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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나온 책

2018년 04월 20일(금) 제552호
시사IN 편집국 webmast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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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비닛의 비밀
이재정 지음, 전진한 기획, 한티재 펴냄

“기록은 기억 앞에 겸허해지는 지성들의 반성이고, 기억을 두려워하는 권력을 감시하는 일이다.”


지난해 가을 국정감사 내내 ‘이재정 의원실에 따르면’이라는 보도가 쏟아졌다. 그중 하이라이트는 “지금이 삼성의 골든타임, 왕이 살아 있는 동안 세자 자리 잡아줘야”라는 2014년 7월 박근혜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작성한 문건이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그토록 부인하고 싶어 하는 승계 작업과 관련된 내용으로 이 의원이 국가기록원에서 옮겨 써온 자료였다. 그뿐 아니라 박근혜 청와대의 세월호·가습기 피해자 가족 사찰, 이명박 청와대의 제2롯데월드 건설 특혜 등 다양한 비밀이 봉인 해제됐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권력형 사건에 대한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전진한 알권리연구소장이 기획하고 ‘기록 추적자’를 자처한 이재정이 기록전문가 5명과 나눈 대담을 책으로 엮었다.




보수의 정신
러셀 커크 지음, 이재학 옮김, 지식노마드 펴냄

“보수주의는 주식과 배당금을 지키는 것보다 더 깊은 어떤 것.”

자칭 친미 보수에 자유민주주의자들이 “투표로 못 이기면 남은 것은 내전” 같은 막말이나 일삼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감안하면, 미국 보수주의 운동의 대표적 텍스트인 이 책은 너무 늦게 번역되었다. 프랑스 혁명을 비판한 18세기 에드먼드 버크로부터 출발해서 미국 보수주의의 창시자 존 애덤스, ‘민주주의적 독재’의 출현을 우려했던 알렉시스 드 토크빌, 자유주의와 독점 대기업을 질타한 20세기 초·중반의 조지 산타야나에 이르는 영미권 주요 사상가들의 세계관을 총괄했다. 반(反) 자유주의 정치 문건에 가깝다고 느껴지기도 하지만, 한국에서 그나마 어느 정도 보편적 이론으로 무장한 보수주의자가 되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부족한 지적 자산을 보충해줄 최고의 길잡이가 될 것이다.




자비 없네 잡이 없어
김민아 외 지음, 서해문집 펴냄

“2030 세대의 삶에서 빠져 있는 것들. 소속감 속에 성장해본 경험, 미래를 계획해본 경험….”

언제부턴가 사회 전체가 실체도 불분명한 ‘정규직’ 자리를 놓고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생활비와 주거비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올랐는데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월 소득 200만원을 기준으로 이야기한다. 노동조합 활동을 경험해본 사람이 100명 중 3~4명도 안 되는 환경에서 불합리한 노동조건에 대해 물어볼 수 있는 곳은 포털사이트가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말한다. “그래도 저는 (직장이 있으니까) 불평하면 안 될 것 같아요.”
2017년 8월 황세원 희망제작소 선임연구원은 20~30대 8명을 모아 ‘연구자 네트워크’를 꾸렸다. 2030 세대의 일을 주제로 경험을 바탕에 둔 일자리 현실의 문제점을 짚어보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물을 책으로 묶었다.




주 4일 근무시대
피에르 라루튀르 외 지음, 이두영 옮김, 율리시즈 펴냄

“누가 32시간 근무를 두려워하는가?”

지금에서야 주 5일 40시간 근무제가 ‘당연하게’ 여겨지지만 2003년 8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전까지 이는 노동계 집단이기주의로 비판받았다. ‘노동자의 천국’으로 알려진 프랑스에서는 최근 주당 35시간을 명시한 노동법을 개정해 노동시간을 기업의 재량에 맡기려는 정부와 이를 반대하는 시민사회가 충돌하고 있다. 격렬한 논의가 오가는 상황에서 출간된 이 책은 노동시간 단축이 저성장 시대의 해법이라고 주장한다. ‘주 4일 32시간 근무제’가 일자리를 가져와 삶의 질을 높인다는 것이다. 노동자는 많은 시간을 일하는 데 쓰지만 실직자에게는 일이 없다. 노동자는 노동자라서, 실직자는 실직자라서 화나고 힘들다. 한국은 이제 겨우 주당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했다.




제2차 세계대전
게르하르트 L. 와인버그 지음, 박수민 옮김, 교유서가 펴냄

“1차 대전이라는 끔찍한 기억이 생생한데 또 다른 전쟁이 어떻게 벌어졌을까.”


196쪽으로 제2차 세계대전을 정리한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다. 이 책은 정리하려 하지 않고, 전쟁의 맥락을 짚어준다. 독일과 일본 두 가해 국가가 왜 그런 판단을 했는지, 그들과 맞선 나라들은 어떤 상황에 처해 있었는지, 그래서 어떤 결과가 도출되었는지, 그것을 어떻게 만회했는지, 바둑을 복기하듯 차근차근 풀어준다.
제2차 세계대전을 가장 활발하게 재해석하고 있는 장르 중 하나가 바로 영화다. 연합군 철수 작전을 다룬 <덩케르크>나 그 작전을 실행하기까지 처칠의 고뇌를 담은 <다키스트 아워>가 그렇다. 영화는 그런 작전과 판단 속의 인간을 조명하는데, 이 책은 그런 작전과 판단의 인과 관계를 좀 더 넓은 시각으로 볼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이성의 진화
위고 메르시에·당 스페르베르 지음, 최호영 옮김, 생각연구소 펴냄

“이성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무엇이 아닌가?”

20세기는 이성을 회의한 세기였다. 세계대전과 핵무기의 시대에 이성은 의심받았고 인류를 타락시킨 근원으로 손가락질당했다. 인지과학과 행동경제학 연구 덕에 우리는, 확증 편향이나 집단사고와 같은 이성의 결함과 맹점에 대해 선배 세대보다 더 많이 안다.
저자들은 이성에 대한 우리의 관점을 뿌리부터 뒤집는다. 책은 이성이 문제 해결 능력이 아니라, 사회적 상호작용을 위해 진화했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믿지 않는 사람과도 대규모로 협력할 줄 아는 종이고, 이 능력은 우리 종의 승리에 결정적이었다. 이성은 신뢰가 없는 사이에서도 협력을 창출하는 무기다. 이제 이성의 결함을 새로운 눈으로 볼 수 있다. 문제 해결에 방해가 되는 ‘결함’은 사실 상호작용에 유용했기 때문에 살아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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