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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힘 줄여야 국민의 힘 커진다

2018년 07월 12일(목) 제564호
김인회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webmast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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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경 수사권 조정의 실현이 눈앞에 다가왔다.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를 원칙으로 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나치게 집중된 검찰의 권한을 분산하고 견제함으로써 형사 절차를 정상화한다.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가 임박했다. 가깝게는 문재인 정부가 검찰 개혁을 시작한 지 1년 만의 성과다. 검찰 개혁을 처음 시도한 노무현 대통령의 꿈도 일부 실현되었다. 2003년 ‘대통령과 검사와의 대화’ 때부터 헤아리면 15년이다. 길게는 1954년 형사소송법을 제정하면서 미루어왔던 과제를 해결했다.

형사소송법 제정 당시 국회의원들은 경찰이 수사권을 갖고, 검사가 기소권을 갖는 것이 좋은 제도임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경찰 파쇼보다는 검찰 파쇼가 더 낫다는 생각을 했고 그래서 잠정적으로 검사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갖는 것으로 결정했다. 그로부터 65년이 지난 지금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가 실현되게 되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6월21일 검경 수사권 조정을 골자로 하는 합의안을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1년 만에 성과를 냈으니 상당히 빠른 성과다. 물론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검찰이나 경찰이 완전히 개혁된 것도 아니고 적폐가 모두 청산된 것도 아니다. 앞으로의 개혁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도 해묵은 과제를 정부 차원에서 해결했다는 것은 큰 성과다.

ⓒ연합뉴스
박상기 법무부 장관(앞줄 왼쪽)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앞줄 오른쪽)은 6월21일 검경 수사권 조정을 골자로 하는 합의안에 서명했다.

수사와 재판의 인권 친화적 구성은 권한의 분산과 견제로 나타난다. 수사-기소-재판으로 이어지는 절차를 나누고 이를 다른 기관에게 맡기는 것이 분산과 견제 원칙이다.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사, 재판은 판사가 담당한다. 이렇게 되면 한 기관이 권한을 남용하는 것을 근원적으로 막을 수 있다. 무고한 자를 범인으로 만들지 않고 범인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권한의 분산과 견제가 필요하다.

재판 기능은 현대국가가 되면서 독립했다. 재판은 법원이 담당한다. 그런데 수사와 기소는 분리되지 않았다. 검사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했다. 이 결과 무고한 자라 하더라도 일단 수사를 하면 무조건 기소까지 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기소 단계에서는 수사 과정을 비판적으로 보고 위법한 수사가 있었는지, 증거는 충분한지 검토해야 한다. 그런데 같은 기관, 같은 사람이 수사와 기소를 하니 수사 과정의 문제점을 제대로 밝혀낼 수 없었다. 과거 발생한 무고한 자에 대한 처벌 사건, 간첩 조작 사건은 이렇게 발생했다. 2013년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도 비슷하다. 수사의 문제점을 기소 단계에서 비판적으로 보지 못했다.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지자 검찰의 권한은 극대화되었다. 검찰 권한이 극대화되자 대한민국은 ‘검찰 공화국’이 되었다. 이에 비례해 경찰의 수사에 관한 권한은 약해졌다. 권한이 없으니 책임도 없다. 검찰은 막강한 권한을 이용해 정치권력과 함께 국가를 통치했다.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를 원칙으로 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나치게 집중된 검찰의 권한을 분산하고 견제함으로써 형사 절차를 정상화한다. 그리고 수사와 기소가 일체화돼 마음대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는 것을 방지한다. 이러한 원리가 건국 이후 처음으로 구체화된 것이 이번 검경 수사권 조정의 첫 번째 의의다.

검경 수사권 조정의 두 번째 의의는 핵심적인 검찰 개혁 과제를 완수했다는 것이다.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는 검찰 개혁의 핵심 과제다. 검찰 개혁 3대 과제는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 법무부의 탈검찰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다. 그리고 재정신청제도 확대, 검사장 직제 축소, 인권수사 준칙 마련, 검사 작성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 요건 강화, 검찰 권한의 지방분권, 형사공공변호인제도 도입 등이 있다.

