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신선영

“6월에 1등은 3번이다!” 5월6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 한 커피숍.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 선거대책위(선대위) 발대식이 열렸다. 안철수 후보가 구호를 선창하자 지지자 400여 명이 따라 외쳤다. 흥분한 한 지지자가 “박원순은 시민으로, 안철수는 시장으로”라고 연호했다.

박주선·유승민 공동대표, 김동철 원내대표를 비롯해 바른미래당 의원 18명이 자리를 지켰다. 선대위에도 의원들이 다수 차출됐다. 선대위 부위원장에 이혜훈·김성식 의원, 공동선대본부장에 오신환·이태규 의원 등이 인선됐다. 당력을 안철수 캠프로 집중했다. 바른미래당은 전국 17개 광역지자체장 선거 중 8곳에 후보를 내지 못하고 있다(5월9일 기준). 후보가 정해진 11개 지역 중에서도 이슈를 만들 만한 선거는 서울 정도다.

5월6일 선대위 발대식을 찾은 엄영미씨(53)는 2014년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새누리당 후보에게 투표했다. “나는 정치 성향이 중도다. 박원순 시장은 나라에서 세금받아서 퍼준 것밖에 없다. 안철수 후보는 백신을 개발해서 무료로 배포하며 국민에게 봉사한 사람이다. 서울시 운영도 잘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안철수 후보 유세 현장에서 만난 지지자들에게는 공통적인 특성이 몇 가지 있었다. ‘50·60대’ ‘중도 보수 성향’ ‘새정치에 대한 기대’ 등 바른미래당이 표방하는 합리적 보수, 제3당에 대한 수요를 대표한다.

5월8일 안철수 후보는 ‘서울시정 7년 평가’ 기자회견에서 “박 시장의 지난 7년은 1000만명 글로벌 도시를 운영한 것이 아니라 수만명의 유럽 중소 도시를 흉내 냈다”라며 미세먼지 등 7가지 이슈에 걸쳐 서울 시정을 비판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1년에 대해서는 “대북 관계는 참 잘 끌고 왔다. 하지만 경제는 굉장히 심각하다. 18개월 만에 수출이 감소하고 실업률은 IMF 이후 최악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기자가 김문수 후보에 대한 경쟁 전략을 묻자 안 후보는 김 후보 대신 박 시장을 거론하며 답했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시민들의 선택 기준은 두 가지다. 첫 번째 누가 서울을 제대로 바꿀 수 있는 사람인가. 두 번째 누가 박원순 시장과 대결해서 이길 수 있는 후보인가.” 서울시장 선거에서 자유한국당 후보를 지우고 박 시장과 양자 구도를 만들어내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안철수 후보는 이 전략으로 재미를 봤던 경험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줄곧 강세였던 2017년 대선 레이스에서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후보의 지지율이 빠르게 올라 한때 문재인 민주당 후보에게 근접했다.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대항마’로 부각되면서, ‘박근혜 탄핵’에는 찬성했지만 문재인 후보는 지지하지 않는 ‘반박 비문’ 유권자들의 표심을 공략하려 했다.

서울시장 선거에는 바른미래당의 앞날도 걸려 있다. 바른미래당 중앙선대위원장과 서울시장 후보 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손학규 전 의원은 5월8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방선거 이후를 전망했다. “자유한국당은 맹목적 보수로 쪼그라든다. 합리적 보수는 떨어져 나오는데 제3의 정치세력인 바른미래당을 중심으로 새롭게 형성될 거다.” 즉 자유한국당을 오른쪽으로 완전히 밀어내고 중도에서 합리적 보수까지 빈 공간을 바른미래당이 차지하겠다는 구상이다. 새로운 보수 주자로서 입지를 구축하려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당선까지는 몰라도 최소한 경쟁력은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여론 지형은 지난 대선 때보다 더 민주당으로 기울었다. 5월4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83%였다. 5월8일 나온 서울시장 지지율 조사(한국갤럽·JTBC)에서는 박원순 시장이 56.6%로 안철수 후보(14.8%), 김문수 후보(10.6%)를 멀찍이 따돌렸다(5월7~8일 이틀간 조사.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www.nesdc.go.kr 참조). 정한울 한국리서치 여론분석전문위원은 “안철수 후보가 중도 보수층의 표심을 결집하기 어려울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지금은 중도 보수 유권자가 집권 여당이 잘해주기를 바라는 시기이다. 나를 대변해줄 대안 보수 후보를 기다리고 있지 않다. 한국 정치에서 안보 이슈가 중요한데 성과를 내고 있으니 기대감이 크다.”

5월7일 안 후보는 종로구 인사동부터 예지동 광장시장까지 걸어가며 시민들과 인사를 나눴다. 손학규 선대위원장도 동행했다. 남녀노소가 앞다투어 안 후보와 사진을 찍었다. 종로구에 산다는 60대 부부는 인사동에 산책 나왔다가 우연히 안 후보를 마주쳤다며 끝까지 따라가겠다고 했다.

