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방송사의 보도 경쟁으로 ‘위수령 논란’이 불거졌다. 3월20일 JTBC는 국회 국방위 여당 간사인 이철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입수한 문건 두 개를 공개했다. 군이 박근혜 탄핵 심판 직전인 2017년 2월에 내부적으로 군 병력 동원을 검토했다는 내용이었다. SBS는 3월23일 JTBC가 중요한 전제를 빠뜨렸다고 보도했다. 이 병력 동원 문건이 이철희 의원이 보낸 ‘위수령 질의’에 대한 답변 자료이므로, 위수령 검토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후 3월24일부터 26일까지 JTBC와 SBS는 상대의 보도가 잘못됐다고 각각 보도했다.

정작 논란의 중심에 선 이철희 의원은 “문제의 초점이 잘못됐다”라고 주장한다. 국방부에서 자신의 질의와는 별개로 촛불집회 당시 군 병력 출동의 법적 근거를 검토했고, 그 증거가 이번에 공개한 문건이라는 주장이다. 이 의원은 국방부뿐 아니라 당시 권력 핵심부에서 탄핵이 부결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었다고 추론한다. 위수령 논란의 중심에 선 이철희 의원을 4월3일과 4일 이틀에 걸쳐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시사IN 이명익이철희 의원은 국방부가 촛불집회를 대상으로 병력 동원을 검토했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국방부가 위수령을 검토했다는 건가, 안 했다는 건가?

그게 바로 함정이다. 국방부가 위수령을 검토했느냐는 정확한 질문이 아니다.

그렇다면 정확한 질문은 뭔가?

박근혜 대통령 직무정지 기간에 국방부가 촛불집회를 대상으로 병력 동원을 검토했는가. 이게 핵심 질문이다.

그런데 왜 위수령으로 논란이 된 건가?

시민을 상대로 군을 동원할 수 있는 방법은 세 가지다. 위수령, 부대직제령, 계엄령이다. 나는 이 가운데 위수령을 폐지할 의지가 있는지를 국회에서 질의했다. 그런데 국방부는 민간을 상대로 군을 동원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검토했다. 둘은 전혀 다른 얘기다.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2017년 2월에 작성한 ‘위수령에 대한 이해(왼쪽)’와 ‘군의 질서유지를 위한 병력 출동 관련 문제 검토’ 문건. 위수령과 계엄령의 발동 절차와 병력 투입, 무기 사용 범위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다.

문제가 된 문건의 내용부터 다시 확인하자.

문건은 두 종류다. 첫 번째 문건은 ‘위수령에 대한 이해(이하 위수령 문건)’, 두 번째 문건은 ‘군의 질서유지를 위한 병력 출동 관련 문제 검토(이하 병력 동원 문건)’이다. 문제는 두 번째다. 여기 이런 대목이 나온다. “비상사태가 군의 경찰 보충적 치안 유지 활동만으로는 질서 유지가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지방자치단체장 또는 행자부 장관과 협의해 계엄령이 선포되도록 한 후, 법적 여건이 보장된 상태에서 질서 유지를 위한 병력 출동을 하는 것이 타당.” 이게 무슨 의미인가? 병력을 동원하는 법적 여건을 확보하려면 계엄령밖에 없다는 얘기다.

국방부가 다른 취지로 썼을 가능성은 없나?

올해 3월에 국방부 법무관리관을 불러 왜 이런 문건을 썼냐고 물어봤다. 법무관리관은 병력 동원은 불가능하다는 취지로 썼다고 답하더라. 내가 “문건 내용이 그게 아니잖으냐. 군을 동원할 방법이 뭔지 확인하고 있다”라고 따지니까 “그렇게 읽힐 여지가 있겠다”라더라.

위수령 폐지를 질의했는데, 계엄령에 의한 군 동원 가능성을 검토한 것은 이상하다?

그게 핵심이다. 이 문건은 내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니다. 우리가 확인한 바로는, 한민구 당시 국방부 장관이 2017년 2월20일 법무관리관을 따로 불러서 병력 동원 관련 검토를 지시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한다. “오해의 소지가 있으니까, 아래 사람 시키지 말고 직접 해라.” 이것은 의원실 질의에 답하기 위한 정상적인 절차로 보기 어렵다.

