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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과 항구까지 넘기는 그리스 정부

2018년 05월 16일(수) 제556호
아테네·김영미 국제문제 전문 편집위원 webmast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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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재정위기에 몰린 그리스는 EU와 IMF 등 채권단의 도움을 받아 살림을 꾸려왔다. 외채를 갚기 위해 채권단의 요구에 따라 공항과 항구 운영권 등을 민간 기업에 팔았다.

아테네 시내에서 방 3개짜리 아파트에 사는 테오 씨(40)는 관광버스 기사이다. 아이는 둘이다. 한 달 전기료로 110유로, 수도세 60유로, 전화와 인터넷 비용 30유로를 지출한다. 여기에 주택 임차료는 800유로, 매달 식비는 400유로 정도 들어간다. 아이들 학교 다니는 돈까지 합치면 한 달에 최소 2000유로(약 258만원)가 있어야 생활이 가능하다. 하지만 테오 씨의 한 달 수입은 1000유로 정도밖에 안 된다. 그리스 경제위기 사태로 관광객이 줄었기 때문이다. 최근 아내가 온라인 업체에 취직해 800유로(약 103만원) 정도를 보탠다. 그래도 생활비는 매달 적자다. 그는 “슈퍼마켓에 가면 나와 아내는 거의 전투를 벌인다. 우리 식구들이 가장 오래, 많이 먹을 수 있는 것만 산다”라고 말했다.

그리스는 2010년 재정위기로 국가부도 직전까지 몰렸다. 세 차례에 걸쳐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무려 3260억 유로(약 420조원) 구제금융을 받았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이 1.4% 성장률을 기록했다. 성장률이 -9.1%였던 2011년과 비교하면, 그리스 경제는 긴 암흑의 터널을 빠져나오고 있다. 지난 4월27일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3차 구제금융이 만료되는 오는 8월 그리스의 구제금융을 마무리 짓기로 합의했다.

ⓒAP Photo
2016년 5월31일 그리스 피레우스 항과 테살로니키 항 운영권을 민간 기업에 매각하는 데 반대하는 항만 노동자들. 두 항구는 해외 자본에 팔렸다.
2015년 총선에서 승리한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가 집권당인 시리자(급진 좌파 연합)를 이끌고 있다. 그는 국제 채권단이 압박하는 긴축 요구를 거부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워 집권했다. 하지만 취임 직후 그도 별수 없었다. 그리스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잔류를 위해 채권단의 압박에 굴복해야 했다.

이렇게 그리스는 구제금융으로 나라 살림을 꾸리며, 채권단 요구에 따라 재정지출 감축, 공공 부문 임금 삭감, 세율 인상 등을 추진해왔다. 막대한 외채를 갚기 위해 공항 운영권, 대형 은행 및 공기업의 정부 지분 등 공공 재산도 매각했다. 이런 와중에 시민들과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다.

고대 유산 해칠 우려에도…

2014년 그리스 정부는 아테네의 관문 구실을 해오다 2001년 폐쇄된 헬레니콘 공항 부지를 중국·아랍에미리트(UAE)계 자본인 람다(Lamda) 개발에 팔았다. 람다 개발은 공항 부지 일대에 대규모 도시 재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약 184만 평 부지에 80억 유로(약 10조3000억원)를 투자해서 쇼핑몰, 공원, 호텔 등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문제는 개발 예정지 일부에 고대 묘지와 선사시대 정착지 등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리스 시민들과 야당은 환경과 유산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재개발을 반대했다. 개발 찬반 논란은 결국 법정 투쟁으로 이어졌다. 국제 채권단은 재개발 프로젝트를 빨리 승인하라고 그리스 정부를 압박했다. 채권자 처지에서는 유물 보전보다 빚을 상환받는 것이 급선무다. 지난 1월 그리스 대법원은 헬레니콘 공항 일대에 대한 대규모 도시개발 프로젝트를 승인했다.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헬레니콘 단지 개발 사업은 그리스 헌법과 법률에 부합한다”. 환경·건설 규제를 철저히 지키라는 단서를 달기는 했다.

