미 시상식에서 축하 공연을 하는 브루노 마스.

그렇다고 브루노 마스의 앨범 〈24K 매직〉이 평가절하될 이유는 없었다. 1980~1990년대에 유행했던 흑인 음악을 현대적으로 재창조해낸 이 앨범은 레트로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나무랄 게 거의 없는 훌륭한 작품이었다. 자신이 누구에게 영감을 받았는지를 밝히고, 한 명 한 명 언급하며 존경을 표한 수상 소감 역시 정말 멋졌다.

정작 논란은 엉뚱한 곳에서 벌어졌다. 작가인 세렌 센세이가 “브루노 마스는 100% 문화 전용자다. 그는 인종적으로 모호하고, 흑인이 아니다. 그의 음악 역시 흑인 음악이 아니다”라고 주장한 것이다. 센세이의 주장은 어느 정도 사실에 바탕을 둔 것이기는 하다. 흑인 피가 섞이기는 했지만, 브루노 마스의 가계에는 푸에르토리코, 필리핀, 스페인, 유대인 등의 피도 섞여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당신의 먼 형제가 있습니다”

전화를 걸어 묻고 싶었다. 그렇다면 버락 오바마는 어떻게 되는 것이냐고. 같은 논지를 밟으면, 역시나 100% 흑인이 아닌 버락 오바마는 ‘정치 전용자’가 될 수밖에 없지 않은가 말이다. 예전에 봤던 어떤 동영상도 떠올랐다. 자신이 100% 영국인, 100% 방글라데시인, 100% 아일랜드인이라고 확신하는 사람들의 DNA를 조사한 결과, 그들은 전혀 100%가 아니었다. 그들에게 진행자가 “여기에 당신의 먼 형제가 있습니다”라고 말했던 그 순간을 기억한다. 우리 역시 100% 한국인이 결코 아니다.

나는 스스로 순수함을 확신하고 내세우는 사람들을 경계한다. 순수의 강요는 결국 그들의 관점에서 볼 때 순수하지 못한 사람들을 폭력적으로 배척하는 논리로밖에는 작동하지 않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절대 순수가 존재할 거라는 신념이야말로 정신을 협소하게 만든 주범임을 이런 식으로 다시금 깨닫게 될 줄은 몰랐다. 그 어떤 영역에서든, 절대적 가치라는 건 절대로 없다.

기자명 배순탁 (음악평론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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