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자유한국당 후보들처럼 남경필 후보 역시 노인들에게 인기 있었다. 5월21일 남 후보가 경기도 의왕 부곡도깨비시장의 한 가게에 들어서자, 나이 든 손님들이 “실제로 보니 참 곱네” “얼굴 좋아졌네”라고 덕담을 건넸다. 남경필 후보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과 악수를 하려 애쓰기보다는 한 사람씩 눈을 맞추며 상대방의 말을 오래 들었다. 곧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5월21일 수원에서 열린 ‘도지사 후보 성평등 정책 간담회’에서도 남경필 후보는 수용적이었다. 여성 고위 공무원 발탁, 도청 내 여성 전담부서 신설 등 경기여성네트워크 대표자들의 제안 대부분을 ‘절차상 문제만 없다면’ 긍정적으로 고려하겠다고 답했다. 당과는 선을 그었다. “자유한국당이 여성 문제에 대처해온 이력을 보면 성평등 공약에 신뢰가 가지 않는다”라는 참석자의 말에, 남 후보는 웃으며 “오늘 당 이야기도 하는 건가요? 정책 얘기만 하시죠”라고 받았다. 그가 갑자기 어조를 바꾼 것은 행사 맺음말에서였다. “최근 다른 후보(이재명 후보)의 음성 파일을 공개하자고 얘기했다.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는 여성에 대한 폭력 문제인데 여성단체들이 함구하고 있는 것이 나로서는 의아하다. 더 적극적으로 문제 제기를 해달라.”
‘반이’와 ‘친문’을 한 번에 꿰려는 전략?
남 후보 측은 “네거티브 전략이 아니라 꼭 필요한 자질 검증이다”라고 주장한다. 남경필 후보 측 김우식 대변인은 ‘경기도의 특수성’을 이유로 꼽았다. “경기도는 내부 갈등 소지가 매우 높은 곳이다. 예를 들어 팔당 상수원보호구역을 끼고 있는 서너 개 지자체들이 모두 이해관계가 다르다. 경기도지사는 그 첨예한 분쟁을 조율하는 직위다. 일이 안 풀리면 가족에게도 험한 욕을 하는 인물이 이 역할을 어떻게 맡겠나? 개별 가정사에 관심이 있는 게 아니라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이 문제다.”
욕설이 자질과 직결된다는 논리는 남 후보가 아들 논란(군 가혹행위·마약 투약)을 방어하는 데에도 쓰인다. 5월23일 MBN과 인터뷰한 남 후보는 “나는 ‘제가(齊家)’ 쪽에 어려움이 있었고 이재명 후보는 굳이 따지자면 ‘수신(修身)’ 쪽 문제다. 내 아이의 불찰과 도정 운영은 별개의 것”이라고 말했다. 남경필 후보는 이 ‘당위’에 따라, 전략적 유불리와 무관하게 이재명 후보 교체론을 제기했다고 주장했다.
캠프의 속내를 들어보면 전략적 고려의 흔적도 읽힌다. 남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만난 한 관계자는 “‘반(反)이재명, 친(親)문재인’ 표는 이번 선거의 아주 큰 변인이다”라고 말했다. ‘반이 친문’은 민주당 내 경기도지사 경선에서 온라인을 중심으로 격해졌다. 민주당 지지자로 추정되는 일부 누리꾼들은 매일같이 남 후보의 SNS에 이 후보의 험담을 쓴다. 남경필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욕설을 비난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 정상회담 성과는 높이 평가한다. ‘반이 친문’ 표심을 끌어오려는 의도로 읽힌다.
이재명 후보가 제기한 경기도 연정 비판을 두고도 남 후보는 ‘친문(친노)’ 프레임으로 받아친다. “문재인 대통령께서도 역사상 처음 시도된 연정이 통합의 정치를 보여주어 고맙다고 했고(5월22일 남경필 후보 트위터)”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연정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부터 시작됐습니다. (중략) 연정을 끊임없이 폄하하는 이 전 시장이 스스로 진보라고 말할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5월23일 남 후보 페이스북).” 이 반론에서 연정은 ‘반이’와 ‘친문’을 한 번에 꿰는 화두로 활용된다.
후보 교체론은 민주당 지지층에게 ‘꼭 이재명 전 성남시장을 후보로 내세워야 하는지’ 묻는다. 캠프 관계자는 남경필 후보와 이재명 후보의 상황을 이렇게 견주었다. “남 후보 역시 탈당과 복당을 거치면서 당내에서 여러 논란을 겪었다. 그러나 지금은 누구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남경필 정도 돼야 경기도를 막아주는 상황’이라는 공감대 때문이다. 과연 민주당과 그 지지층에게 이재명 후보도 그럴까?”
선거가 다가오면서 남 후보 측은 여전히 지지율 변곡점을 기다린다. 이들은 선거공보물 배포가 끝난 뒤인 6월 첫째 주에도 상황이 뒤바뀔 수 있다고 믿는다. 욕설 논란으로 이재명 후보가 흔들리는 시기에, 지역별 맞춤 공약을 제시하며 역전한다는 계획이다. 이 희망적 분석에도 ‘경기도의 특수성’은 등장한다. “1300만명이 사는 경기도는 무상복지 같은 바람몰이 공약이 잘 통하지 않으며, 각 지역 사정에 밝은 남 후보의 공약에 눈이 갈 것”이라는 주장이다.
지난 20년간 치른 여섯 차례 선거에서 남경필 후보는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4년 전 지방선거 유세 때 남경필 후보는 당명(새누리당)과 이름을 새긴 옷을 입었다. 시기와 장소에 따라 노란 리본을 달기도, “대한민국의 딸 박근혜를 지켜내겠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특수한 때, 특수한 곳에서 그는 다시 새 옷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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