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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원내대표 표정이 어두웠던 이유

2018년 06월 21일(목) 제562호
이숙이 기자 sook@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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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도 압승했지만 국회 상황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법안 통과에 필요한 과반 표 확보를 위해서는 야당과의 협치를 모색해야 하기 때문이다.

6월12일 저녁 8시.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의 막판 유세가 한창이던 명동은 축제판이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총출동해 서울뿐 아니라 전국에서 압승하게 해달라며 17개 광역단체장 후보 이름을 한 명씩 다 호명했다. 자신감과 여유가 충만했다.

유독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의 표정에선 그늘이 엿보였다. 유세를 마치고 단상에서 내려오는 그에게 이유를 물었다. “선거가 끝나고 나면 곧바로 원 구성을 하고 국회를 정상화해야 하는데 야당이 제대로 응해줄지 걱정이다. 자유한국당이나 바른미래당이 야권 재편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어떡하든 1당을 만들어보려 할 텐데, 그걸 빌미로 원 구성을 차일피일 미룰 경우 여론의 압력 말고는 손쓸 방법이 마땅치 않다.” 국민들은 지방선거는 물론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재보선)까지 몰아준 여당에 대해 기대하는 게 많아질 텐데 국회 상황은 여전히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얘기였다.

ⓒ연합뉴스
6월14일 6·13 지방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대표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아닌 게 아니라 이번 재보선 압승으로 원내 의석을 130석으로 불렸지만 민주당의 국회 내 지위가 크게 달라진 건 아니다. 각종 법안 통과에 필요한 과반 표 확보를 위해서는 여전히 민주평화당(14석), 정의당(6석)은 물론이고 바른미래당과 무소속 가운데 일부 표심을 묶어내야 한다. 정세균 국회의장 임기 막바지에 하반기 원 구성을 매듭짓지 못한 것도 바른미래당, ‘평화와 정의 모임(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의 공동 원내교섭단체)’ 등이 이런저런 자리를 요구했고 이를 조율하기 쉽지 않아서였다고 한다. 6·13 선거 이후의 원 구성 협상이 일사천리로 되리란 보장이 없다. 민주당에서는 일찌감치 문희상 의원을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했지만, 야당에서는 ‘1당이 의장을 맡는 관례를 깨고 표결에 부쳐야 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는 6월13일 “평화와 정의 모임도 국회의장, 부의장 후보를 추천하겠다”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여권 일각에서는 이번 기회에 아예 민주평화당이나 정의당 등과의 연정 모델을 본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 2년차를 맞아 입법 과제를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서라도 우호 세력과 안정적으로 손잡을 방안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이인영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여당의 독자적 정국 운영은 쉽지 않기 때문에 야당과의 협치를 모색해야 한다. 지방선거 이전처럼 야당이 발목 잡기를 반복하면 국민이 더 참혹한 심판을 안길 것이기 때문에, 타협 정치의 길이 열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6월14일 6·13 지방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바른미래당 유승민 대표가 대표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연정을 비롯한 여권발 정계 재편의 방향은 오는 8월 말 예정된 민주당 전당대회의 주요 이슈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차기 민주당 지도부의 핵심 역할이 문재인 정부 중반기를 성공적으로 뒷받침하고, 2020년 총선을 압도적 승리로 이끄는 일이니만큼 이를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백가쟁명으로 터져나올 수밖에 없다.

현재 전당대회 출마가 예상되는 의원만 10명이 훌쩍 넘는다. 재보선에서 당선되면 당 대표에 도전하겠다고 일찌감치 선언한 최재성 의원(서울 송파을)을 비롯해 김두관·김진표·박범계·박영선·설훈·송영길·신경민·우원식·윤호중·이인영·이종걸·이해찬·전해철 의원 등이 대표 후보로 거론된다. 이낙연 국무총리,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등 정부에 몸담고 있는 의원들의 이름도 나온다.

민주당의 한 고위 당직자는 여권 재편은 물론이고 바람직한 당·정·청 관계 정립을 위해서도 차기 지도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에는 야당에 심판이 내려졌지만 다음엔 여당 차례다. 조만간 ‘실적’을 내놓지 못할 경우 매서운 심판에 부닥칠 거다. ‘먹고사는’ 부분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 국민이 성과를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도 그렇고 근로시간 단축도 그렇다. 임금을 끌어올려 소득 격차를 상향 평준화하고, 근로시간을 줄여 삶의 질을 높이자는 걸 누가 마다하겠나. 문제는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나 상처받는 이들이다. 이걸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해 정책에 대한 공감대를 만들어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행복한 고민에 들어간 여권과 달리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야권에서는 줄줄이 사퇴가 이어지고 있다. 6월14일 오전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가 사퇴 기자회견을 했고, 오후에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물러났다. 서울시장 선거에 직접 나섰으나 지난 대선 때보다 서울시에서 더 적은 표를 얻은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는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라며 딸 졸업식 참석차 미국으로 출국했다. 이로써 지난해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맞섰다가 패한 뒤 1년 만에 설욕전을 치르려던 홍준표·안철수·유승민 세 사람은 회복하기 힘든 정치적 내상만 입은 채 2선으로 물러나게 되었다.

‘폭망’한 보수 야권 누가 재건할까


이제 관심사는 누가 어떤 방식으로 ‘폭망’한 보수 야권을 재건하느냐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일단 ‘비대위→조기 전당대회→새 지도부 구성’이라는 전통적인 재건 프로그램을 상정한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의 대표 권한대행은 김성태 원내대표가 맡았고, 차기 당 대표 후보군으로 김무성·나경원·심재철·정우택·정진석 의원과 이완구·황교안 전 국무총리 등이 거론된다. 대표 후보군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당협위원장 표 계산을 하며 서로를 견제하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가 하면, 일각에서는 홍준표 전 대표가 재도전할지 모른다는 얘기까지 나돈다. 대표 시절 당무 감사 등을 통해 ‘홍준표 사람’을 많이 심어놓았기 때문에, 재출마한다면 승산이 없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바른미래당에서는 박주선 공동대표가 비대위원장 구실을 하고, 차기 당 지도부는 초·재선 의원들이 맡아 당을 젊고 활력 있게 바꿔야 한다는 말이 오가고 있다.

이런 전통적 해법으로는 ‘궤멸’이라고까지 불리는 보수 진영의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분열, 바른미래당과 국민의당 합당 과정에서 떨어져 나와 제3 지대에 머물고 있던 보수 성향 정치인들 사이에서는 이번 기회에 기존 정당을 다 허물고 판을 새로 짜야 한다는 ‘범보수 빅텐트론’이 제기되고 있다. 새누리당 의원을 지내고 지금은 당적이 없는 한 보수 인사는 “선거를 치르려면 인물·구도·이슈를 최적화해야 한다. 그런데 자유한국당이나 바른미래당이나 이번 선거에서 주요 정치인들이 다 상처를 입었고, 지금처럼 1여 다야 구도면 죽었다 깨어나도 못 이긴다. 제3 지대에 신당을 만들고 거기에 양당 인사들과 무소속 정치인, ‘보수 진영의 새 피’들이 수혈되는 식의 빅뱅이 일어나야만 길이 열릴 것이다”라고 말했다.

야권 빅뱅은 여권 처지에서는 달갑지 않은 변수다. 그래서일까.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홍준표 대표의 사퇴를 적극 반대한다”라는 글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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