2015년에는 그리스 주요 공항 14개의 운영·개발권(40년 기한)을 독일 공항운영회사인 프라포트에 12억 유로를 받고 팔았다. 3차 구제금융을 받기 위해 국제 채권단과 약속한 ‘개혁 조치’ 중 하나였다. 유명 관광지인 산토리니 섬과 크레타 섬의 공항도 독일 회사 손에 넘어갔다. 관광 수입이 주요 국가 산업인 그리스인들에게 공항 매각 소식은 충격적이었다고 한다. 대학생인 엘프레스 씨는 “당신이 그리스 관광을 오려면 이제 그리스에 있는 ‘독일 공항’으로 들어와야 한다”라고 농담을 했다.

공항뿐 아니라 그리스의 자랑인 아름다운 항구들도 팔려나갔다. 지난 2월 그리스에서 두 번째로 큰 항구인 테살로니키 항 운영권을 독일 투자회사와 프랑스 해운회사가 주축인 다국적 컨소시엄에 팔았다. 지난 2016년에는 최대 항구인 피레우스 항 운영권을 중국 원양운수그룹에 매각했다. 그리스 1위, 2위 항구가 모두 팔린 셈이다. 피레우스 항은 아시아와 동유럽, 북아프리카로 가는 관문이자 교두보이며 군사적 가치도 높다.

그리스 정부는 2016년, 국유재산 매각을 전담하는 공기업으로 헬레닉 공사(ED IS)를 설립했다. 헬레닉 공사는 7만여 개 정부 자산을 매각 리스트에 올려 하나씩 차례대로 처분하고 있다.

아테네 시내에 사는 택시기사 스테파노 씨(39)에게 ‘그동안 어떻게 버텼느냐’고 묻자, 그는 “아이가 셋인 나는 하루에 16시간을 일했다. 슈퍼마켓에 가면 정말 필요한 식량만 샀다. 밤에는 전기 아끼려 전등을 끄고 난방은 꿈도 못 꾸었다. 소비를 줄이고 또 줄였다”라고 말했다. 중소기업 엔지니어 알렉산드리아 씨(45)도 “나는 2009년 엔지니어 일자리를 잃고 그동안 중국 사업가의 개인 비서를 했다. 삶이 180° 달라졌다. 옷을 사본 지도 오래되었고 두 아이는 대학을 포기해야 했다”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그사이 집을 줄이고 차를 팔았다. 그녀는 “이런 상황은 나만 겪는 게 아니다. 그리스 가정에는 다 있는 슬픈 사연이다”라고 말했다.

일단 공식적 경제통계로 보면 그리스 경제는 회복세다. 그러나 그리스 서민의 삶이 개선되는 기미는 좀처럼 느낄 수 없다. 지난 3월27일부터 닷새간 그리스 북부 대도시 테살로니키에서는 수도가 끊겼다. 120만 인구가 거주하는 그리스 2대 도시에서 대규모 단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수돗물이 끊긴 이유는 단순했다. 도시와 외곽의 급수 시설을 연결해온 50㎞ 길이의 파이프가 노후화되면서 터졌기 때문이다. 그리스 정부는 빚 갚기에 골몰하느라 시민의 실생활과 밀접한 인프라 따위에는 신경 쓸 여유도 없는 모양이다. 단수로 모든 학교가 문을 닫고 병원들도 어려움을 겪었다. 시민들은 단수에 항의해 시위를 벌였다. 테살로니키에 사는 시민 이그리스 씨(37)는 “여기가 시리아, 이라크도 아닌데 우리는 난민과 비슷한 생활을 했다. 아이들 학교도 못 보내고 음식도 못 해먹는 등 너무나 고통받았다. 겨우 물은 나오지만 식수로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녹이 많이 나온다. 정부가 노후한 수도관을 교체할 형편이 안 된다는 사실이 슬프다”라고 말했다. 그나마 수도인 아테네는 상수도 인프라가 프랑스 기업에 팔려 노후 수도관 교체가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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