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에서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창밖을 내다보던 윌리엄은 너무 궁금해서 재빨리 계단을 뛰어 내려갑니다. 세상에! 하룻밤 사이에 마법처럼 부엉이 나무가 나타났습니다. 윌리엄이 사는 ‘그림로치 보육원’ 앞에 있던 평범한 나무가 변신한 것입니다.

다음 날 아침에는 더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누군가 나무 두 그루를 이어서 거대한 고양이 나무를 만든 것입니다. 고양이들은 고양이 나무가 진짜 고양이인 줄 아는 모양입니다. 동네 고양이들이 모두 고양이 나무 주위로 모여듭니다.


매일매일 새로운 나무가 나타납니다. 어느 날에는 토끼 나무가 생기고, 또 어느 날에는 앵무새 나무도 나타납니다. 아기 코끼리 나무도 생깁니다. 도대체 누가 밤마다 나무를 조각한 걸까요?

밤새 만들어진 부엉이 나무

거리의 이정표에는 그림로치 가(街)라고 쓰여 있습니다. 길은 길고 곧게 뻗어 있지만 왠지 쓸쓸한 느낌입니다. 하늘은 흐리고 인도를 따라 걷는 사람들은 삶에 지친 모습입니다. 모두 구부정한 모습으로 무거운 짐을 들고 있습니다. 한 여자아이가 테라스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습니다. 여자아이의 표정 역시 지루하고 시무룩합니다.

〈한밤의 정원사〉 테리 펜·에릭 펜 지음, 이순영 옮김, 북극곰 펴냄

마을 사람들과는 대조적으로 아주 씩씩하고 힘차게 걷는 사람이 보입니다. 그는 왼팔에 사다리를 끼고 오른쪽 어깨에 가벼운 가방과 담요를 얹고 오른손에 지팡이를 들고 활기차게 걸어가고 있습니다. 안경을 쓰고 하얀 콧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할아버지입니다. 깔끔하게 차려입은 양복 윗주머니에는 손수건 대신 나뭇잎이 꽂혀 있습니다.

길가에는 한 소년이 작은 통나무에 주저앉아 땅바닥에 나뭇가지로 부엉이를 그리고 있습니다. 밤이 되자 할아버지는 나무 아래에 담요를 펼치고 그 위에 도구를 늘어놓습니다. 이미 사다리를 나무에 대놓았습니다. 그림로치 보육원이라고 쓰인 건물이 보입니다. 건물 앞 왼편에서 할아버지가 나무를 다듬고 있습니다. 건물 오른편에는 또 다른 나무가 있고 그 아래에는 전날 소년이 의자 삼아 앉았던 작은 통나무와 땅바닥에 그려놓은 부엉이가 보입니다.

그렇습니다. 길가에서 부엉이를 그린 소년이 주인공 윌리엄이고, 이 활기찬 할아버지가 바로 또 다른 주인공인 한밤의 정원사입니다. 이제 날이 밝으면 주인공 윌리엄이 밤새 만들어진 부엉이 나무를 보고 깜짝 놀라게 될 것입니다.

그림책을 만나기 전까지 저는
문자를 믿었습니다. 심지어 그림책을 보면서도 그림이 아닌 글자를 보고 있었습니다. 〈한밤의 정원사〉는 글 대신 그림을 보고 마음으로 느끼게 합니다. 윌리엄이 마을 사람, 그리고 저에게 준 선물입니다.

기자명 이루리 (작가∙북극곰 편집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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