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ld Boar(야생 멧돼지) #1, Wild Boar #2…Wild Boar #12.’ 타이 해군 네이비실 페이스북 계정을 자주 들여다보았다. ‘멧돼지를 집으로’ 작전이 실시간 중계됐다. 작전명은 유소년 축구팀 명칭 ‘무 빠(멧돼지)’에서 땄다. 마침내 전원 구조 속보가 올라왔다. “우리는 이것이 기적인지 과학인지, 그 무엇인지 모르겠다. 멧돼지 13마리가 마침내 동굴 밖으로 나왔다.”
그들의 무사 귀환에 안도했다. 이번 구조 작전에는 영웅들이 있었다. 구조 작업 중 사망한 타이 해군 네이비실 출신 사만 쿠난, 아이들을 챙기고 가장 나중에 동굴을 빠져나온 엑까뽄 찬따웡 코치, 구조를 마친 뒤 아버지 부고를 접한 오스트레일리아의 ‘잠수하는 의사’ 리처드 해리스, 아이들을 맨 처음 찾아낸 영국 동굴 탐사 전문가 리처드 스탠턴과 존 볼랜던까지.
그러나 이번 구조 작전에서 누구보다 눈에 띈 건 나롱삭 전 치앙라이 주지사다. 그는 이번 작전의 현장 지휘자였다. 지난 4월 파야오 지방의 주지사로 발령받았지만 타이 정부는 이번 작전 지휘를 그에게 맡겼다. 지질학 전공자이자 주지사로서 현장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롱삭은 전 세계에서 몰려든 다국적 구조대를 조율하는 한편, 취재진을 적절히 통제했다. 그는 섬세한 지휘 끝에 마침내 디데이를 결정했다. 구조 작전은 성공했다.
부러웠다. 나뿐 아니라 모두 그날이 떠올랐을 것이다. 2014년 4월16일. 그날 대한민국에 나롱삭은 없었다. 컨트롤타워인 청와대가 우왕좌왕하자 현장도 엉망이 되었다. 그날 골든타임 때 대통령 행보는 아직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박근혜 피고인은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취재 당시 핫라인 녹취록을 봤다. 지금도 책상 한쪽에 보관된 녹취록을 다시 들춰보았다. 해양경찰청 상황실과 청와대 핫라인을 비롯해 해양수산부·국정원 등이 주고받은 11개 전용회선의 녹취록에는 대한민국 구조체계의 부실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거 지시해가지고 가는 대로 영상 바로 띄우라고 하세요. 다른 거 하지 말고 영상부터 바로 띄우라고 하세요(청와대)” “그러니까 중앙통제가 안 되고 있어 지금(항공대)” “지금 특별하게 누구 지휘가 없고(평택해양경찰서)” “약간 일단 (세월호) 뚫는 흉내라도 내고 이런 것까지 해봤다는 것이 나을 거 같다는 게 내 생각이고(해양경찰청)”.
다시 봐도 허탈했다. 최근 세월호 참사 가족들까지 불법 사찰한 기무사의 적폐가 드러났다. 우리는 그날로부터 얼마나 달라졌나? 얼마 전 초등학교 3학년 아이는 세월호 참사 뒤 신설된 생존 수영 수업을 받았다. 달라진 게 이 수업뿐이라면, 떠난 아이들에게 너무 부끄러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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