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국회의원들이 지방선거 참패 직후 국회에서 무릎 꿇고 찍은 단체 사진이 한 주 내내 화제였다. “저희가 잘못했습니다”라는 플래카드를 배경으로 걸었다(사진). 예상한 대로 호의적인 반응은 전무하다시피 했다. 관련 기사들의 댓글이나 SNS 게시물 중에는 “무릎 꿇는 이유를 제대로 알고나 있나?” “급해지니 무릎 잘 꿇네” “한없이 가벼운 무릎” 같은 냉소적 반응이 절대다수였다. 플래카드의 문구가 사진 합성을 통해 다른 문장으로 패러디되기도 했다. 예컨대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한 한국 팀이 스웨덴 팀한테 패하자 “저희를 용서하시면 한국이 멕시코, 독일 다 이깁니다” 같은 것이다.


ⓒ연합뉴스

세상이 박정한 것이 아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무릎을 너무 가볍게 꿇기 때문에 이런 반응이 나온다. 무릎 꿇는 것은 통렬한 반성이나 비통한 패배의 표현이다. 자주 연출하면 비극성을 상실하고 코미디로 전락한다. 시민들은,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 의원들이 불리한 정국이 닥칠 때마다 광화문, 국회 등지에 모여 무릎 꿇고, 울고, 엎드려 절하고 심지어 함거에 들어가 처량하게 앉아 있던 모습을 너무나 생생히 기억한다. 아무튼 사람이 함부로 무릎 꿇으면 안 된다. 자유한국당 의원들도 젊은 시절엔 “무릎 꿇고 살기보다 서서 죽기를 원한다”라는 시위용 노래(훌라송)를 불렀거나 적어도 들어봤을 것이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는 사퇴하는 순간까지도 시민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막말을 하겠다”라며, 9가지 유형의 당내 국회의원들을 청산하지 못한 게 가장 후회된다고 밝혔다. 어떤 분들일까? ‘고관대작 지내고 국회의원을 아르바이트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 ‘추한 사생활로 더 이상 정계에 둘 수 없는 사람’ ‘탄핵 때 줏대 없이 오락가락하고도 얼굴·경력 하나로 소신 없이 정치 생명 연명하는 사람’ 등이다. 온라인에서는 홍 전 대표가 구체적으로 누구를 가리켰는지 추측하는 글들이 경쟁적으로 올라오기도 했다.

기자명 이종태 기자 다른기사 보기 peeke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