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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제도 개편, ‘숙의’하면 답 나올까

2018년 04월 24일(화) 제553호
변진경 기자 alm242@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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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부가 2022학년도 대학 입시 개편 시안을 발표했지만 사실상 확정된 내용이 없었다. 교육부는 교육계 안팎에서 제기되는 쟁점을 망라한 ‘열린 안’을 국가교육회의로 넘겼다.

‘혼란의 대입’ ‘깜깜이 시안’ ‘교육부의 직무유기’ ‘허송 224일’…. 4월11일 교육부의 2022학년도 대학 입시제도 개편 시안이 발표된 후 언론이 쏟아낸 기사 제목들이다. 입시 전략을 짜기 위해 이번 교육부 발표를 기다린 학생과 학부모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학생부종합전형 반영 비율, 수시·정시 확대(축소), 수능 절대·상대평가 여부 등 촉각을 곤두세우던 쟁점들에 대해 교육부가 아무것도 확정짓지 않고 ‘열린 안’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비난 여론에 휩싸인 이번 대입 개편 시안의 정확한 명칭은 ‘대학 입시제도 국가교육회의 이송안’이다. 교육부는 4월11일 ‘열린 안’이 담긴 대입 개편 시안을 국가교육회의(의장 신인령)로 이송했다. 국가교육회의는 교육 혁신과 중장기 교육정책 논의를 위해 지난해 9월 설립된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이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번 시안을 참고해 국가교육회의가 국민적 신뢰에 기반한 대입제도를 제안하면 교육부는 이를 책임 있게 추진하겠다”라고 밝혔다.

ⓒ시사IN 신선영
4월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대학 입시제도 국가교육회의 이송안’을 발표하고 있다.
교육부는 왜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고 국가교육회의로 공을 넘겼을까? 이번 교육부 이송안이 나오기까지 배경을 알기 위해서는 지난해 8월로 거슬러 올라갈 필요가 있다. 지난해 8월10일 교육부는 2021학년도 수능 개편 시안을 발표했다. 당시 중학교 3학년(현재 고등학교 1학년)이 고등학교 3학년이 되었을 때 치르게 될 수능 시험의 과목과 평가 방식을 어떤 식으로 바꿀 것인지에 대해 두 가지 안을 제시했다. 현재 한국사·영어 과목에 적용되고 있는 절대평가 방식을 통합사회·통합과학(신설 과목)과 제2외국어·한문(선택 과목) 과목으로 확대 적용하는 1안과, 모든 수능 과목에 절대평가 방식을 적용하는 2안이다. 여론은 1안 반대, 2안 반대, 1안 ·2안 모두 반대 등 여러 갈래로 찢겨 대립했다. “수능 평가 방식만 손보면 내신·학종(학생부종합평가) 등 다른 곳에서 더 큰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다”라는 우려도 나왔다.

교육부는 결국 ‘1년 유예’를 선택했다. “수능 개편 방향에 대한 교육 주체 간 이견이 크고 사회적 합의가 충분하지 않았음이 확인되었다”라며 “짧은 기간 내에 양자택일식의 선택을 강요하기보다는 충분한 소통과 공론화 과정을 통해 합리적 대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부품 하나를 교체하는 대신 시간을 두고 종합 정비에 나서보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지난해 8월31일 교육부는 2021학년도 수능은 현행대로 유지하되 앞으로 1년 동안 2022학년도부터 적용될 대입제도에 관한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수능뿐 아니라 학생부종합전형, 고교학점제, 내신성취평가제 등 대입과 교육 정상화 방안을 모두 포괄하는 새 정부의 교육 개혁 방안을 국가교육회의 자문 등을 거쳐 내년(2018년) 8월까지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국가교육회의가 공론화 추진 절차 결정


이번 국가교육회의 이송안은 바로 그 약속의 ‘중간보고서’ 격이다. 지난 7개월간 교육부는 국민 의견 수렴에 집중했다. 정책자문위원회(입시제도혁신분과)를 구성해 대입제도 개편 방안 정책 연구 등을 진행해왔고, 교육판 ‘국민청원’ 사이트인 온-교육(moe.go.kr/onedu.do)을 통해 국민 의견을 받았다. 지난해 12월12일, 올해 1월23일, 2월8일, 2월23일 네 차례 대입정책포럼을 열어 교사·학생·학부모·대학 관계자 등이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교육부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나온 대입제도 관련 쟁점들을 정리해 이번 이송안에 담았다. 이것을 국가교육회의에 전달해 검토를 요청하면서, 동시에 국민에게도 그 내용을 ‘보고’한 것이다.

