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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무사 문건’, 논란 종결할 수 있을까

2018년 07월 24일(화) 제566호
김동인 기자 astori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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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무사령부가 작성한 문건이 정국을 뒤흔들었다. 문건에는 2017년 3월 탄핵 심판이 부결될 경우에 대비해 계엄을 검토하는가 하면, 법적 근거를 초월해 통제하는 방안까지 적시돼 있다.

2017년 3월10일,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기각했다면 한국 사회는 어떻게 됐을까? 7월5일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국군 기무사령부의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 문건(기무사 문건)은 그 ‘만약’이 자칫 섬뜩한 결말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고 말한다. 2017년 3월 초에 작성된 기무사 문건은 탄핵 심판이 부결될 경우에 대비해 계엄령 선포 및 계엄 정국 운영방안을 상세하게 적고 있다. 단순히 계엄을 검토하는 수준에 머무는 게 아니라 현실에 존재하는 여론과 법의 제약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지, 행정부·사법부·언론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 따위 구체적인 단계별 시행방안을 제시한다. 계엄 시 부대별 병력 배치까지 고려한 문서다.

기무사 문건 파장이 정국을 뒤흔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인도를 순방하고 있던 7월10일, 송영무 국방부 장관에게 창군 이래 처음으로 독립수사단 구성을 지시했다.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수사 지휘를 받지 않으며, 수사 결과도 장관에게 보고하지 않는다. 공군과 해군 군검사로 구성된 독립수사단은 7월2일 ‘국방부 사이버 댓글사건 조사 TF’가 밝힌 기무사의 세월호 유가족 사찰 의혹도 함께 조사한다. 그동안 지적되어왔던 기무사의 과도한 정치 개입 논란이 정식 수사선상에 오른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도 관련 고발 사건을 맡아 수사에 나섰다.

ⓒ시사IN 신선영
기무사 문건은 치안 유지를 위해 군이 취할 수 있는 방안이라기보다 계엄을 성공시키기 위한 실행 기획안에 가깝다. 위는 경기도 과천에 위치한 기무사 본부.
독립수사단 발족에 이견을 다는 이들은 많지 않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번 기무사 문건의 충격을 평가절하하며, 당시 군이 충분히 최악의 상황을 검토할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20대 국회 전반기 국방위원장을 맡았던 김영우 자유한국당 의원은 7월9일 CBS 라디오에서 “국정 혼란 상황에서 군이 취할 수 있는 비상조치가 어떤 것이 있을 수 있는지를 검토한 것이다. 여당에서 이것을 정권 탈취를 위한 쿠데타라고 하는데, 이는 기무사를 무력화하기 위한 침소봉대식 음모론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개된 기무사 문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식적이지 못한 대목이 많다. 향후 치안 유지를 위해 군이 취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고려했다기보다는 계엄이라는 단일한 목표를 성공시키기 위한 실행 기획안에 가깝다.

기무사 문건은 2017년 3월 초, 헌재 판결을 앞둔 대한민국을 이념 대치 국면으로 묘사한다. 촛불집회를 ‘진보(종북)’로 규정하고, 정국을 ‘촛불 대 태극기’라는 대립 구도로 해석한다. 탄핵 반대 집회의 일부 참가자들이 내는 “계엄령을 선포하라”는 목소리를 비중 있게 다룬다. ‘탄핵 결정 선고 이후 전망’에서 기무사는 탄핵 심판 이후 불복 시위가 격화돼 시위대가 청와대·헌법재판소 진입 점거를 시도할 것이라 보았다. 화염병을 투척하거나 무기를 탈취하는 행동도 등장할 것이라 전망한다.

‘합참의장 빼고 육군총장으로’ 구상


이 같은 정국 인식하에, 기무사는 군이 할 수 있는 비상조치로 ‘징검다리 플랜’을 제시한다. 우선 위수령을 꺼내든다. 기무사 문건에는 “국민들의 계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고려, 초기에는 위수령을 발령하여 대응하고 상황 악화 시 계엄 시행 검토”라는 대목이 나온다. 위수령은 본래 군이 주둔하고 있는 부대를 지키기 위한 병력 출동 방법이다. 시장·도지사의 요청이 없는 한, 위수령으로 병력을 출동시켜 치안을 통제하는 건 위법이다. 기무사도 이 점을 알고 있기에 법적 제한을 피해 가기 위한 논리를 만든다.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 문건. 계엄령을 선포한 직후 군이 주요 정부부처를 지휘·감독하고, 언론을 통제해야 한다고 적시돼 있다(왼쪽). 시위 예상 지역에는 병력 이동 계획을 세웠다(오른쪽).
그 논리의 핵심은 ‘군 중요 시설 외곽 경계선 확장’이다. 청와대 일대에 수도방위사령부 1경비단이 주둔하고 있는데, 이들의 ‘경비 권역’을 확장하는 것만으로도 위수령 발동 명분을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가령 청와대 주둔 중인 수방사 1경비단이 청와대 정문 500m 앞까지를 ‘우리 부대의 경계’라고 정해버리면(확장하면), 시위대가 이 근방까지 진입할 경우 추가 병력을 출동시키는 식이다. 위수령 자체에 위헌 소지가 있지만, 기무사는 이마저 “군의 직접적인 책임은 없다”라고 적시한다. 국회의 위수령 폐지 입법 시도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2개월간 위수령 유지 가능”이라고 설명한다.

