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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의 4․19 승부수에 담긴 뜻

2018년 04월 23일(월) 제554호
천관율 기자 yu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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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구속된 ‘드루킹’과의 관계를 의심받으며 위기에 몰렸다. 그는 경남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특검 수사도 수용하겠다면서 정면 돌파를 택했다.

4월19일은 중요한 변곡점으로 기록될 날이다. 이날 김경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경남도지사 선거 불출마로 기울었다가 마음을 바꿔 출마를 선언했다. 김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그는 포털사이트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된 ‘드루킹’과의 관계를 의심받으며 위기로 몰렸다.

오전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취소하고 고민하던 김 의원은 오후에 출마 선언과 동시에 특별검사 수사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정면 돌파를 택한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청와대의 국정 장악력, 중기적으로는 차기 경쟁 구도의 재편, 장기적으로는 한국 정치지형 구조 변동의 문제가 4월19일의 이 선택에 집약되어 있다.

드루킹이라는 닉네임을 쓰는 김 아무개씨는 포털사이트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구속됐다. 구체적으로는 올해 1월17일 이른바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특정 기사의 댓글 공감수를 문재인 정부에 불리하게 조작한 혐의다(30~31쪽 기사 참조). 그런데 이 드루킹이 김경수 의원과 대선 전후로 수차례 연락을 주고받은 사실이 확인되면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총공세를 폈다. 인터넷 여론 조작에 정권 핵심 인사가 관여한 것 아니냐는 공세다.

ⓒ시사IN 조남진
4월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여권은 드루킹이 김 의원에게 자신의 활동을 과시하며 접근한 사실은 있지만, 반대로 김 의원이 드루킹에게 일을 시키거나 조직과 자금을 지원한 사실은 없다고 봤다. 사건의 본질이 드루킹의 ‘일방적 구애’라면, 김 의원은 공모자가 아니라 피해자다. 김 의원도 4월14일 1차 해명 기자회견에서 이런 취지로 설명한다.

상황이 미묘하게 바뀐 것은 4월16일이다. 이날 김 의원은 2차 해명 기자회견을 여는데, ‘일방적 구애’로만 해석하기 힘든 정황이 확인된다. 첫째, 드루킹이 “자신들의 활동을 일방적으로 보내온 것일 뿐”이라는 1차 해명이 흔들렸다. 2차 해명에서 김 의원은 이렇게 말한다. “홍보하고 싶은 좋은 기사를 사적 인연 있는 분이나 동창 모임 등에 보낸 적은 있다. 그렇게 보낸 기사가 드루킹에 전달됐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2차 해명 사흘 후인 4월19일 경찰은 김 의원이 16개월 동안 드루킹에게 보낸 텔레그램(메신저 프로그램) 메시지 14개 중 10개가 기사 URL(인터넷 주소)이라고 확인했다. 이것만으로는 문제라고 보기 어렵다. 정치인의 통상적 홍보 활동에 속한다. 하지만 ‘일방 관계’라던 김경수·드루킹 관계가 ‘쌍방 관계’였을 가능성은 열린다.

둘째, 드루킹이 오사카 총영사로 추천한 인물(대형 로펌 도 아무개 변호사)을 김 의원이 청와대에 전달했다는 사실이 2차 해명에서 확인된다. 지난해 대선이 끝난 후 김 의원은 드루킹의 인사 청탁이 들어오자 인사 추천 시스템을 통해 청와대 인사수석실에 전달했고, 적임자가 아니라는 회신을 받았다. 여기까지도 정상적인 절차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이후 드루킹이 “가만히 있지 않겠다”라는 협박성 발언을 김 의원에게 한다. 올해 2월에 드루킹이 오사카 총영사 자리를 다시 집요하게 요구했고, 이제 선을 넘었다고 판단한 김 의원이 이를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전달한다.

4월16일 청와대는 이 ‘두 번째 전달’을 설명하느라 진땀을 뺐다. 관계자들은 이례적으로 분주하게 기자실을 찾았다. 청와대의 설명은 이렇다. 김 의원에게 내용을 전달받은 백원우 민정비서관이 도 변호사(드루킹이 추천한 인사)를 한 시간 동안 만난다. 그리고 역시 오사카 총영사로 부적합하다고 판단한다. 협박성 발언을 전달받은 청와대가, 협박에 대해 조사한 게 아니라 청탁받은 인사를 만난 것이다. 그리고 협박의 실체를 판단한 것이 아니라 인사 적합성 판단을 다시 한다. 이것을 ‘협박에 대한 대응’으로 볼 수 있는가? 인사 청탁에 대한 대응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나? 기자실에서 쏟아진 질문의 핵심이었다.

