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불똥이 포털사이트로 옮겨붙었다. 야 3당은 드루킹 김 아무개씨 등의 댓글 공감 수 조작이 네이버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불법 매크로 프로그램 사용을 방조했다는 것이다. 4월25일 네이버가 댓글 개편안을 내놓았으나 정치권에서는 불충분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들은 포털이 뉴스를 ‘아웃링크’로만 제공하는 방안을 최종 해결책으로 꼽는다.

아웃링크(outlink)와 인링크(inlink)는 포털사이트가 정보를 제공하는 두 양식이다. 아웃링크 방식은 클릭했을 때 해당 정보를 제공한 타 사이트로 이동한다. 뉴스의 경우 기사 제목을 클릭했을 때 언론사 홈페이지로 이동하면 아웃링크, 네이버뉴스(news.naver.com)로 이동하면 인링크다. 현재 포털 이용자가 언론사 기사를 아웃링크로 먼저 접하려면 PC로 검색 기능을 거쳐야 한다. 검색이 아니라 네이버뉴스·미디어다음 등 포털 뉴스 서비스를 이용하면 인링크 기사가 먼저 뜬다. 모바일 뉴스는 검색을 통해도 100% 인링크 방식이다.

ⓒ연합뉴스4월25일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본사 앞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비상 의원총회에서 김성태 원내대표가 “댓글 여론 조작 묵인한 네이버를 수사하라”고 발언하고 있다.
4월4일 박성중 자유한국당 의원은 포털의 뉴스 인링크를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10조 3항에 따르면 “인터넷 뉴스 서비스 사업자는 기사를 매개하는 경우 기사를 생산한 자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하여 기사가 제공되도록 하여야 한다”. 현행 조문 내용인 ‘기사와 독자 의견 구분’은 삭제됐다. 포털이 아웃링크 방식으로만 기사를 제공한다면 댓글 또한 사라지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인링크 금지법은 ‘포털 댓글 삭제’도 내포한다.

야 3당은 모두 인링크 뉴스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4월23일 홍준표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어 “네이버는 인링크를 이용해 취재기자 한 명 없이도 뉴스 장사를 한다”라고 말했다. 다음 날 바른미래당의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역시 네이버 임원진을 만나 댓글 폐지와 아웃링크 전환을 촉구했다. 민주평화당도 “아웃링크 방식을 통해 여론 조작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라”고 논평을 냈다. 여당 의원들도 일부 동조했다. 4월24일 SBS에 따르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소속 민주당 의원 8명 가운데 5명이 포털 뉴스 아웃링크 전환에 찬성했다. 다만 과방위 여당 간사인 신경민 의원실은 “아웃링크 자체는 바람직하나 법적으로 강제하는 방안에는 유보적 입장이다”라고 밝혔다.

네이버가 4월25일 내놓은 댓글 개편안에 아웃링크 전환은 포함되지 않았다. 대신 24시간 동안 계정 하나로 클릭할 수 있는 공감·비공감 수 50개로 제한, 10초 이내에 다른 공감·비공감 클릭 제한, 기사 하나에 같은 계정으로 작성할 수 있는 댓글 3개로 제한, 60초 이내에 다른 댓글 작성 제한을 적용했다. 그러나 야당은 아웃링크 없이는 부족하다고 본다. 4월25일 네이버 본사 앞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비상 의원총회에서 김성태 원내대표는 “구글이 채용한 방식인 아웃링크를 왜 외면하는 것인가? (중략) 광고 수익을 얻겠다는 장사꾼 심보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왜 아웃링크여야 한다고 주장할까? ‘매크로를 이용한 댓글 조작은 원천 봉쇄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문제의식이 배경에 깔려 있다. 웹 보안 전문가들은 “조작을 막는 제도나 기술이 나오면 반드시 우회하는 매크로 프로그램도 개발된다”라고 입을 모은다. 네이버의 이번 대책처럼 계정당 작성 가능한 댓글 수·클릭 가능한 공감 수를 규제하면 더 많은 아이디와 IP를 동원해서 뚫는다는 것이다.

네이버의 이익과는 충돌하는 법안이다. 광고 수익이 걸려 있어서다. 현행 인링크 구조에서는 뉴스를 클릭할 때마다 내부 트래픽이 발생하고, 이에 비례해 광고 단가가 오른다. 기사를 읽고 댓글을 작성하느라 사람들이 몰릴수록 광고 수익이 증가하는 셈이다. 지난해 네이버 영업 수익 가운데 광고 수익은 73%가량이다. 이 가운데 뉴스에서 나오는 수익이 얼마인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인링크 뉴스로 인한 광고 수익이 적지 않으리라고 짐작할 만한 자료는 있다. 지난해 안민호 교수(숙명여대 미디어학부)가 개발한 ‘디지털 뉴스 소비지수’에 따르면, 포털 이용자들은 체류 시간의 38%를 뉴스에 쓴다. IT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인링크 뉴스로 올리는 수익을 ‘가두리 양식’에 빗댄다.

