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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과 강연으로 전한 ‘불편할 준비’

2018년 06월 14일(목) 제560호
장일호 기자 ilhosty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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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기획에 적극적인 편이다. 내 글 쓰는 일은 괴롭지만 잘 쓴 남의 글을 보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기획안을 만들고 사람을 찾기보다는, 사람을 두고 기획을 굴려본다. ‘저 사람이랑은 어떤 글을 섞어보면 좋을까.’ 지난해 2월 시작된 ‘불편할 준비’는 좀 달랐다. 페미니즘 이슈만을 다루는 지면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기획이 앞섰다. 필자를 구성하는 일도, 편집국을 설득하는 일도 쉽지는 않았다. ‘8년차 커리어를 걸고 만들었다’는 말이 아주 우스갯소리는 아니었다.

첫 필자 모임에서 ‘매주 쓸 게 있을까요?’라던 우리의 질문은 처음부터 기각됐다. 아이템은 넘쳐났다. 각을 세우고 보니 이 나라는 ‘여성은 국민이 아니다’라는 걸 매일같이 확인시켜주는 일투성이였다. 서로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우리는 매주 썼다.

ⓒ시사IN 양한모

5월에는 한 달간 매주 독자 대상 유료 강연 ‘불편할 준비, 되셨나요?’를 열었다. ‘불편할 준비’ 필자를 비롯한 <시사IN> 여성 필자들이 강사로 나섰다. 모객을 걱정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그러나 이런 자리를 기다렸던 ‘조용한’ 2030 여성 독자가 이렇게나 많다는 사실이 매주 새롭게 놀라웠다.

강사를 섭외하는 동안 제일 여러 번 들었던 말은 “(강의를 잘) 못한다”였다. 실제로 강의를 ‘못한’ 강사는 한 분도 없었다. 수강자를 대상으로 매번 강연 피드백을 받았는데 모두 만점인 5점에 가까웠다. 나도 종종 외부로부터 강연이나 기고 요청을 받으면 “못한다”라고 손사래를 치곤 하지만, 생각해보면 참 이상한 대답이다. 내가 못한다는 걸 해보지도 않고 어떻게 알지?

강사들에게 했던 대답은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여자들은 완벽하게 준비되지 않으면 나서지 않으려는 것 같아요. 뭐든 자꾸 해봐야 늘어요. 누구는 처음부터 잘했겠어요? 기회가 많이 주어지고, 자꾸 하다 보니 잘하게 되는 거 아닐까요? 이번에 망하면 어때요. 제가 같이 망해드릴게요. 경험해봅시다.”

<페미니즘을 팝니다>(세종서적)의 저자 앤디 자이슬러는 성평등을 이렇게 정의한다. “성평등이란 단순히 여성의 지위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여성에게도 커다란 실패를 허용하는 것이다(170쪽).” 나는 나를 포함한 여성들이 더 많이 실패할 기회를 얻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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