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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자가 사라지는 세상

2018년 06월 01일(금) 제558호
문정우 기자 wo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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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남북 정상회담에서 이례적으로 북한의 도로 교통이 열악하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에 오면 교통이 불비해 불편을 드릴 것 같다며 걱정했다. 남측의 좋은 환경에 있다가 북에 오면 참으로 민망할 수도 있겠다는 말까지 했다. 북한은 도로 길이 자체가 남한의 4분의 1에도 못 미친다. 그나마 평양 주변을 제외하고는 포장도로도 드물다. 화물을 평양에서 원산으로 나르려면 배에 싣고 남한을 우회해 가는 지경이다. 남북관계가 냉랭해진 10년 가까이 북한 화물선은 훨씬 넓은 반경을 그리며 돌아가야 했다.

북한이 남한과 나아가 국제사회와 경제협력을 하면서 인프라 구축에 나선다면 오히려 지금의 허술한 도로망이 강점이 될 수도 있다. 머지않아 세계는 운전자가 없는 자동차 시대로 접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 많은 사람들이 실감하지 못하지만 자율주행차, 혹은 무인 주행차라고 불리는, 스스로 알아서 움직이는 차가 우리 주변에 아주 가깝게 와 있다. 세계의 몇몇 도시에서는 제한된 구역 안에서 이미 자율주행차가 사람을 태우고 돌아다닌다. 미국에서는 자율주행차와 관련한 교통사고도 심심찮게 일어난다.

만약 자율주행차가 대세가 된다면 도로 역시 과거와는 달라져야만 한다. 미국이나 유럽은 자율주행차가 기존 도로에 적응하게 만드느라 기술적으로 애를 먹고 있지만 도로 자체를 새로이 건설해야 하는 북한에서라면 사정이 다르다. 아예 처음부터 자율주행차 시대를 염두에 두고 도로를 설계하는 게 가능하다. 차선조차 필요 없을지 모른다. 자동차와 자동차가 교신하는 V2V, 자동차가 인프라와 긴밀하게 소통하는 V2I 기술을 적극 적용할 수 있다. 이미 자율주행차가 운행되고 있는 도시의 일부 지역에서는 교통신호기가 주변의 차량에게 언제 신호가 바뀔지 알려준다.

ⓒ한성원 그림

아프리카의 개발도상국가들은 휴대전화가 나온 덕분에 통신 인프라 구축을 위해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유선 시대를 건너뛰고 곧바로 무선통신 시대로 접어들었다. 북한 역시 곧바로 자율주행차 시대에 대비한다면 비슷한 이점을 누릴 수 있다. 게다가 자동차와 정보통신 기술이 발달한 한국의 기업과 힘을 합친다면 세계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한 자율주행차와 교통망 모델을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본격적으로 자율주행차가 거리를 뒤덮기에 앞서 시작된 것이 ‘커넥티드 카’ 시대이다. 차끼리 위치·속도·가속·크기·위치· 방향지시등 상황 따위에 관한 정보를 교신하는 시대를 말한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내년까지 모든 승용차와 경트럭은 V2V 기술을 갖춰야 한다고 정했다. 2020년이면 미국의 차량 4대 중 3대가 인터넷으로 교신하게 된다. 연결 수준이 높아질수록 V2V, V2I, V2X(자동차 대 사물) 통신 빈도와 데이터 규모는 더욱 증가할 것이다. 요즘의 자동차를 ‘바퀴 달린 컴퓨터’라고 부르는 게 무리도 아니다. 엔진, 트랜스미션, 에어백에 이르기까지, 차종에 따라 전자 센서 30~100개를 달고 다닌다. 차량 간에 축적된 인터넷 소통 경험은 기존 교통망의 효율을 높이기도 하겠지만 결국은 자율주행차의 대중화를 앞당기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인류는 마차에서 말을 떼어낸 지 100년 만에 이제 다시 마부도 영원히 집에 돌려보내려고 한다. 운전자가 없는 자동차의 상용화를 눈앞에 둔 것이다. 예전에 자동차가, 그리고 그 뒤에 스마트폰이 그랬듯이 마부가 사라진 마차는 세계를 아주 새로운 곳으로 개조할 잠재력을 지녔다. 어제가 옛날일 정도로 기술의 발전이 눈부시다. 아직은 운전교습생처럼 인간 감독관을 함께 태우고 달려야 하지만 시험을 통과해 거리로 혼자 뛰쳐나갈 날이 머지않았다. 우선 기술적으로는 충분히 준비가 돼 있는 것처럼 보인다.

1890년대에 접어들면서 사람들은 새로운 교통수단을 꿈꾸기 시작했다. 돌파구는 경쟁으로 열렸다. 일을 벌이기 좋아하는 프랑스 일간지 <르프티주르날>이 증기, 전기, 석유 엔진 가운데서 말을 대신할 적임자를 찾는 대회를 연 것이다. 1894년 여름 많은 관중이 운집한 가운데 126.4㎞ 남짓을 달리는 대회에 참가한 기계 21대 중 17대가 완주했다. 우승은 사실상 참가자가 아니라 발명가 고틀리에브 다이믈러였다. 공동우승을 한 4개 팀을 비롯해 9개 팀이 그가 만든 엔진을 달았기 때문이다. 판정관은 다이믈러가 고안한 가솔린 석유 엔진이 자동차에 가장 적합하다고 선언했다. 그로부터 석유 자동차 절대 우위의 시대가 열렸다.

