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는 누구나 인정하는, 2018 러시아 월드컵의 다크호스다. 오히려 팀 전력과 선수들의 면면, FIFA 랭킹(현 3위) 등을 살펴보면 우승 후보에 가깝다. 하지만 대다수는 벨기에를 우승 후보로 보진 않는다. 이는 역사에 기인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벨기에는 메이저 대회 우승 경험이 없고, 기대를 모았던 2014 브라질 월드컵과 유로 2016에서 각각 8강 진출에 머물면서 한계를 드러냈다. 벨기에는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어느 정도의 실력을 보여줄까? 다크호스에 만족할 수 없는 벨기에의 전력을 지금부터 알아보자.

벨기에의 최대 장점은 화려한 선수 구성이다. 벨기에는 새로운 황금세대의 등장으로 최전방부터 최후방까지 스타 선수들로 무장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은 월드컵에 첫 출전한 4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한층 강해지고 성장했다. 게다가 주전 선수들은 물론이고 크리스티안 벤테케(크리스털 팰리스), 무사 뎀벨레(토트넘), 마루안 펠라이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드리스 메르턴스(나폴리) 등 벤치 멤버들까지 쟁쟁하다.

ⓒReuter벨기에 축구 국가대표팀
특히 공격진의 위용이 대단하다. 해결사인 로멜루 루카쿠(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에이스인 에당 아자르(첼시), 플레이메이커인 케빈 더 브라위너(맨체스터 시티) 등을 앞세운 공격은 다양한 공격 루트와 득점원으로 상대를 제압할 힘이 충분하다. 이미 2018 러시아 월드컵 예선에서 파괴력을 입증했다. 벨기에는 예선 10경기에서 무려 43골을 터뜨리며 독일과 함께 최다 골을 넣으면서 9승 1무로 무패를 기록했다.

2014 브라질 월드컵과 유로 2016에서 약점으로 지적된 수비력도 급상승했다. 로베르토 마르티네스 감독이 유로 2016 이후 지휘봉을 잡으면서 포백에서 스리백으로 변화를 꾀함에 따라 수비의 안정감을 회복했다. 토비 알데르베이럴트와 얀 베르통언(이상 토트넘), 뱅상 콩파니(맨체스터 시티) 등은 높이와 힘, 경험 등에서 우위를 바탕으로 스리백의 완성도를 높였다. 티보 쿠르투아(첼시)는 넘버원 골키퍼로서 위기의 순간마다 놀라운 선방으로 최후방을 단단하게 만들고 있다.

마르티네스 감독의 지도력이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간과할 수 없다. 마르티네스 감독의 전술 능력에 대한 의문은 필요치 않다. 그는 벨기에 감독으로 부임한 후, 3-4-2-1 포메이션 아래서 선수들의 장점을 극대화하며 공수 밸런스를 향상시켰다. 그 결과 벨기에는 마르티네스 감독과 함께 승률 70% 이상을 기록 중이고, 벨기에 축구협회는 지난 5월 마르티네스 감독과 2년 재계약을 체결했다.

ⓒAFP PHOTO로베르토 마르티네스 벨기에 대표팀 감독
마르티네스 감독에게 남은 과제 ‘조직력’

하지만 마르티네스 감독의 지도력에 대한 의문은 존재한다. 무엇보다 그는 월드컵 경험이 전무하다. 마르티네스 감독은 선수로서 월드컵 무대에 서지 못했고, 감독으로서도 월드컵을 경험하지 못했다. 물론 2012-2013시즌 위건을 이끌고 FA컵에서 우승하며 토너먼트 대회에서 강한 면모를 보여줬지만, FA컵과 월드컵은 완전히 다른 무대다.

또한 마르티네스 감독의 카리스마를 앞세운 용병술은 이미 적지 않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벨기에 축구협회는 마르티네스 감독과 불화설이 있었던 라자 나잉골란(AS 로마)을 대표팀에서 제외했다. 이에 따라 나잉골란은 곧바로 대표팀 은퇴를 선언하면서 다른 선수들도 심리적 동요를 일으켰다. 설상가상으로 케빈 더 브라위너도 포지션 문제로 마르티네스 감독에게 불만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벨기에가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보다 높은 곳에 도달하기 위해선 마르티네스 감독이 팀을 하나로 묶으며 철저히 준비할 필요성이 있다.

