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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남은 삼성증권 미스테리

2018년 04월 23일(월) 제553호
김동인 기자 astori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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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6일 삼성증권은 ‘우리사주’에게 주당 배당금인 현금 1000원이 아닌 주식 1000주를 착오로 지급했다. 이 유령주는 시장으로 흘러 들어갔고,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주식시장 전산망에 ‘유령’이 등장했다. 실체 없는 주식을 누군가 내놓았고, 시장에서 거래됐다. 총 501만 주. 이 유령 주식이 시장에 유입되는 걸 막는 데에는 30분 이상이 소요됐다. 이 사이 주가는 3만9800원에서 3만5150원까지 떨어졌다. 금융감독원(금감원),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등 금융 당국과 유관 기관은 한동안 유령의 등장조차 몰랐다. 4월6일 발생한 ‘삼성증권 유령 주식 사태’는 그동안 믿어온 것과 달리 한국 금융 시스템이 매우 허술했음을 드러냈다.

금감원은 4월9일 ‘삼성증권의 배당 착오 입력 사고’라며 삼성증권 측의 실수로 규정했다. 간략하게 정리하면 이렇다. 삼성증권이 ‘우리사주’에게 배당금을 지급해야 하는데, 담당 직원이 배당 시스템에 1주당 1000원이 아닌 1000주로 잘못 입력했다. 이로 인해 삼성증권은 우리사주 직원 2018명에게 총 28억1000만 주를 입고했다.

ⓒ연합뉴스
4월9일 서울 시내의 한 삼성증권 지점에 구성훈 삼성증권 대표이사 명의의 사과문이 붙어 있다.
삼성증권 내부에서만, 시스템은 두 차례 무너졌다. 배당액(실제로는 배당주) 입력 실수가 먼저였다. 사태가 발생하기 전날인 4월5일, 삼성증권 내부 ‘배당 프로그램’은 담당 직원의 실수를 걸러내지 못했다. 총 주식 8900만 주를 훨씬 웃도는 28억1000만 주 배당 주문이 그대로 입력 처리됐다. 금감원에 따르면 배당 담당자의 상관인 결재 책임자 역시 배당 상황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배당금(현금) 지급 부서와 배당주(주식) 지급 부서를 나누지 않아 조직 차원의 사전 예방 조치도 마련되지 않았다.

유령 주식의 발생도 문제지만, 이 유령주가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두 번째 시스템 붕괴는 배당이 처리된 4월6일 오전 9시30분부터 시작됐다. 사건을 인지한 시각은 빨랐다. 배당주 입고 직후인 9시31분에 담당 직원이 ‘실수’를 알아차렸다. 그러나 금감원에 따르면, 시스템을 틀어막는 ‘임직원 전 계좌 주문 정지 조치’는 이로부터 37분이 지난 10시8분에야 작동했다. 그사이(9시35분~10시5분)에 직원 16명은 이미 총 501만 주를 시장에 풀었다. 9시51분부터 사내 PC에 ‘직원 계좌 매도 금지’ 알림 팝업만 3차례 띄웠을 뿐, 10시8분 전까지 ‘자사주 거래 중단’ 같은 강제성 있는 전산 조치는 부재했다. 금감원에 사실이 알려진 것도 사고 발생 55분이 지난 10시25분이었다. 팻 핑거(Fat Finger:금융권에서 발생하는 전산 입력 실수)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사고이지만, 이를 대비한 인적 차단막(결재권자)과 전산 방화벽은 작동하지 않은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들의 분노와 비판은 주로 삼성증권을 향한다. 상장 증권사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는 지적이다. 삼성증권과 거래 중인 한 기관투자 관계자는 “삼성증권과 거래하는 모든 이들에게 ‘카운터 파트너 리스크’가 생겼다. 금융권에서 함께 일하기 부적절한 회사라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금융권의 인식과 일반 대중의 시선 간에는 온도차가 있다. 오히려 삼성증권 사태를 바라본 개인투자자들은 “어떻게 나라가 만든 금융거래 시스템이 실재하지 않는 주식을 걸러내지 못하나”라는 의문을 던진다.

ⓒ연합뉴스
4월10일 구성훈 삼성증권 대표이사(왼쪽)가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금융 당국이 유령주 발생을 실시간으로 알아채지 못한 까닭은 이번 사태가 ‘전산 사각지대’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사태의 배경에는 ‘배당’이 있다. 본래 배당은 상장사가 한국예탁결제원(예탁결제원)을 통해 각 개인에게 지급한다. 일부 상장사가 ‘우리사주’인 직원에게 내부 배당을 할 경우 예탁결제원은 이를 파악하기 어렵다. 삼성증권은 자사 우리사주 배당을 내부 시스템으로 처리했다. 여기에 ‘예탁결제원의 사각지대’가 발생했다. 이 사각지대에서 돈 대신 주식이 발행돼 유령이 탄생했다.

