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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개편, ‘교육 갈등 조정자’의 첫걸음

2018년 05월 07일(월) 제555호
변진경 기자 alm242@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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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교육회의가 2022학년도 대입 개편 시안을 마련하기 위한 공론화 과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입 개편이라는 뜨거운 감자를 정책에 제대로 반영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4월25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앞, 정문을 사이에 두고 두 단체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대입에서 각각 ‘수능 확대’와 ‘수능 축소’를 주장했다. 수능 축소를 주장하는 23개 교육단체 연대의 기자회견이 열리는 동안 반대 측 참석자들의 방해가 이어졌다. 수능 확대를 주장하는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회원들은 “당신들이 뭘 아느냐!”라고 소리 지르거나 상대편의 현수막을 짓밟았다. 그 회원의 손에는 다음과 같은 팻말이 들려 있었다. “대입개편특위는 공정하게 균형 있게 중립적으로.”

대입제도개편 특별위원회(이하 대입개편특위)는 2022학년도 대입 개편 시안의 공론화를 맡게 된 국가교육회의 내 특별위원회다. 교육부는 지난 4월11일 학생부종합전형과 수능전형 간 적정 비율, 수시·정시의 통합 여부, 수능 절대·상대평가 전환 등에 관한 여러 시나리오를 나열한 ‘열린 안’을 국가교육회의로 이송했다. 최종 결정은 국가교육회의에서 내려달라는 요청이었다.

ⓒ시사IN 조남진
4월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수능 확대’와 ‘수능 축소’를 주장하는 두 교육단체가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국가교육회의는 이를 받아들였다. 4월16일 기자회견을 열어 대입 개편 공론화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대입개편특위와 공론화위원회를 구성·운영해 국민참여형 공론화 과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입개편특위가 공론화 ‘범위’를 설정하면(5월), 공론화위원회는 구체적인 공론화 ‘의제’를 선정해(6월), 국민참여형 공론 절차를 추진한다(7월). 거기서 나온 결론은 국가교육회의 전체회의에서 최종 확정돼(8월) 다시 교육부로 이송된다.

국가교육회의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설치된 교육 부문 대통령 직속 민관 합동 자문기구이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중장기 국가 교육정책을 논의하기 위한 독립 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를 만들되, 그것의 전 단계로 집권 초기 먼저 국가교육회의를 설치·운영하겠다”라고 밝혔다. 공약대로 지난해 9월 ‘국가교육회의 설치·운영 규정’을 제정하고 12월 신인령 의장(전 이화여대 총장) 등 위원 21명을 구성했다.

국가교육회의가 맡은 역할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교육 개혁 방향의 초안을 잡는다. 국가교육회의는 과도한 입시 경쟁 지양, 사교육비 경감, 교육 격차 완화, 미래 사회 대비 등을 교육 개혁의 과제로 보고 있다. 둘째, 주요 교육정책에 대한 여론 수렴 등 공론화를 통해 정책 추진을 지원한다. 대입제도 개편, 교원양성체제 개편, 고교체제 개편, 유치원·어린이집 격차 해소 방안 등 사회적 파급력이 크고 이해관계가 복잡한 과제를 중심으로 숙의 과정을 통해 합리적 대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마지막, 어쩌면 가장 중요할 수 있는 임무가 바로 국가교육위원회 산파 구실이다. 정부는 국가교육위원회를 정권 교체 여부와 상관없는 독립적인 중장기 교육정책 논의 기구로 만들고 싶어 한다.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따르면 이 기구의 출범 예상 시기는 2019년. 그때까지 조사·연구와 공론화를 통해 국가교육위원회의 위상과 기능은 물론, 누가 어떻게 이것을 이끌어 나갈지 등 구체적인 설치 방안을 마련하는 일이 바로 국가교육회의의 몫이다.

ⓒ연합뉴스
대입 개편 공론화 방안을 발표 중인 신인령 국가교육회의 의장(오른쪽)과 김진경 대입개편특위 위원장.
대입 개편 권고안 발표 시점까지 3개월 남아


그런 국가교육회의가 맨 처음 총대를 멘 일이 바로 대입 개편이다. 하필이면 가장 복잡하고 갈등이 첨예한, 흔히 ‘답이 없다’고도 말하는 난제를 떠안게 되었다. 출범 이후 두 차례 회의와 워크숍 정도만 치른 국가교육회의는 국민에게 본연의 기능과 활동 내용을 제대로 알릴 계기가 없었다. 학생·학부모 처지에서는 존재조차 생소한 국가교육회의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자신들의 입시를 결정짓겠다고 하니 반응이 고울 리 없다. 국가교육회의와 대입개편특위를 각각 교육부의 ‘하청’ ‘재하청’ 기관으로 평가절하하며 교육부·국가교육회의를 모두 불신하는 언론 보도와 인터넷 댓글 역시 쏟아지고 있다.

신뢰를 채 쌓기도 전에 신뢰가 필수 요건인 갈등 조정자 역할을 맡아서 생긴 현상이다. 최창의 행복한미래교육포럼 대표는 “대입 개편 공론화 과정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반대 측에서 실망과 분노가 나오고 그 화살은 결국 국가교육회의로 향할 텐데, 그렇게 국가교육회의가 신뢰를 놓치면 앞으로 국가교육위원회 출범도 발목이 잡힐까 봐 우려스럽다”라고 말했다.

국가교육회의가 당장 앞에 닥친 대입 개편 공론화 과정을 잘 이끌어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10년째 서울에서 고3 학생들의 진학 지도를 담당하고 있는 김진미(가명) 교사는 일반 국민 참여와 토론으로 대입 개편 방안을 찾는다는 이번 공론화 계획에 대해 “암 환자 치료를 위해 수술을 할 것이냐 항암제를 쓸 것이냐를 두고 전문가를 배제한 채 비전문가에게 묻는 꼴이다”라고 비판했다. ‘대학교수’ 일색인 대입개편특위 위원 구성에 대해서는 수능 축소 찬반 양측이 모두 비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국가교육회의의 활동을 ‘마지막으로 주어진 기회’로 여기고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절박하기 때문이다. 박정근 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 회장은 “교육부가 교육의 본질이라는 관점에서 입시를 바라보고 리더십을 발휘했으면 좋았겠지만 그러지 못해 굉장히 아쉽다”라면서도 “하지만 한 번 더 기회가 왔다. 국가교육회의에서 논의다운 논의를 이끌어 나간다면 적어도 지금보다 한 걸음 정도는 앞으로 나아간 안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고, 또 꼭 그렇게 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우리 사회에서 교육은 늘 ‘갈등’이었다. “교육사를 통틀어 봐도 우리는 이제껏 교육에 관해 좋은 결정의 경험을 갖고 있지 못하다. 권위를 가진 조정자도 없었다(함영기 서울시교육청 정책연구장학관).” 대입 개편이라는 뜨거운 감자 앞에서 최초의 ‘교육 갈등 조정자’를 자임한 국가교육회의가 그 첫 번째 선례가 될 수 있을까? 이번 시험의 성공으로 국가교육위원회로 가는 신뢰의 길도 잘 닦을 수 있을까? 국가교육회의의 첫 결과물이 될 대입 개편 권고안은 8월 초에 나온다. 이제 겨우 3개월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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