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잉글랜드 하면 떠올리던 데이비드 베컴, 스티븐 제라드, 프랭크 램파드, 웨인 루니는 없지만, 이들보다 더 젊고 유능한 선수가 즐비하다. EPL에서 4시즌 동안 105골을 넣은 해리 케인(토트넘)이 최전방에 있고, 그 아래는 1996년생 가운데 가장 축구를 잘한다는 델레 알리(토트넘)가 있다. 2017-2018시즌 맨체스터 시티가 신기록을 세우며 EPL을 평정할 때 한 축을 담당했던 라힘 스털링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책임질 젊은 공격수 제시 린가드와 마커스 래시퍼드도 공격진에서 뛴다. 잉글랜드는 지난해 9월2일 몰타에 4-0으로 승리한 이후 무패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8경기에서 5승 3무를 기록 중이다. 약한 상대만 만난 게 아니다. 독일, 브라질, 이탈리아, 네덜란드를 상대로 패하지 않았다. “잉글랜드가 월드컵에서 우승할 수 있다고 믿는다.” 월드컵을 앞두고 한 인터뷰에서 케인이 한 말은 허풍이 아니다. 1966년 이후 가장 젊고 강한 잉글랜드가 우리 앞에 있다.
해리 케인(토트넘) “케인이 나이는 나보다 어리지만 골을 많이 넣는다. 당연히 팀의 중심이다.” 손흥민은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케인을 언급했다. 한국에서 가장 뛰어난 공격수 손흥민에게 주전 공격수 대우를 받는 선수가 케인이다. 케인은 29골을 넣어 지난 2016-2017시즌 EPL 득점왕을 차지했고, 2017-2018시즌에도 30골을 넣었다. 그는 2017-2018시즌 EPL 통산 100골에 다다랐다. 케인보다 100골을 빨리 터뜨린 선수는 EPL 역사상 단 한 명, 앨런 시어러(은퇴)뿐이다. 티에리 앙리와 세르히오 아구에로도 케인보다 속도가 느렸다. 케인은 모든 걸 갖췄다. 높이(신장 188㎝), 속도, 힘, 결정력을 지녔다. 어려운 상대와 만나도 주눅 들지 않는 심장도 지녔다. 게다가 리더십도 뛰어나다. 만 25세에 잉글랜드 대표팀 주장 완장을 찼다. 그는 잉글랜드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23경기에 나와 12골을 넣었다.
잉글랜드 축구 국가대표팀은 공격이 좋다. 케인, 알리, 린가드, 래시퍼드, 스털링이 버티는 공격진은 독일과 브라질에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케인이 가운데 버티고 측면으로 스털링과 래시퍼드 그리고 제이미 바디(레스터 시티)가 뛴다. 잉글랜드 공격진은 다양한 방식으로 상대를 공격할 수 있다. 공을 소유한 채 상대 공간을 허물 수도 있고, 빠른 역습으로 상대를 무너뜨릴 수도 있다. 스털링과 래시퍼드는 역습 속도가 매우 빠르다. 역습할 때 케인이 가운데서 공을 측면으로 연결해주면 두 선수가 빠르게 전진한다. 속도가 붙은 두 선수를 제어할 수 있는 수비수는 거의 없다. 잉글랜드는 공중전에도 강한 편이다. 득점 시간대도 인상적이다. 잉글랜드는 젊기에 후반으로 가면 갈수록 강한 모습을 보인다. 유럽 예선전에서 넣은 18골 중 6골을 후반 30분 이후에 터뜨렸다. 상대 수비가 지치기 시작하면 잉글랜드 공격진은 더 날카로운 모습을 보였다. 공격 중심에 선 케인이 부상만 당하지 않는다면 모든 게 가능하다.
하지만 골키퍼와 수비진이 상대적으로 부실한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가장 문제는 문지기다. 잉글랜드 골키퍼 세 명이 출전한 A매치를 모두 합하면 9경기다. 가장 많이 뛴 잭 버틀랜드(스토크 시티) 골키퍼가 7경기, 최근 주전으로 급부상한 조던 픽퍼드(에버턴)는 2경기밖에 뛰지 않았다. 닉 포프(번리)는 A매치 경험이 없다. 경쟁이 극심해질수록 골키퍼가 지는 짐은 커진다. 한 번만 실수해도 팀을 패배로 몰아갈 수 있다. 잉글랜드는 이미 골키퍼 때문에 ‘2002 한·일 월드컵’에서 쓴맛을 봤다. 경험이 많은 데이비드 시먼 골키퍼가 8강에서 브라질 호나우지뉴가 찬 애매한 프리킥을 막지 못해 탈락했다. 월드컵이 주는 압박을 버틀랜드와 픽퍼드 그리고 포프가 감당할 수 있을까?
잉글랜드는 ‘1994 미국 월드컵’ 본선에 나가지 못하는 수모를 겪었다. ‘1998 프랑스 월드컵’에서는 16강에서 아르헨티나에 패했다. 데이비드 베컴이 디에고 시메오네(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감독)를 걷어차 퇴장당하면서 잉글랜드가 어려운 경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베컴은 그 경기 이후 살해 위협을 받을 정도로 시달렸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는 8강에서 브라질을 상대로 스스로 무너졌다. 앞서 언급했던 골키퍼 실수가 이때 나왔다. 1-1로 맞서던 상황에서 호나우지뉴가 먼 곳에서 찬 프리킥을 시먼 골키퍼가 머리 위로 흘려보내며 골을 내줬다. 결국 잉글랜드는 1-2로 졌다. ‘2006 독일 월드컵’에서도 8강에서 포르투갈에 승부차기 끝에 패했다. 이 경기에서는 웨인 루니가 경기 중 히카르두 카르발류를 밟아 퇴장당했다. 퇴장 과정에서 당시 루니와 같은 팀(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심판에게 고자질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호날두는 잉글랜드에서 원색적인 비난을 받았다. ‘2010 남아공 월드컵’ 16강에서는 독일에 패했는데, 당시 골라인을 넘어간 공이 득점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불운도 있었다. 1-2로 뒤지던 상황에서 프랭크 램파드가 슈팅한 것이 크로스바를 맞고 골라인을 넘었으나 주심과 부심은 골을 선언하지 않았다. 명백한 오심에 힘이 빠진 잉글랜드는 결국 2골을 더 내주며 1-4로 졌다.
로이 호지슨 감독과 함께했던 ‘2014 브라질 월드컵’은 최악이었다. 조별 리그에서 최하위로 탈락했다. 이탈리아와 우루과이에 연속으로 1-2로 패했고, 최종전인 코스타리카 경기에서도 0-0으로 비겼다.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1무 2패로 짐을 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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