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잘못 본 줄 알았다. 자료를 다시 봐도 2명이 맞았다. 2003년 한국의 난민 실태를 취재할 때였다. 1992년 난민 협약에 가입한 한국이 그때까지 인정한 난민 숫자였다. 2001년 2월에야 ‘1호 난민’이 나왔다. 에티오피아 출신 ㄷ씨였다. 전도사인 그는 에티오피아 반정부 단체 오로모 해방전선 활동을 인정받았다. 취재 당시 난민 신청을 한 사람은 164명. 인정률 1.2%. 난민 협약에 가입한 130여 개국 가운데 첫손에 꼽힐 만큼 난민 인정에 인색했다.
‘8’ 2007년 미얀마(버마) 출신 난민 신청자를 취재할 때였다. 난민 인정을 거부당한 이들은 법무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 승소, 2심 승소. 하지만 법무부는 항소와 상고를 거듭했다. 패소한 정부는 대법원까지 소송을 이어갔다. 법무부 논리는 간명했다. 체류 연장을 노린 난민 신청을 가리기 위해 대법원 판결까지 받겠다고 했다. 당시 취재 때 만난 이는 8년 넘게 소송을 이어가고 있었다.
‘4.1’ 2013년 아시아에서 처음 한국은 난민법을 제정했다. 2003년보다, 2007년보다 나아졌으리라 여겼다. 착각이었다. 2018년 5월 현재 난민 인정률 4.1%. 전문가들은 스스로 난민 신청을 취소한 이들을 감안하면 3%대 인정률이라 보고 있다. 지금까지 누적 난민 신청자는 4만470명. 이 가운데 2만361명의 심사가 끝났고 839명만이 난민으로 인정받았다. 세계 평균 난민 인정률 38%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2007년 취재 때와 똑같이 정부는 지금도 난민 소송에 패소하면 항소와 상고를 거듭한다. 논리도 똑같다.
‘4만4500’ 6월19일 발표된 유엔난민기구의 연간 글로벌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까지 전 세계에서 6850만명이 집을 잃었다. 지난 한 해에만 1620만명이 살던 곳을 떠났다. 매일 평균 4만4500명, 2초마다 한 명씩 집을 잃는다. 유엔난민기구 동향 보고서는 서구 중심의 뉴스 프레임도 깬다. 독일이나 스웨덴 등 부자 나라가 가장 많이 난민을 받았을 것이라고 여기는데, 최대 난민 수용국은 시리아 난민 350만명을 수용하고 있는 터키다. 레바논은 자국 인구 대비 최다 난민 수용국이다.
‘1’ 제주도에 예멘 출신 난민 신청자가 몰렸다. 혐오와 연대가 공존하는 그곳에서 내가 주목한 숫자는 ‘1’이었다.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 난민 전담 심사관은 1명. 단 1명이 500여 명의 예멘 난민 신청자를 심사하고 있었다. 1호 난민을 인정한 뒤 17년이 지난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1호 난민이었던 에티오피아 출신 ㄷ씨는 대한민국에서 살기 힘들다며 이탈리아로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 크게 붙은 ‘열린 이민행정 하나 되는 대한민국’이라는 문구를 한국을 찾은 낯선 이웃들이 읽지 못해 그나마 다행이다.
-
우리는 사라져야 하나요
우리는 사라져야 하나요
글·사진 장준희
미얀마 북서부 라카인 주(아라칸 주) 사츄리아 마을에 사는 일곱 살 맘모슈와. 지난 8월26일 소년은 불교도인 라카인족 민병대의 습격을 받았다. 칼로 베인 깊은 상처를 입은 소년은...
-
8년 만의 안부 인사
8년 만의 안부 인사
방콕/ 글·사진 장준희 (사진가)
미얀마 로힝야족 출신 마웅수 씨(29)는 타이 방콕에 불법체류 중이다. 이슬람교도인 로힝야족은 불교도가 대다수인 미얀마에서 소수민족으로 박해를 받아왔다. 그의 연인 도우 흘라 메이...
-
에게해 파도소리에 긴장감 넘치네
에게해 파도소리에 긴장감 넘치네
아테네·김영미 국제문제 전문 편집위원
그리스 에게해에는 아름다운 섬이 많다. 고대 유적지도 많아 전 세계에서 관광객이 몰려든다. 하지만 아름다운 풍광과 달리 에게해를 끼고 있는 그리스와 터키가 바다와 하늘의 ‘국경선’...
-
사미와 아파크가 묻는다
사미와 아파크가 묻는다
장일호 기자
여름 해는 부지런하다. 알람보다 먼저 눈이 떠졌다. 이미 환한 바깥에 사미 씨(28)와 아파크 씨(26) 부부는 조바심이 났다. 그렇지 않아도 걱정으로 잠을 설친 터였다. 사미 부...
-
미리 공부하는 환대
미리 공부하는 환대
심보선 (시인·경희사이버대학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
지난 3월 문재인 대통령이 발표한 개헌안은 현행 헌법에 명기된 기본권의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변경하자고 제안했다. 즉 선거권·피선거권 등을 제외한 인권과 행복추구권에 관...
-
‘다름’을 만나고 공감하는 경험
‘다름’을 만나고 공감하는 경험
문경란 (인권정책연구소 이사장)
지난 6월 난민영화제에서 상영된 〈나이스 피플〉은 스웨덴의 작은 도시 볼렝에로 망명한 소말리아 난민에 관한 다큐멘터리다. 인구 4만명인 작은 도시에 3000명이나 되는 난민이 몰려...
-
젊은 난민들의 희망
젊은 난민들의 희망
제주·신웅재 (사진가)
아내 자멜라는 말했다. “남편이 예멘을 떠나자고 했을 때, 두려움보다는 기쁨이 더 컸다. 뱃속에 있는 아기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건 안전한 삶과 미래이니까. 전쟁이 없는 제주도에 와...
-
‘난민’ 넘어 ‘사람’으로
‘난민’ 넘어 ‘사람’으로
강남순 (텍사스 크리스천대학교 브라이트 신학대학원 교수)
난민 반대 2차 집회가 7월14일 서울에서 열렸다. 난민 허용을 반대하는 내용의 청와대 청원에 70만명 넘게 서명했다. 반대 집회에 나온 이들의 현수막에는 “국민이 먼저다”라는 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