무리하게 수사하거나, 덮기에 급급하거나

검찰 개혁 과제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다. 검찰 권한의 본질적인 부분을 분산하고 견제하기 때문이다. 검찰의 힘은 형사 절차에서 가지는 권한에서 나온다. 검찰은 범죄가 발생했을 때 수사를 할지, 수사한다면 구속이나 압수수색을 할지, 피의자 소환은 언제 할지, 참고인은 누구를 얼마나 조사할지, 수사를 어느 정도까지 할지, 수사를 마치고 누구를 어떤 죄목으로 기소할지, 수사 도중에 수사 진행 상황을 발표할지 등을 모두 결정한다. 지나친 권한의 집중이다. 검찰은 일부 사건을 무리하게 수사해 기소하거나, 무고한 자를 처벌하기도 했다. 야당 정치인 사건, 민주화운동 사건, 노동자·농민 등 민중 생존권 사건 등을 정치권력의 요구대로 처리해왔다. 간첩 조작 사건에도 깊숙이 개입했다. 이에 비해 정치권력이 연루된 권력형 비리 사건은 덮기에 급급했다. 이명박의 BBK, 다스 사건과 박근혜의 국정 농단 사건이 그 예다.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로 굵직한 검찰 개혁 과제는 거의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공수처는 이미 지난해 말 정부안이 확정되었다. 법무부의 탈검찰화는 진행 중이다. 법무부 법무실장, 인권정책국장, 출입국관리본부장, 교정본부장 등 법무부의 고위직은 검사가 아닌 법률 전문가 또는 행정 전문가가 임명되었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 개혁의 주요 과제는 정리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제도 개혁을 법률로 완성하고 정착시키기다.

제도 개혁으로 국민이 얻는 것은 좋은 형사 시스템이다. 좋은 형사 시스템은 공정한 수사·기소·재판으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는 체제다. 범죄인도 인간이라는 점을 잊지 않고 기본 인권을 보호하는 체제다. 정의를 실현한다고 하면서 억울한 사람을 만드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세심한 체제다. 이를 위해서는 공권력을 행사하는 국가기관에 권한을 충분히 부여함과 동시에 책임도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 공권력 기관이 권한을 남용하지 않도록 분산하고 견제해야 한다.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도 검찰 개혁의 핵심 과제다. 3월27일 국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제도는 일종의 무대장치와 같다. 좋은 제도는, 무대에 올라온 사람이 적극적이고 책임 있는 역할을 하게 하고, 모든 사람이 공평한 대우를 받도록 만드는 배경으로 작용한다. 특정인만 조명을 받고 나머지는 암흑 속에 있다면 연극은 제대로 될 수 없다. 등장인물들이 골고루 활동해야 연극이 산다. 하지만 무대장치만으로 좋은 연극이 될 수 없듯이, 좋은 제도가 국민의 자유와 인권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연기자가 좋아야 하듯 좋은 제도에서 활동하는 검사나 경찰의 역할이 중요하다. 좋은 형사 시스템은 검사나 경찰이 적극적이면서도 자제하도록 만들고 피의자나 피고인도 적극적으로 자신을 변호하게 만든다. 좋은 형사 시스템은 검사·경찰·피고인·변호인 등 등장인물의 적극적 활동으로 정의를 구현한다.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지 않는다. 좋은 시스템은 좋은 활동을 낳는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른 당장의 효과는 시민들이 이중 수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그만큼 불편함은 줄어든다. 하지만 제도 개혁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제도 개혁만으로 최악의 사태, 즉 수사 과정에서 무죄가 확인되었는데도 기소하는 사태는 막을 수 있게 된다. 기소권으로 수사 과정을 외부에서 비판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수사권·기소권 분리로 수사의 수준도 높아지고 기소의 법적 기준도 높아진다. 기관의 외부에서 문제점을 파악하고 지적해서다. 기관의 문제를 내부적으로 무마하는 현상, 자기 식구 봐주기도 뿌리 뽑을 수 있다. 검사·경찰·변호인 등 형사 절차에 등장하는 전문가의 수준도 높아질 것이다. 제도 개혁의 효과는 짧지도 단순하지도 않다. 오랜 기간에 걸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번 검경 수사권 조정은 우리 형사 절차의 수준을 높이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역사상 첫 성과이고 반대가 있었다는 점을 생각하더라도 불만은 있다. 무엇보다 검찰의 직접수사권이 너무 크다. 검경 수사권 조정의 첫 시도이므로 검찰의 보충적 수사권을 인정할 수는 있다. 하지만 검찰의 직접수사권이 너무 크고 기준도 모호하다. 지금까지 검찰이 해오던 수사를 그대로 인정한 것과 다름없다. 검찰 개혁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아쉬움이 있다.