그게 무슨 의미인가?

의원실이 국방위 행정실로 보낸 서면질의는 국방부 대외협력관실을 거쳐 각 부서에 전달된다. 장관은 답변 부서나 담당자를 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병력 동원 문건’은 이런 프로세스를 거치지 않고, 장관이 직접 법무관리관을 따로 불러 지시한다. 의원실 질의를 검토하는데 오해 소지가 있다면서, 너만 검토하라는 게 말이 되나? 문서 양식도 공문서 양식이 아니다. 법무관리관이 장관 보고용으로 쓴 메모다.

 

 

 

 

ⓒJtbc 〈뉴스룸〉 갈무리

 

 

ⓒSBS 뉴스 갈무리JTBC는 ‘국방부가 군 병력 동원을 검토했다’라고 보도했다(맨 위). 이에 대해 SBS는 ‘해당 자료는 이철희 의원의 질의에 대한 답변이다’라고 보도했다.

 

한민구 전 장관은 3월21일 〈문화일보〉와 인터뷰하면서 “병력 동원 문건은 이철희 의원 질의에 대한 답변용이었다”라고 주장했는데?
내용으로도 맞지 않고, 일자만 따져봐도 사실이 아니라는 게 확인된다. 당시 한민구 장관이 ‘병력 동원 문건’ 작성 지시를 2017년 2월20일에 내린다. 법무관리관은 이 문건을 2017년 2월24일에 작성해서 장관에게 보고했다. 그런데 나는 내 질의에 대한 답변을 그 이틀 전인 2월22일에 받았었다. 합참 합동작전과가 써서 국방부 장관을 거친 답변서였다. 장관 주장은 내 질의에 답하려고 장관이 문건 작성을 법무관리관에 ‘은밀히’ 지시했다는 건데, 그걸 믿는다 치자. 그러면 법무관리관이 지시받은 답변 문건을 쓰기도 전에, 나는 국방부 답변서를 받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게 말이 되나?

그렇다면 의원 질의와는 별개로 국방부에서 병력 동원 검토가 있었다는 주장인가?

법무관리관이 내게 이렇게 말했다. “저는 병력 동원이 가능하지 않다는 취지로 작성한 것이다.” 무슨 말이겠나? 장관 지시의 취지가 ‘위수령 폐지(이철희 질의)’가 아니라 ‘병력 동원 가능 여부’에 있었다는 의미다. 증거와 정황이 일관된다.

만약 그랬다면 중대한 문제다. 왜 그랬을까?

여기서부터는 내 추론이다. 병력 동원 검토 시기를 보자. 2017년 3월10일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을 앞둔 때다. 이제는 잘 알려진 대로, 당시 청와대는 헌재가 탄핵을 부결시킬 거라 확신하고 있었다. 부결을 생각하던 청와대가 부결 이후 대비를 안 했을까? 당시 상황에서, 탄핵안이 부결되면 집회가 2016년 겨울처럼 평화적으로만 진행되리라고 청와대가 생각했을까? 아니라고 예상하는 게 더 합리적이다. 그걸 경찰로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그렇다면 남은 수단이 뭔가? 내가 방송사 인터뷰에서 병력 동원에 대해 ‘합리적 의심’이라는 표현을 썼던 것도 이런 의미다.

국방부 내에서 병력 동원 검토가 있었다면, 위수령 문제로 꼬인 것은 논의가 왜곡된 셈인데?

기막힌 우연이 있다. 사실은 1차 문건인 ‘위수령 문건’도 내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니라, 국방부가 병력 동원 검토를 하는 와중에 나왔다고 보는 게 더 말이 된다.

그건 왜 그런가?

장관이 문건 작성을 지시한 날짜와 법무관리관의 증언, 국방부 감사 결과 등을 보면 그렇다. 나는 2017년 2월14일에 위수령 폐지에 대한 국방부 의견을 달라고 서면 질의했다. 그런데 한민구 장관은 바로 다음 날인 2월15일, 국회 법사위 출석 대기 중에 법무관리관에게 위수령 검토를 지시한다. 국방부 감사 관계자에게 확인해보니 당시 장관이 내 질의를 보고받은 정황이 전혀 없다고 하더라. 아까 말한 절차상으로도 거의 불가능하다. 즉, 장관이 내가 질의한 내용을 모른 채 우연히 하루 차이로 위수령 검토 지시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 지시를 받은 법무관리관도 내 질의 얘기는 들은 바 없다고 내게 말했다(올해 3월21일 국방부 브리핑에서도 법무관리관은 “작성 당시 이철희 의원 요구인지 몰랐다. 일자를 맞춰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고 추측하고 있다. 한민구 전 장관이 답변해야 할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한 전 장관이 주장한 “이철희 의원이 물어봐서 위수령을 검토했다”라는 말은 사실과 달라진다.

