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의 화장실
이순희 지음, 빈빈책방 펴냄

“수세식 변기를 최고의 변기로 여기고 사용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야외 배변으로 고통받는 개발도상국 사람들을 돕고자 나선 빌 게이츠의 문제의식에서 시작한다. 야외 배변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이며, 수세식 화장실이 과연 그 대안이 될 수 있는지 짚어본다. 우리가 사용하는 쾌적한 수세식 화장실 역시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해 절대 최선은 아니라는 점, 지구촌이 건강하게 지속되려면 개발도상국뿐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화장실 혁명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한다. 그리고 화장실 혁명을 위해 필요한 조건을 설명하고, 새로운 화장실을 개발하려는 흥미로운 시도를 소개하고 있다.
배설물은 쓰레기가 아니라 중요한 자원이다. 배설물의 자원 가치를 잘 활용하는 것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한 지름길이라는 문제의식을 담았다.



외교외전
조세영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이제 외교는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다.”

한반도에 ‘외교의 시대’가 도래했다. 남북관계를 둘러싼 미·중·러·일의 외교전이 치열하다. 국가 생존에 필수인 외교가 피부로 와닿는 요즘, 외교를 외교관의 삶으로 풀어놓는 책이 나왔다. 30년 동안 외교관 생활을 한 조세영씨가 썼다. 저자는 일본·중국·예멘·미국 등에서 근무했다. 외교 비사를 다룬 책은 가끔 나오지만, 외교관의 삶을 다룬 책은 드물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재외공관 생활, 외교관 복장, 외교 전문과 암호, 정보수집 전쟁, 외교 행사와 요리, 외교부 조직 문화, 통역, 대사직 등에 대해 기술했다. 비외교관 출신으로 한국 외교에 뚜렷한 흔적을 남긴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이야기 등이 흥미롭다. 외교에 관심이 있는 시민에게 문턱이 높지 않은 책이다.



자본주의:유령 이야기
아룬다티 로이 지음, 김지선 옮김, 문학동네 펴냄

“민주주의하기 딱 좋은 날이네.”

인구 12억명인 인도에서는 상위권 부자 100명이 GDP(국내총생산)의 25%에 해당하는 자산을 점유하고 있다. 상당수 인구가 하루 20루피(약 300~400원)로 ‘유령’처럼 근근이 살아가는 나라. 그러나 인도만 그렇겠는가. 〈자본주의:유령 이야기〉는, 소설 〈작은 것들의 신〉으로 유명한 아룬다티 로이가 오염된 강과 헐벗은 산, 수십만 농민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농촌, 부호의 호화로운 저택과 빈민들이 병존하는 도시 등 조국 인도의 참혹한 현장을 발로 뛰며 기록한 르포르타주다. 정부와 글로벌 대기업뿐 아니라 유엔과 IMF 같은 국제기구, 심지어 유명 작가인 자신마저 시스템의 가해자로 고발한다. ‘자본주의를 송두리째 갈아엎자’는 저자의 주장이 순수한 문학적 언명으로만 여겨지지는 않는다.



대구, 박정희 패러다임을 넘다
홍종흠 외 지음, 새대열 엮음, 살림터 펴냄

“대구가 바뀌어야 대한민국이 바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구속으로 이어지는 사태는 그를 압도적으로 지지한 대구 시민들을 혼란케 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부터 보수의 아성을 구축했던 대구 시민들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 책은 ‘박정희 신화의 동굴’로 불리는 대구에 살면서 활동하는 학계·교육계·문화계·예술계· 법조계 27인의 목소리를 담았다. ‘새대열(새로운 대구를 열자는 사람들)’ 소속 홍종흠 전 〈매일신문〉 논설주간, 김형기 경북대 교수, 강민구 수성구 의원, 이석우 교사 등이 필자로 참여했다. 그들은 이제 대구가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함에서 이 책을 기획했다. 지난 50여 년간 굴곡 많았던 대구·경북 지역의 역사를 살피면서 자신들의 ‘고향’인 대구에 매서운 비판을 가한다.

진짜 몽골, 고비
노시훈 지음, 심영주 그림, 어문학사 펴냄

“완벽한 공허에 압도당하며 1년치의 서러움을 씻어내고 오는 곳.”

‘인생의 고비엔 고비 사막에 가야 한다.’ 저자는 농담 같은 이 말을 실제로 실천한다. 1년치 서러움을 씻어내기 위해, 1년치 수고를 견뎌낼 평안을 얻기 위해 매년 고비 사막으로 떠난다. 사방이 지평선인 곳, 인간의 흔적은 물론 생명의 흔적도 없는 완벽한 공허에 압도되어 눈물 한 방울 뚝 흘려야 살아갈 힘을 얻는다.
땅이 완벽하게 황량해진 다음에야 사람들은 하늘의 풍성함을 알게 된다. 몽골에서는 하늘만 보고 걸어도 심심하지 않다. 눈에 걸리는 것이 다 사라진 뒤에야 사람들은 사물을 새롭게 바라보는 눈을 갖는다. 바람마저 사라져 소리가 또박또박 들릴 때 귀 또한 열린다. 모든 익숙한 것들과 결별시키는 고비 사막은 그렇게 우리에게 새로움을 선사한다. 그 가난한 풍요를 즐기기 위해 저자는 매년 고비 사막을 찾는다.



2018 제9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박민정 외 지음, 문학동네 펴냄

“이렇게 다들 죽거나 사라지는 거면 결국 내 인생에 남는 건 뭘까.”

9회째를 맞은 젊은작가상은 등단 10년 이하의 신인 작가들이 써낸 작품 중 가장 빼어난 일곱 편에만 수여된다. 노태훈·이은지·이재경 젊은 평론가 세 명이 2017년 한 해 동안 발표된 수백 편의 중·단편소설을 검토했고, 성석제·신수정·신형철·이장욱· 정이현씨가 본심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올해 수상자는 박민정·임성순· 임현·정영수·김세희·최정나· 박상영. ‘한국 소설의 현재’가 이 이름 위에 있다. 젊은 작가들을 널리 알리자는 상의 취지에 따라 작품집은 출간 후 1년간 특별보급가로 판매한다. 올해는 젊은작가상 ‘특별판’도 함께 세상에 내놓았다. 동네서점 56곳이 2010~2017년 수상작을 모두 검토해 7편을 추렸고, 이 책은 동네서점에서만 구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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