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열 기자 scoop@sisain.co.kr

이 주의 ‘어떤 것’

알리바바와 함께 중국의 양대 인터넷 쇼핑몰 업체로 꼽히는 징동닷컴 본사 로비에서 안면 인식 기술을 처음 접했다. 카메라에 얼굴을 비추면 직원일 경우 소속 부서와 이름이, 직원이 아닐 경우에는 ‘방문자’라는 표시가 나타났다. 중국 경찰은 얼마 전 이런 안면 인식 기술을 도입해 기차역에서 범인을 붙잡기도 했다. 직원들은 이런 기술이 자신의 사생활을 옥죄는 덫이 될 수도 있다는 문제의식 없이 신기술에 심취해 있었다. 과학기술의 발달과 전체주의는 묘하게 잘 어울렸다.



이 주의 공간

제주도가 ‘입도세’라 할 수 있는 환경보전기여금을 관광객에게 부과할 계획이라고. “관광객이 급증하여 생활폐기물·하수 발생량이 늘고 차량 증가로 대기오염과 교통 혼잡 등도 초래해 환경처리 비용이 지속해서 는다”는 논리. 연구 용역을 해보니 관광객 1인당 8170원꼴로 받으면 될 것 같다고. 삼다도 제주도가 이제 사다도라 해야 할 듯. 여자, 돌, 바람 그리고 세금.

이 주의 ‘의미 충만’

전남 보성군 장도에 소 무덤이 들어섰다. 82세 윤정수 어르신은 26년 동안 동고동락했던 소를 죽기 전에 팔지 않고 천수를 누리게 한 뒤 정성스럽게 묻어주었다. 우렁차게 워낭소리를 울리며 목섬의 밭을 갈아주고 송아지를 20마리나 낳아준 복덩이였던 소를 차마 팔거나 잡지 못했던 것. 이 소식을 전한 강제윤 섬연구소 소장은 소 무덤에 떼를 입히고 비석을 세워주자고 제안했다.



전혜원 기자 woni@sisain.co.kr


떠난 이의 빈자리

아시아나 기내식 임시 공급업체의 협력업체 대표 ㄱ씨, 7월2일 숨진 채 발견. 아시아나는 원래 독일 루프트한자 계열 기내식 업체 LSG스카이셰프와 5년 단위 계약. 지난해 중국 하이난그룹 계열사 게이트고메와 합작기업 세워 7월부터 기내식 공급받기로. 올해 3월 새로 짓던 공장에 화재. 차질 생기자 중소업체 샤프도앤코와 단기 계약. 하루 3000인분 기내식 공급하던 업체가 2만5000인분 맡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거액 투자 유치하려 무리하게 업체 바꾸고, 책임은 아래로.


ⓒ연합뉴스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열린 '아시아나항공 No Meal(노 밀) 사태 책임 경영진 규탄 제2차 문화제'에서 참석자들이 지난 2일 숨진 기내식 협력업체 대표를 추모하며 묵념하고 있다. 2018.7.8

역사 속 오늘

1998년 7월1일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시행. 파견은 파견업체에 고용된 노동자가 다른 회사에 가서 그 회사의 지휘를 받으며 일하는 형태. 고용하는 사람과 일 시키는 사람이 달라 원래는 불법. 남의 노동에서 이득 얻지 말라는 이유. 외환위기 직후 노사정 합의로 파견 합법화. 올해로 20년. 현대차·기아차·한국GM 사내하청이 불법 파견이라고 판결나도 책임지는 기업 없고, 삼성·LG 3차 하청에서 파견으로 휴대전화 부품 만들다 메탄올에 중독돼 실명하는, 파견법의 오늘.


이 주의 인물

김선수. 전태일을 생각하며 변호사 꿈꾸던 소년. 조영래 변호사 사무실에서 변호사 생활 시작. 30년 노동 변호 외길. 현대자동차가 파견법이 위헌이라 주장하며 낸 헌법재판소 헌법소원 최후진술에서 목숨 잃은 사내하청 노동자의 이름을 하나하나 호명한 변호사. 사법시험 수석 합격 뒤 쓴 수기에서 “이미 기성의 사회질서 자체가 어느 정도 불평등하게 구조 지어졌을 때에는 도대체 어떻게 하는 것이 정의의 실현일까” 묻던 청년. 세 차례 고배 끝에 대법관 후보 임명 제청.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