삼성증권 내부에서 생겨난 유령 주식을 파악하지 못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치더라도 시장에 흘러나온 순간, 시스템이 자동으로 이를 차단할 수는 없었을까? 주식이 실제로 보관되는 장소이며, 일종의 장부를 관리하는 예탁결제원은 4월12일 “실시간 감시는 어렵다. 미국이나 일본 등 해외의 경우에도 실시간으로 확인하지는 않는다”라고 밝혔다. 현재 예탁결제원은 투자자의 계좌상 주식 수량과 예탁결제원의 장부(예탁자계좌부)상 수량을 1일 1회 대조 확인하고 있다. 실시간 대조가 가능하려면 예탁결제원은 물론 사기업인 증권사까지 시스템을 변경해야 하는데, 이렇게 변경하더라도 시스템 과부하 등으로 전산 이상이 생길 수 있다는 게 예탁결제원 측의 해명이다.

사태 당일 시장에 흘러들어간 501만 유령 주식은 삼성증권이 급히 매수(260만 주) 및 차입(241만 주)을 통해 회수했다. 그러나 그사이 주가는 일시적으로 폭락했고, 이때 손절매한 이들은 손해를 입었다. 삼성증권은 4월11일 보상안을 발표하며 “4월6일 오전 9시35분 이전에 주식을 보유했던 이들 중, 이날 주식을 팔아서 손해를 본 모든 개인투자자들에게 장중 최고가인 3만9800원을 기준으로 차액을 보상하겠다”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 보상안이 최대 300억원 수준일 것이라 추산한다.

해프닝이 불러온 후폭풍일까, 범죄일까

그러나 이 보상안에는 여전히 삼성증권 주식을 쥐고 있는 개인을 비롯해,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에 대한 대책이 빠져 있다. 특히 기관투자가들은 삼성증권의 주주이자 삼성증권과 거래를 해오던 ‘고객사’이기 때문에 거래 채널을 변경하는 등 파장이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증권의 추후 영업실적 등에 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다. 이는 추가적인 주가 하락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 당일 손절매한 이들보다 주식을 여전히 쥐고 있는 쪽이 불리한 형국이다.

보상 대책만큼 관심을 끄는 사안은 “왜 삼성증권 직원 16명이 그때 유령 주식을 시장에 내놓았느냐”라는 의문이다. 삼성증권이 이들의 동기를 함구하는 상황에서 세 가지 가능성이 언급된다. 어차피 팔아봤자 돈을 벌지 못한다는 걸 알면서도 순간 욕심에 눈이 멀었거나, 단타 거래(비쌀 때 유령주를 팔고, 가격이 내려가면 주식을 되사 차익을 노리는 방식)를 통해 수익을 내려 했거나, 그도 아니면 작전 세력과 협력했을 경우다.

이 시나리오에는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 있다. 주식 판매 후 실제 판매대금은 3거래일 후 입금된다. 유령주를 시장에 내놓아도 판매 대금을 얻기 어려운 구조였다. 단타 수익을 노렸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삼성증권 측은 “규정상 임직원이 ‘삼성증권 주식’을 사들이고 6개월 이내에 이익이 발생하면 회사가 전액 환수한다. 임직원이 자기 연봉 이상으로 매수 주문하는 것도 시스템상 막혀 있다”라고 해명했다.

‘외부 작전 세력과의 결탁설’은 어떨까. 삼성증권 직원은 자사 주식에 대해 선물거래를 할 수 없다. 외부에 정보를 흘리고, 유령주를 대거 시장에 내놓아 주가를 떨어뜨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결탁 세력이 주가가 떨어지는 데 베팅(선물거래, 공매도)할 경우 이익을 거둔다.

금감원은 이번 사태의 진상을 규명하고 해당 직원의 동기를 파악하기 위해 4월11일부터 조사 인력을 삼성증권에 투입했다. 인사 적절성 논란에 처한 신임 김기식 금감원장도 삼성증권 사태를 취임 첫 과제로 여기고 엄중 조사를 요구했다. 단순히 이번 사태가 ‘해프닝이 불러온 엄청난 후폭풍’인지, 아니면 ‘해프닝을 실제 범죄 수준까지 악용하려 든 것’인지는 금융 당국의 조사를 통해 규명되리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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