벨기에의 전성기는 소위 말하는 ‘황금세대’와 함께한다. 벨기에는 1970년대 중반 얀 클레만스와 프랑키 판데르 엘스트, 에르빈 판덴베르흐, 에릭 헤러츠 등 황금세대가 등장하면서 유로 1980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걸출한 플레이메이커 엔조 시포가 가세하면서 1986 멕시코 월드컵에선 4강 신화를 썼다. 당시 벨기에는 유럽을 넘어 세계에 ‘붉은 악마’의 무서움을 선사했고, 이것은 벨기에 국민들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됐다.

벨기에는 엔조 시포를 앞세워 1990 이탈리아 월드컵과 1994 미국 월드컵에서 16강에 진출했지만 1998 프랑스 월드컵을 끝으로 엔조 시포의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암흑기를 맞이했다. 에밀 음펜자와 뤼크 닐리스, 마르크 빌모츠, 다니엘 판바위턴 등 스타 선수들이 등장했지만 벨기에의 화려했던 시절은 어느새 저물고 있었다. 결국 2002 한·일 월드컵을 통해 6회 연속으로 월드컵 본선에 성공했고 본선에서 16강에 진출했지만 이후 메이저 대회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경험 부족에 발목 잡혔지만…

약 10년이 흐른 후, 새로운 황금세대가 등장하면서 2014 브라질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그러나 벨기에의 질주는 소위 말하는 우승 후보 앞에서 급정거를 반복했다. 2014 브라질 월드컵 8강에서 아르헨티나에 0-1로 패하더니 유로 2016 조별 리그에선 이탈리아에 0-2로, 8강에서 웨일스에 1-3으로 패했다. 이는 선수들이 뛰어난 능력에도 경험 부족에 발목을 잡혔고, 마르크 빌모츠 전 감독이 수비 불안에 대한 전술적 해답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벨기에는 로베르토 마르티네스 감독과 함께 절차탁마하며 2018 러시아 월드컵을 기다렸다.


ⓒAP Photo로멜루 루카쿠(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로멜루 루카쿠(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벨기에의 해결사. 루카쿠는 이번 시즌 프리미어 리그에서 후반기 들어 득점 기복을 보이며 고전했지만 16골 7도움을 기록하며 리그에서 6시즌 연속으로 두 자릿수 골을 넣었다. 이는 그가 190㎝의 타고난 피지컬을 앞세운 헤더와 몸싸움 능력을 바탕으로 문전에서 탁월한 마무리를 보여줬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는 2010년부터 벨기에 대표팀에서 활약하며 경기당 약 0.5골을 넣었고, 2018 러시아 월드컵 예선에서도 11골을 터뜨리며 골 결정력을 과시했다.

ⓒAP Photo에당 아자르(첼시)
에당 아자르(첼시) 자타 공인 벨기에의 에이스. 에당 아자르는 2008년 17세의 나이로 벨기에 대표팀에서 A매치에 데뷔한 이후, 80경기 넘게 소화하며 팀의 주장으로 성장했다. 화려하면서도 빠른 드리블과 상대가 예상치 못한 전진 패스, 결정적인 순간의 한 방으로 벨기에의 공격을 주도하고 있다. 벨기에가 1986 멕시코 월드컵에서 엔조 시포라는 에이스의 등장으로 4강에 진출했던 사실을 고려할 때,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원하는 성적을 거두려면 에당 아자르의 활약이 절실하다.

ⓒAFP PHOTO케빈 더 브라위너 (맨체스터 시티)
케빈 더 브라위너(맨체스터 시티)
벨기에의 플레이메이커. 케빈 더 브라위너는 이번 시즌 프리미어 리그에서 8골, 16도움을 기록하며 맨체스터 시티의 리그 우승에 기여했고, 리그를 대표하는 플레이메이커로 성장했다. 그는 정확한 킥을 활용한 패스와 슈팅, 그리고 풍부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공격 기여도가 높은 모습을 보여준다. 비록 맨체스터 시티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약하는 것과 달리 벨기에 대표팀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지만 그의 활약에 따라 벨기에의 득점력이 달라질 것이다.

ⓒAP Photo뱅상 콩파니(맨체스터 시티)
뱅상 콩파니(맨체스터 시티)
벨기에 수비의 상징. 뱅상 콩파니는 잦은 부상으로 고생했지만 2004년부터 벨기에 대표팀에 차출되어 A매치를 70경기 이상 소화했다. 전술 이해력이 뛰어나 상대 공격을 사전에 차단하고, 수비 범위가 넓어 중원과 측면 수비까지 커버한다. 토비 알데르베이럴트와 얀 베르통언의 성장으로 입지가 줄었지만 벨기에 스리백의 중심으로 여전히 수비 라인을 지휘하고 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을 마지막으로 대표팀 은퇴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명 송영주 (스포티비 축구 해설위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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