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단 한 가지 목표가 있습니다. 한 명의 아이라도 더 구하는 것입니다. 우리에겐 단 한 가지 원칙만 있습니다. 그 아이가 어느 나라 아이이건, 어떤 종교를 가졌건 상관없이 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영국의 사회개혁가 에글렌타인 젭이 1919년 아동 구호 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을 만들면서 한 말이다. ‘단 한 명의 아이까지’를 모토로, 29개 회원국이 120개 국가에서 세이브더칠드런의 사업을 실행해나가고 있다. 한국도 회원국이다.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는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어린이 15만1017명과 해외 어린이 272만7628명을 도왔다. 아동보호 면에서 우리나라도 이제 어엿한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었다.

오준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 신임 이사장(63)도 평생 국제사회를 무대로 활동해왔다. 1978년 외무부에 입사해 싱가포르 대사, 유엔 대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 등을 거쳤다. 38년 외교관 생활을 마치고 택한 길은 장애인·아동 단체 활동 등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사회사업이다. 그가 국제사회에서 체득한 ‘글로벌 스탠더드’란 물질적인 수준만을 일컫는 용어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 국가의 GDP나 GNP만큼이나 중요한 게 사회적 약자 보호와 인권침해 대처 수준이다.

ⓒ윤성희
글로벌 스탠더드에 비추어봤을 때 한국의 아동보호 수준은 어떨까? 오 이사장은 유엔 아동권리협약이 보장하는 아동 권리의 네 가지 개념, 곧 생존·보호·발달·참여를 나누어 말했다. “생존 단계는 졸업한 것 같다. 하지만 아동학대, 방임, 결손 가정 등 ‘보호’ 단계에서부터 아직 미흡한 부분이 많다.” ‘보호(아동학대)’는 다음 단계인 ‘발달(교육)’과도 연관돼 있다. “해외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공공장소에서 부모가 아이를 훈육하는 장면을 많이 목격한다. 서구권 부모들은 아이가 위험한 행동을 했을 때 조용한 말로 타이르고, 아이는 대부분 그에 따른다. 반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권 부모들은 소리를 지르고 체벌을 해도 아이들이 따르지 않는다.” 왜 그럴까? 오 이사장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라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 받는 교육이 완전히 다르다. 서구권은 초등학교 1학년 때 사회 구성원으로서 타인과 잘 지낼 수 있는 협조와 공존의 능력을 가르친다. 반면 우리는 구구단과 받아쓰기부터 가르친다. 타인을 경쟁 대상으로만 보는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내년이면 세이브더칠드런은 100주년을 맞는다. 한 세기의 역사를 거쳐온 세이브더칠드런 직원들에게 오 이사장은 다시 ‘미래’를 바라보자고 말했다. “아동보호는 미래를 보호하는 일입니다. 어린이는 우리의 미래이고 인류의 미래이기 때문입니다.”

기자명 변진경 기자 다른기사 보기 alm242@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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