‘불출마 검토’를 만류한 까닭

이런 의문이 말끔하게 정리되지 않은 단계에서, 김 의원은 출마를 선언하고 특검도 받을 수 있다고 치고 나왔다. 이 정면 돌파가 성립하려면 드루킹과의 관계에서 지금 단계 이상으로 나아갈 사실이 없어야 한다. 여기서 새롭고 중요한 사실이 추가된다면 국정 동력을 훼손하는 스캔들로 번질 수 있다. 새롭고 중요한 사실이란, 드루킹이 대선 과정에서 매크로 프로그램 등 불법적 수단으로 문재인 후보를 도왔는지, 민주당 측에서 드루킹으로 활동자금이 전달되었는지, 민주당 측이 드루킹의 불법적 수단을 알고도 홍보를 부탁했는지 여부다. 즉, 댓글 홍보전과는 다른 의미로 불법 여론 조작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그것에 현 여권이 개입했는지가 핵심이다.

이런 진전이 없는 이상, 현 단계에서 이 사건을 곧바로 ‘여론 조작 게이트’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공세는 별개 사실을 묘하게 뒤섞는다. 드루킹은 대선 때 문재인 후보 댓글 홍보 활동을 했다. 대선 후에는 문재인 정부에 불리한 불법 여론 조작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두 야당은 대선 이전의 ‘대선 후보 문재인 지지’와 대선 이후의 ‘불법 여론 조작’을 섞어 “대선 후보 문재인 지지 불법 여론 조작 사건”이라는 하나의 문장으로 만들어버린다. 이것은 아직 확인된 바 없는 얘기다.

김경수 의원은 불출마를 검토하다가 주변 인사들의 만류를 받았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성폭행 의혹으로 차기 구도에서 이탈한 후로, 민주당 인사들은 차기 주자군을 키워야 한다는 압박을 느껴왔다. 김경수 의원은 정치권 내에서 거론되는 잠재 후보군 중 한 명이었다. 친문 핵심 지지층을 고스란히 승계할 수 있는 데다가, 겸손하고 진중한 성품으로 비문 정치인들 사이에서도 호감을 사는 카드다. 안희정 전 지사에 이어 김경수 의원까지 꺾여서는 곤란하다는 기류가 있었다.

김 의원은 두 가지 위험, 드루킹 수사에서 추가로 중요한 사실이 튀어나올 위험과 경남지사에서 패배할 위험을 감수한다는 중요한 결정을 했다. 두 위험을 모두 극복해낸다면, 정치권 내에서나 알음알음 거론되던 ‘김경수 차기론’에 힘이 실리는 전화위복도 가능하다. 하지만 두 위험 중 하나라도 현실이 된다면 상황은 크게 나빠진다. 드루킹 수사에서 추가로 중요한 사실이 튀어나온다면, 청와대의 국정 장악력은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강제 수사 과정에서 실질적 정권 2인자의 중요 정보를 수사 당국이나 특검이 확보할 수 있다는 대목도 부담이다.

경남지사 선거에서 패배할 위험도 간단치 않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경남은 한국 정치지형의 장기적 구조 변동이 가능한지를 판단할 중요한 가늠자다. 경남에서도 민주당이 승리한다면, 자유한국당으로 대표되는 냉전 보수가 대구·경북 지역당으로 쪼그라든다는 의미다. 이런 역사적 의미 때문에 경남 선거는 지방선거 최대 관심 지역으로 일찌감치 떠올랐다. 민주당이 경남을 핵심 전선으로 설정한 이유이자 애초에 출마에 크게 뜻이 없던 김 의원이 강한 출마 압박을 받은 이유다.

단기·중기·장기적으로 중요한 선택이, 불확실성이 아주 높은 상태로 나왔다. 검찰 또는 특검의 수사와 경남 유권자의 선택이라는 두 바퀴가 동시에 굴러간다. 경남은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를 넘어서는 역사적 승부처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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