‘출근길 인사’ 유세에 홀로 남은 후보

후보가 자리를 뜨자 다른 얘기가 흘러나왔다. 자녀들을 데리고 나들이 온 40대 남성은 “연예인 같아서 사진을 찍었다. 안철수씨를 지지하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손가락으로 3번을 만들어 보이며 기념사진을 찍은 20대 커플은 “손학규 전 의원이랑 눈이 마주쳐버렸다(웃음). 한 장 찍으라고 권해서 사진 찍었다. 우리는 민주당 지지자다”라고 말했다. 상인들의 뒷담화는 좀 더 신랄했다. 어머니 때부터 60년간 광장시장에서 떡집을 운영했다는 한 상인은 “여기는 와도 소용없다. 다들 평생 찍은 정당이 있는 골수분자들이다. 민주당 아니면 자유한국당 뽑는다. 그 당(바른미래당)으로 나와서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날 시장에서 방송사와 인터뷰하며 안 후보는 “본격적인 지방선거는 (선대위 발대식을 한) 5월6일부터 시작이다”라고 말했다. 4월4일 출마 선언을 한 이후에도 안철수 캠프는 유세 일정을 바쁘게 잡지 않았다. 안 후보는 “남북 정상회담, 연휴까지는 지방선거 분위기가 올라가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이제부터) 서울 시민들을 직접 찾아뵙고 공약을 계속 발표해나가겠다”라고 말했다. 5월8일에는 서울시청 앞에서 처음으로 ‘출근길 인사’ 유세가 잡혔다. 아침 8시30분에 시작할 예정이었다. 안철수 후보는 35분 지각해 9시5분에 도착했다. 예상보다 차가 많이 밀렸다고 했다. 출근 시간이 지난 덕수궁 앞 거리는 한산했다. 이 일정은 그 자리에서 취소됐다.

 

 

 

기자들은 관훈토론회로 가고…

 

이상원 기자와 김연희 기자는 서울시장 선거에 나온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와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 유세를 밀착 취재했다. 대통령 지지율 83% 시대, 야당 후보가 살아남는 법이 궁금했다.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달랐는지 두 기자의 수다로 풀어봤다.


이상원:김문수 후보 캠프에서 동행 취재를 허락해줬다. 5월9일 하루 동안 계속 따라다니고 이동하는 차 안에서 인터뷰를 했다. 1시간가량 대화한 것 같다. 김 후보는 연신 ‘언론이 도와줘야 한다’고 했다.

김연희:나도 안철수 후보 동행 취재를 신청했는데 안 됐다. 다른 언론사에서 먼저 신청한 게 밀려 있어서 이번에는 어렵다고 하더라. 유세 일정 보고 알아서 찾아다녔다. 안 후보랑 전화라도 한 통 하고 싶었는데 그것도 시간 빼기가 어렵다고 했다.

이상원:인터뷰 도중에 안철수 후보 얘기가 나왔다. 김문수 후보가 하는 말이 안 후보는 기자들하고도 전화가 잘 안 될 거라고 했다. 친화력이 부족하다는 뉘앙스였다.

김연희:사교적인 스타일은 아닌 것 같았다. 선대위원장을 맡은 손학규 전 의원이 안 후보랑 같이 유세를 다녔다. 악수하고, 와서 사진 찍으라 하고. 대중을 향한 제스처에 손 전 의원이 더 적극적이었다.

이상원:김 후보는 정치인답게 친화력이 좋았다. 그런데도 주변에 시민이 거의 몰리지 않았다(웃음). 취재진은 나와 우리 사진기자뿐이었다.

김연희:안철수 후보 유세에도 취재진이 많지는 않았다. 5월8일에 캠프 사무실에서 서울 시정 7년 평가 기자회견을 했는데 취재기자가 7명 왔다.

이상원:나는 그 시간에 프레스센터(서울 중구)에서 하는 김경수(더불어민주당), 김태호(자유한국당) 경남도지사 후보 관훈토론회에 갔는데 거기에는 기자들이 많이 왔다.

김연희:서울에서도 서울시장 선거보다 경남지사 선거에 대한 관심이 더 높은 것 같다.

이상원:박원순 시장이 워낙 막강하니까 선거 초반부터 김문수·안철수 단일화 얘기가 흘러나왔다. 김 후보는 “정치 성향상 안 후보랑 박 시장이 단일화해야 맞다”라는 취지로 얘기하면서도 유권자들 눈치를 좀 보더라.

김연희:안 후보는 “내가 열심히 해서 야권 대표 후보가 되겠다. 정치공학적인 단일화는 하지 않겠다”라는 입장이다.

 

 

 

ⓒ서울경제 제공5월9일 자유한국당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박원순, 바른미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가 공정선거를 다짐하며 악수하고 있다.

 

 

 

 

 

기자명 김연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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