인링크 뉴스 중단하면 조작 막을 수 있지만

그런데 네이버에 ‘즉각 구글과 같은 아웃링크 방식 뉴스만 운영하라’고 요구하기에는 걸림돌이 있다. 구글과 달리 네이버는 언론사에 ‘전재료’를 주고 기사를 산다. 네이버가 인링크 뉴스를 아웃링크로 돌리려면 먼저 각 언론사와의 계약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법안이 시행되기 전 스스로 인링크 뉴스 서비스를 없앨 경우 언론사와 법적 다툼이 생길 수도 있다. 자사 홈페이지로 광고 수익을 창출하기 어려운 군소 매체는 네이버에서 트래픽을 받기보다 전재료를 받는 편을 선호하기도 한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4월25일 자유한국당 의원들에게 “아웃링크와 관련해 (중략) 언론사마다 이해관계가 달라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라고 밝힌 이유다.

법을 도입하지 않아도 각 매체가 인링크 뉴스 공급을 중단하면 네이버 댓글 조작은 막을 수 있다. 현실성은 희박하다. 규모가 크든 작든 언론사들은 네이버에 기사를 판매하기 위해 줄을 선다. 전재료 때문만은 아니다. 한국은 인터넷 콘텐츠 소비의 대부분이 포털 내에서 이뤄지기에, 포털에 뉴스를 공급해야 매체 영향력이 유지된다. 지난해 한국언론진흥재단과 영국 로이터 저널리즘연구소가 함께 펴낸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7〉을 보면, 세계 36개국 중 한국은 뉴스 포털 의존율(77%)이 가장 높고 언론사 홈페이지(4%)·SNS (8%) 의존율은 가장 낮다. 각 항목에서 한국과 순위가 비슷한 국가는 일본이다. 네이버처럼 야후재팬은 일본 내 온라인 뉴스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다(‘포털 독과점’은 한국 현상 기사 참조).

포털 종속을 극복해보려던 매체들은 어김없이 손해를 봤다. 2004년 국내 스포츠 신문 5개사는 신생 포털인 파란닷컴과 독점 전재 계약을 맺었다. 2008년에는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가 ‘광고주 영업 방해’ 등을 이유로 미디어다음에 기사 공급을 중단했다. 이들 3사와 〈매일경제〉는 2009년부터 5년7개월간 네이버 모바일에 기사를 공급하지 않았다. 모두 실패했다. 각 매체의 대체재는 얼마든지 있다는 사실만 증명됐다. 결국 매체도, 이용자도 네이버에 집중됐다. 댓글 조작의 효용이 높은 환경은 이렇게 탄생했다.

50개 일간지들이 속한 한국신문협회는 4월19일 문화체육관광부에 신문법 개정안(인링크 금지법) 찬성 의견서를 제출했다. 한국신문협회는 개정안 통과, 포털의 기사 매개 알고리즘 공개, 아웃링크 방식으로 매개하더라도 포털 수익 언론사와의 배분을 주장했다. “지금까지 경험상 포털의 뉴스 서비스 제도 변경은 미디어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해결하기 힘든 것으로 확인됐다”라는 이유였다.

이 논의 방향이 적절하지 않다고 우려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7〉 작성에 참여한 김위근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은 먼저 기술 문제를 제기했다. 아웃링크로 전환되면 각 언론사가 자사 홈페이지 댓글을 관리해야 할 텐데, 대부분 매체는 실효성 있게 운영할 역량이 없다는 것이다. 기본권 침해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가 문제다. 김 위원은 “인링크냐 아웃링크냐는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일 뿐 정책적으로 규제할 문제는 아니다. 논란이 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우선 자율 규제를 하고, 문제가 생기면 현행법으로도 처벌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권헌영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아웃링크 방식이야말로 특정 집단의 ‘가두리 양식’을 유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치인이나 고위 공직자들로선 인터넷상에 표현이 많을수록 불안하다. 그들에게는 특정 언론보다 포털 댓글이 더 위험한 변수다. 댓글이 없어지면 ‘누구 앞에서 화장을 해야 하는지’ 명확해지는 것이다. 이해 당사자인 정치권 대책에만 동조할 게 아니라 풍부한 상상력에 기댄 대책이 필요하다.”

기자명 이상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prode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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