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신선영‘2018 통일걷기’를 주최한 이인영 의원.
길 위에서 그는 달리 보였다. 아무 데나 철퍼덕 주저앉아 청년들에게 농담을 던지고, 가방에서 주섬주섬 먹을 걸 꺼내 나눠주었다. 걷기 여행에 푹 빠진 동네 아저씨 같았다.
몇 해 전에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은 뒤 책을 펴내기도 했다. 이인영 의원은 접경지역의 아름다운 풍경이 나타날 때마다 “여의도 말고 이런 곳에서 정치를 하면 한국 정치에도 평화가 깃들지 않겠느냐”라며 웃었다.

여의도 정치에서 이인영 의원은 오는 8월 더불어민주당 대표 출마를 저울질하는 3선 의원이다. 1987년 6월 항쟁과 이후 통일운동을 이끈 전대협 초대 의장으로, 586 세대를 대표하는 정치인이기도 하다. 통일걷기 행사가 끝난 이후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다.



민통선 걷기 행사를 시작한 이유는?

지난해 한반도 위기가 얼마나 심각했나. 작은 균열이라도 내보고 싶었다. 통일을 넋 놓고 기다리는 게 아니라 통일을 향해 걸어가는 사람들이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원래 DMZ 안을 걸어보고 싶었지만 국방부 방침이 절대불가였다. 차선책으로 군의 통제 아래 민간인통제선 (민통선)을 걷기로 겨우겨우 설득했다. DMZ만큼은 아닐지라도 민통선 지역 역시 생태와 문화 가치가 가득한 곳이다.

올해는 많은 청년들이 함께했다.

통일 시대의 주체는 청년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30대 아닌가. 그들 세대가 한반도의 운명을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그들과 함께 DMZ를 넘어 금강산, 백두산까지 걸으며 민통선을 ‘민족통일선’으로 바꾸고 싶다.

통일에 부정적인 여론도 만만치 않다.

현대사에서 통일에 우호적인 때가 얼마나 있었겠나. 나는 우리 당이 남한의 정당으로만 남을지, 통일 시대를 준비하는 당이 될지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평화를 넘어 통일을 준비하자는 것이다. 항구적인 교류 협력을 통해 화폐와 시장을 통일하는 단계까지 가야 한다. 중국 등 주변국 압박을 생각하면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통일과 노동 이야기를 많이 했지만, 사람들의 기억에 크게 남지는 않은 것 같다.

스피커가 작아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정치 인생에서 계속 이야기해온 문제다. 노동이 있는 민주주의, 평화를 넘어선 통일을 주장했다. 이제 또 하나, 2020년 사회적 패권 교체라는 화두를 던지고 싶다. 지방선거 압승 이후 우리가 모든 걸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2020년 총선에서 이기지 못하면 자본과 보수 언론 등이 장악한 사회적 패권을 교체할 수 없다. 사람들은 내게 대중적으로 힘 있는 정치인이 된 다음에 큰 화두를 던지라고 하는데, 글쎄 정치인이 가치를 이야기하지 못하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죽을 때까지 이러다 가도 괜찮은 것 아닌가(웃음).

기자명 이오성 기자 다른기사 보기 dodash@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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