교육부가 정리해 국민에게 보고한 핵심 대입제도 관련 쟁점은 크게 세 가지다. 학생부종합전형과 수능전형 간의 적정 비율, 수시·정시의 통합 여부, 수능 평가 방법(절대·상대평가 전환 문제)이 그것이다. 쟁점별로 논의 배경과 주요 내용, 제도가 바뀌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효과(찬성 의견)와 우려(반대 의견)를 모두 제시했다. 더불어 학생부종합전형 공정성 제고 방안, 수능 과목 구조 개편, 수시 수능 최저학력 기준 완화, 수능 EBS 연계율 축소 등도 추가적으로 결정이 필요한 쟁점들이라고 밝혔다. 다만 교육부는 이 쟁점들 모두에 어떤 선호도 밝히지 않았다. 말 그대로 ‘열린 안’이다.

열린 안의 최종 결론을 도출할 앞으로 과정 역시 국민 의견 수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교육부는 4월11일 이송안을 발표하면서 “국가교육회의가 숙의·공론화 과정을 통해 대입제도 개편에 대한 국민의 뜻을 모아줄 것”을 요청했다. 국가교육회의는 4월16일 3차 회의를 통해 구체적인 공론화 추진 절차를 결정할 예정이다. 국가교육회의를 중심으로 한 공론화 과정과 별도로, 교육부 자체적으로도 ‘학교생활기록부 신뢰도 제고 방안’ 확정을 위한 정책숙려제를 실시한다. 중학교 3학년~고등학교 2학년 학생, 초·중등 학부모와 교원, 대학 관계자, 이해관계가 없는 일반 국민 각각 20명 정도로 구성된 시민정책참여단이 학습과 토론을 거쳐 권고안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입제도 개편에 숙의·공론화 과정을 도입하는 이유에 대해 “워낙 찬반이 팽팽하고 갈등이 첨예한 사안이어서 더더욱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약속한 대로 8월에 최종 확정된 내용만 발표해도 그만이지 않겠느냐는 일부 목소리도 있었지만, 국민의 관심이 높고 이해관계도 깊이 걸려 있는 문제이니만큼 어떤 게 쟁점이 되는지 알리고 같이 숙의하면서 절차적 정당성을 철저히 밟아나가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뜨거운 감자를 다루기 위한 방법으로 고심 끝에 ‘숙의’를 채택했지만, 다급한 교육 현장은 이 느리고 신중한 과정을 받아들일 여유가 없어 보인다. 4월11일 입시제도를 비롯한 중장기 교육 개혁을 위한 방안 발표를 마친 김상곤 교육부 장관에게 기자들이 쏟아낸 질문은 결국 “그래서 수능 비중을 강화하겠다는 거냐 말겠다는 거냐” “수능 절대평가를 하는 거냐 마는 거냐” 등이었다.

그날 언론 보도를 보고 한 중학교 3학년 학생은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받는 수능 대비 수업을 듣기 위해 입시학원을 찾았다. “뉴스를 보니 마음이 불안해져서 (절대평가든 상대평가든) 일단 수능 등급을 만들어놓는 게 급선무라는 생각이 들어서 왔다며 언니·오빠들 사이에 앉아 수능 문제 풀이를 듣더라(서울 소재 수능 대비 학원 강사 이 아무개씨).”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이후 대학 입시제도는 수십 차례 바뀌었다(위 <표> 참조). 모두 나름의 이유가 있는 제도 개편이었지만 그 결과는 또다시 다음번 제도 개편의 원인이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지난해 12월12일 1회 대입정책포럼에서 권오현 전 서울대 입학본부장은 이렇게 말했다. “역사적으로 진행된 수많은 입시제도 개혁이 분명히 당시에는 최선의 선택이었을 텐데 왜 금방 비판의 대상이 되어버린 것일까? 이런 의문에 대해 해답을 찾다 보면 우리 사회에는 아무리 좋은 취지의 제도라도 무효화해버리는 일종의 ‘늪’이 존재한다는 생각이 든다.”

늪에 빠지는 것이 두려워 앞으로 나아가기를 포기하는 것과, 오히려 뒤로 돌아가버리는 것과, 일단 무작정 늪을 건너보는 일들이 이제껏 반복돼왔다. 어쩌면 이번이 처음으로 늪 앞에서 숨을 고르고 차분히 숙려할 기회일지도 모른다. 지금껏 경험한 늪은 어떠했고 그것에 대응하는 시도들은 왜 실패했는지, 그것들 가운데 잘 고쳐 쓸 만한 건 없었는지, 무엇보다 이 늪은 왜 자꾸 생기며 어떻게 발생을 막을 수 있을지, 늪에 빠진 대한민국의 교육을 구할 지혜가 모일 수 있을까. 국민의 뜻을 모아 마련될 교육개혁 종합방안(가칭)은 오는 8월 말에 발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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