당시 한 장관은 위수령 검토도 은밀하게 법무관리관 개인에게 시킨다. 이게 2월15일이다. 2월20일 병력 동원 검토 지시 때와 마찬가지였다. 여기까지는 우리가 법무관리관에게 확인한 얘기다. 이제부터는 다시 추론이다. 그런데 법무관리관이 위수령을 검토해보니까 이걸로는 병력 동원이 합법적일 수 없다는 거야. 그게 첫 번째, ‘위수령 문건’의 핵심 내용이다. 그렇다면 위수령 말고 다른 가능한 대안은 뭔지 물어보는 게 자연스럽지 않나? 그 지시가 2월20일에 있었고, 그래서 두 번째로 작성된 것이 ‘병력 동원 문건’이라고 추론하면 앞뒤가 맞는다. 위수령으로는 병력 동원이 안 되니까 병력을 동원하려면 계엄령밖에 없다, 이렇게 흐름이 간 거다.

정리하면, 병력 동원을 검토하면서 위수령 검토를 했는데, 그게 우연히 이철희 의원의 질의와 겹쳤고, 이 이슈가 터져 나오니까 별개의 두 흐름을 엮어서 빠져나가려는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보고 있다. 탄핵이 가결되었기 때문에 병력 동원 가능성은 자연히 사라졌다. 최근 들어 병력 동원 검토 사실이 문제가 되자 국방부가 별개 사안을 뒤섞어 해명하고 있다고 본다. 날짜, 절차, 증언 등이 모두 그런 추론에 힘을 실어준다. 오히려 2월22일 합참 합동작전과가 보낸 답변서가 내 질문(2월14일)에 대한 답변이라 보는 게 맞다. 이 답변서는 공문서 형식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 이 합참 문건도 장관이 수정을 지시했다. 합참 합동작전과가 답변서 초안을 2017년 2월17일에 장관에게 보고했는데, 당시 “위수령 개정 또는 폐지”라고 쓴 답변서를 장관이 “폐지보다는 신중하게 검토하는 것 필요”로 수정하라 지시했다. 합참발 답변서가 후퇴한 시기와 장관이 ‘병력 동원 검토’를 지시한 시기가 겹친다.

이게 사실이라면, 한 전 장관은 왜 그랬을까?

한민구 전 장관에 대한 인간적 신뢰는 있다. 설사 탄핵이 부결되었다고 해도 정말로 병력 동원을 할 사람은 아니다. 그런데 이분이 대가 센 사람도 아니어서, 만약 권력 핵심부가 병력 동원을 옵션에 넣었다면 거기서 검토도 못한다고 저항할 사람은 또 아니다. 기본적으로 한 전 장관이 답해야 할 문제다.

두 문건의 존재는 어떻게 알았나? 이 의원이 문건 존재를 알고 요청했나?

몰랐다. 그런데 올해 3월8일, 군인권센터가 “2016년 12월 탄핵소추안 국회통과 직후 군이 병력 동원을 검토했다”라고 주장했다. 그쪽에서 무슨 근거를 갖고 있었는지 나는 모른다. 그런데 그 직후 국방부가 나를 찾아왔다. 내가 국방위 여당 간사니까 상황을 정확히 해명한다며 두 문건(위수령 문건, 병력 동원 문건)을 들고 왔다. 예전 내 질의에 대한 답변 문건인 줄 알았는데 보니까 엉뚱한 내용이 들어가 있었다. 그래서 문건의 존재를 확인하고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이 문제는 군의 병력 동원 논의가 핵심인데, 논란이 불거지는 과정에서 위수령 질의만 부각됐다.

 

기자명 천관율·김동인 기자 다른기사 보기 yu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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