개혁을 추진하는 데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 조정은 필수적이다. 제도라는 무대장치를 개혁하고 나면 그 위에서 실제로 업무를 추진하는 사람은 바로 검사 개인, 경찰 개인이다. 이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으면 제대로 된 개혁도 어렵고 개혁을 정착시키기도 힘들다. 이들의 의견을 무조건 따른다고 개혁이 되지 않는다.

‘경찰 권한 확대’에서 찜찜한 대목


의견 조정의 어려움을 감안하더라도 이번 정부 합의안은 미흡하다. 더 근본적 개혁을 할 가능성은 있었다. 과거 참여정부의 사법 개혁을 보면 조금 더 개혁을 했어도 큰 문제는 없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든다. 조금 더 개혁한다고 해서 반대하는 사람이 증가하는 것도 아니고 더 극렬하게 저항하는 것도 아니다. 촛불혁명으로 표현된 국민의 열망을 담기에는 검찰의 수사권이 너무 광범위하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정착시키고 검찰 개혁을 추진하는 데 장애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안을 해결할 구체적 방안이 부족한 점 역시 지적되어야 한다. 경찰 권한의 확대에 따른 불안감을 해소하는 방안이 구체적이지 않다. 자치경찰제 실시, 경찰위원회 확대, 인권 친화적 수사 개혁, 행정경찰과 사법경찰의 분리, 경찰대 개혁 등을 제안한다. 모두 정확한 지적이다. 하지만 구체적 내용이 없어서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불안감을 완전히 해소시키지는 못한다. 경찰 개혁 과제는 구체적인 추진 방향에 따라 검경 수사권 조정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중 최소한 자치경찰제와 경찰위원회, 경찰대 개혁의 방향은 명확히 정해졌어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계기로 경찰 개혁이 더 깊이 있게 진행될 것을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국회의 역할을 강조하고 싶다. 정부도 인정한 바와 같이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는 입법으로 최종 마무리된다. 국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 대부분의 개혁 과제와 같이 검찰 개혁도 입법부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 정부가 입법 활동을 열심히 하겠지만 정부만으로는 입법이 되지 않는다.

불행히도 국회는 검찰 개혁 과제를 자발적으로 처리할 만큼 생산성이 높지 않다. 국회는 국회의원들도 신뢰하지 않을 정도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그래도 국회의 노력과 협조를 요청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모든 논쟁과 개혁 과제는 국회에서 수렴되고 국회에서 결정된다.

촛불혁명을 잊지 않았다면 그리고 이번 지방선거에서 국민이 요구한 바를 읽어낼 정도의 지적 수준이 된다면 국회도 검찰 개혁이 가장 시급한 개혁 과제임을 인정할 것이다. 국회는 먼저 개점휴업 중인 사법개혁특별위원회를 재개하고 기한도 연장해야 한다. 그리고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 문제 등 검찰 개혁 과제를 최우선으로 다루어야 한다. 이런 요구를 하기에 국회의 상황이 좋지 않지만 정치의 예측 불가능성에 일말의 기대를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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