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덮을 수 없다

2018년 06월 04일(월) 제560호
고제규 편집국장 unjus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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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쪽 조사 보고서를 정독했다. 확정적인 표현은 거의 없었다. ‘집안일’이라 조심스럽게 접근한 듯 보였다. 행간을 읽어나갔다.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관련 특별조사단(특별조사단)’ 조사 보고서를 보니 별개의 사건처럼 여겼던 게 하나로 연결되었다. <시사IN>과 직간접으로 관련된 것만 추렸다.

차성안 판사는 2015년 9월부터 여섯 차례 <시사IN>에 기고했다. 하급심을 강화해 ‘5분 재판’을 줄이자는 내용이었다. 원고를 받으면 원고료를 지급해야 한다. 차 판사는 한 푼도 받지 않겠다고 했다. 대신 제목과 사진 설명까지 인쇄 전에 보여달라고 했다. ‘직을 건’ 현직 판사의 기명 기고라 예외적으로 인쇄 전에 보여주었다. 되돌아보면 그의 꼼꼼함이 방패 구실을 했다.


잘나가는 법관들이 모인 법원행정처가 분주해졌다. 그의 기고문을 한 자 한 자 분석했다. ‘차 판사의 열정을 시사인 편집인이 악용하고 있다’라며 빨간색 글씨로 도드라져 보이게 작성해 보고했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컴퓨터에서 발견된 파일명 ‘차성안 시사인 투고 관련 대응방안(대외비)’ 문건에 나온 내용이다. 임종헌 당시 차장은 차 판사의 기고가 겸직 허가 사항인지 조사하라고 윤리감사관실에 지시했다. 원고료 부분을 걸고넘어진 것이다. ‘기고와 관련하여 보수를 지급받고 기고가 계속되면 겸직 허가 대상’이라고 윤리감사관실은 판단했다. 임 차장은 차 판사의 재산 파악도 지시했다. 특별조사단 대면조사에서 그는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판사를 오래 하지 못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고 (재산 파악을) 지시했다”라고 진술했다. 특별조사단조차 그의 이런 해명을 믿기 어렵다며 차 판사에 대한 뒷조사라고 결론 냈다.

<시사IN>은 2015년 3월 KTX 여승무원 자살 사건(제426호)을 처음 세상에 알렸다. 그해 2월26일 KTX 해고 여승무원의 ‘근로자 지위보전 및 임금지급’ 소송이 대법원(주심 고영한 대법관)에서 뒤집혔다. 이 판결이 난 뒤 박 아무개 해고 승무원이 자살했다. 이 판결은 ‘VIP(대통령)와 BH(청와대)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협조해온 사례’라고 법원행정처 문건에 적시되었다.

차성안 판사 뒷조사도, KTX 여승무원 소송에 대한 대법원 판결도 양승태 대법원의 상고법원 추진과 관련되어 있었다. 조사 보고서를 보니 제어받지 못한 사법 권력은 폭주했다. 음습한 정보기관을 연상케 했다.

‘재판 거래’ 의혹이 불거진 이상 덮을 수 없다. 수사가 불가피하다. 김명수 대법원은 최종 심판자라 고발 주체를 놓고 고심한다. 검찰도 대법원 눈치를 살핀다. 의회가 나서서 특별검사법을 발의해 특검에 수사를 맡기는 게 맞다. 자유한국당은 논평조차 내지 않았다. 흔히 보수는 ‘법치주의’를 강조한다. 보수 시각으로 보더라도 재판 거래 의혹은 반드시 규명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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