꼭 110년이 지난 2004년 3월 인터넷을 만들어낸 것으로 유명한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 역시 그와 비슷한 경쟁을 부추겼다. 모하비 사막에서 운전자 없는 자동차 경주대회를 연 것이다. 240㎞ 정도를 달려야 하는 대회는 지리멸렬이었다. 참가를 신청한 21개 팀 가운데 사전 점검 과정에서 고장이 나지 않은 12개만이 출발선을 넘었고 완주한 팀은 없었다. 1등이 고작 11.84㎞를 달리고 장애물에 걸려 발버둥 치다 앞바퀴에 불이 나는 낭패를 당했다.

자율주행차가 해결해야 할 세 가지 과제

그때까지만 해도 자율주행차는 영화나 소설 속 이야기인 줄 알았지만 이듬해 반전이 일어났다. 2005년 10월 열린 두 번째 대회에서 23개 팀 중 5개 팀이 정해진 코스 211.2㎞를 완주했다. 한 개 팀을 제외한 전원이 전년도 기록을 깼다. 그로부터 18개월 뒤 열린 세 번째 대회에서는 6개 팀이 도시 환경을 상정한 다른 자동차, 도로표지판, 신호등을 식별해가며 코스를 완주했다. 그리고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낸 스탠퍼드 대학의 세바스천 스런 교수팀을 비롯한 인재들이 구글, 우버, 테슬라와 다른 스타트업 기업으로 흩어져 자율주행차 상업화 경쟁에 불을 질렀다.

자율주행차는 기술적으로 세 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세상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지각’하고, 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며, 적절하게 ‘행동(빈틈없는 운전)’해야 한다. 이 가운데 지각과 예측이 어렵다. 자율주행차는 카메라, 레이더 그리고 라이다(LiDAR:레이더와 비슷한 원리로 작동. 보이지 않는 빛의 파장을 이용해 주변 지역에 대한 고해상 3D 지도를 만든다)로 세계를 이해한다. 카메라는 도로표지판을 읽는다. 하지만 거리는 측정하지 못한다. 레이더는 거리와 속도를 재지만 주변 디테일을 보지 못한다. 라이다가 섬세함을 더하는 역할을 하는데, 눈(snow)에 취약한 게 단점이다. 라이다는 값이 워낙 비싸서 자율주행차의 대중화를 가로막는 주범이다. 고급형은 수만 달러에 달한다.

자율주행차는 거듭되는 실제 거리 시험주행을 거쳐 다른 자동차, 보행자, 자전거, 도로표지판 등등을 식별하는 경험을 축적해간다. 놀랍도록 리얼한 거리 풍경을 이미지로 제공하는 게임업계의 경험도 유용하다. 가장 식별하기 힘든 것은 길바닥에 떨어진 자갈 무더기나 날아가는 비닐봉지였다. 구글 초기 모델의 지각 능력은 비닐봉지와 뛰어드는 어린이를 구별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반복되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지금은 물건이 딱딱한지 무른지도 쉽게 구분할 수 있는 경지에 도달했다.

기술이 발전하고는 있지만 아직은 디테일이 지도에 완벽하게 표시돼 있거나 상황이 통제되고 날씨가 좋은 지역에서만 자율주행차는 자유롭다. 미국에서는 햇빛이 좋고 전력망이 안정적인 피닉스에서 주로 시험주행을 한다. 자율주행차가
도로 공사, 고장 난 차량, 넘어진 나무 등 예외적인 상황에 부딪히면 운전석에 앉아 감독하는 안전 엔지니어가 개입한다. 이것을 ‘해제(Disengagements)’라고 부르는데 1000마일(약 1609㎞)당 이 해제 숫자가 자차 제작사의 기술발전 속도를 나타낸다. 시스템 해제 수가 0에 가까워질수록 안정적인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2016년 12월부터 2017년 11월 사이에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실시한 거리 시험주행 실험에 따르면 1000마일당 해제 숫자는 구글의 웨이모가 0.2, 르노닛산이 4.8, GM의 크루즈가 5.7, 중국의 바이두가 24 수준이다. 구글 웨이모를 비롯한 일부 기업이 감독자 없이 차를 도로에서 운행할 수준에 육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미국 자동차공학회(SAE)는 차량에 부과되는 ‘자율’의 기준을 단계별로 표시한다. 1단계는 단순한 크루즈 기능이다. 장애물 없는 직선도로에서 유용하다. 2단계에는 차선 인식 기능 등이 추가된다. 고속도로에서 자율주행이 가능한 정도이다. 3단계에서는 주변을 모니터하며 스스로 운전할 수 있다. 올해 나온 신형 아우디 A8이 3단계를 획득한 최초의 상용 차량이다. 그러나 2단계, 3단계에서 운전자는 온 정신을 집중해 감시하다 차량이 혼란에 빠지면 개입해야 한다. 웨이모나 우버, 그리고 몇몇 스타트업들은 3단계를 생략하고 도시 특정 구역 안에서 감독자도, 운전대나 페달도 없이 완벽하게 자율주행하는 4단계로 진입하려고 한다.

업계의 일부 사람들은 2, 3단계보다 오히려 4단계가 안전하리라고 본다. 일단 운전자가 운전대를 놓으면 상황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2016년 테슬라의 2단계 차량 운전자가 트레일러와 충돌해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는데 검사관들의 보고에 따르면 자동차가 수차례 경고를 했는데도 운전자가 무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갈수록 자율주행차는 똑똑해질 것이다. V2V, V2I의 발달이 박차를 가하게 되어 있다. 익히 경험했듯이 일단 기술의 봇물이 터지면 일은 커진다. 대중교통, 차 소유, 자동차 업계에서 이미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중이다. 아마 그를 뛰어넘는 경제적· 사회적·문화적 연쇄반응이 일어날 것이다. ‘예측 불가능한 일’로 가득한 상자가 열렸다고나 할까(제560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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