기무사의 구상대로라면, 위수령으로 병력을 출동시킨 후 국무회의 의결과 대통령 재가를 거쳐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 이때 기무사는 “계엄사령관은 ‘육군총장’을 임명”이라고 적시한다. 문건은 이 대목에서 강한 의문을 남긴다. 기무사의 밑그림에서 핵심 수행자는 국방부 장관이나 합동참모의장(합참의장)이 아닌 육군참모총장이다. 위수령을 통한 병력 출동도 육군참모총장이 우선 발동한 뒤 나중에 합참의장과 장관으로부터 별도 승인받는 방식을 제시한다.

통상적으로 계엄사령관은 국군 작전지휘관인 합참의장이 맡는 게 정설이다. 심지어 2016년 10월29일 박근혜 퇴진 1차 촛불집회 직후 기무사가 작성한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국면별 대비 방안’ 문건에서도 계엄사령관은 합참의장이 임명된다고 명시되어 있다(이 문건은 7월10일, 이철희 의원이 추가로 공개했다). 4개월 사이에 합참의장을 건너뛰고 육군참모총장 중심으로 계엄사령부를 편성하는 밑그림을 그린 셈이다. 당시 합참의장은 육군3사관학교 출신인 이순진 의장이었다. 장준규 당시 육군참모총장, 한민구 당시 국방부 장관, 조현천 당시 기무사령관 모두 육군사관학교 출신인 점을 감안하면, 기무사가 ‘육사 출신’ 위주로 계엄사령부를 운영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뒤따른다. 정해진 군법 체계대로 위험에 대비한 게 아니라 군 내 특정 파벌을 중심으로 한 친위 쿠데타라는 비판이 이 대목에서 힘을 얻는다.

군인권센터가 기무사 문건을 기초로 제작한 병력 이동 배치도.
기무사 문건은 위수령 이후, ‘경비계엄’ 단계를 제시한다. 계엄사를 꾸리고, 군을 각 지역에 투입하는 내용이다. 기무사는 기계화 6개 사단, 기갑 2개 여단, 특전사 6개 여단 이상을 편성해 계엄을 수행시키자고 주장한다. 기무사 문건에는 각 부대원을 어떤 기관에 얼마나 보낼지도 상세히 적혀 있다. 위 <그림>처럼 서울시내에만 30사단, 20사단, 9공수여단 등을 청와대·헌법재판소·정부청사·국방부·광화문·여의도 일대에 배치하는 구상이다. 전국 단위 부대 이동 계획안도 등장한다. 전방에 위치하던 사단과 전국 특전사 여단을 지역별로 재배치하는 계획이다. 심지어 호남 지역에는 1980년 5·18 민주화운동을 진압한 제11공수특전여단을 투입하겠다는 계획도 서슴없이 제시한다.

경비계엄 다음 단계는 사실상 정부를 접수하는 ‘비상계엄’ 단계다. 정부 부처와 법원행정처를 지휘감독하고, 보도검열단 및 언론대책반을 운영해 언론을 통제하겠다고 적었다. ‘유언비어 대응’을 명목으로 특정 인사의 SNS 계정 폐쇄 등 정보통신망 장악도 구상한다. 이 단계에서 입법부를 제외한 모든 국가 기능은 군으로 집중된다.

기무사는 이 문건 도입부에서 북한의 군사 도발 가능성을 언급한다. 하지만 기무사가 제시한 병력 동원 흐름은 자신들의 논리와 배치된다. 경기도 포천에서 전방을 지키는 8사단을 충청 지역으로, 경기도 양주에 있는 26사단을 호남으로, 경기도 가평에 있는 수도기계화보병사단을 영남으로 보내는 식이다.

ⓒ연합뉴스
2017년 7월 장관 이·취임식에서 만난 송영무 국방부 장관(왼쪽)과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
계엄을 기무사가 기획하는 것부터 논란거리다. 계엄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에 대비하는 부서는 합참 산하 계엄과다. 군 내 정보기관에 불과한 기무사가 군 병력의 실질적인 배치까지 그렸다는 것부터 월권이라는 지적이 뒤따른다.

기무사 문건은 당시 기무사 1처장이었던 소강원 현 기무사 참모장(육군 소장)이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모장은 기무사 내 2인자이자, 실질적인 최고 권력으로 통한다. 소 참모장은 최근까지 국방부 ‘기무사 개혁위원회’ 위원으로 일하기도 했다(7월8일 해촉). 구체적인 계엄 실행안을 짠 당사자가 현 기무사 핵심 인사로 개혁을 진두지휘한 셈이다.

검찰과 독립수사단은 문건 작성을 지시한 ‘윗선’도 수사할 방침이다. 현재까지 제기되는 가능성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한민구 당시 국방부 장관이 문서 작성을 지시했을 가능성이다. 한민구 당시 국방부 장관은 이미 2017년 2월 두 차례에 걸쳐 군 병력 동원 방법과 가능성을 당시 국방부 법무관리관을 통해 타진한 바 있다. 이때 한 전 장관이 법무관리관에게 작성을 지시한 문건이 올해 3월 이철희 의원이 공개한 ‘위수령에 대한 이해’와 ‘군의 질서 유지를 위한 병력 출동 관련 문제 검토’ 문건이다. 당시 노 아무개 법무관리관은 한 전 장관에게 개별적으로 보고하기 위해 위 문건을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핵심 내용도 “위수령을 통한 병력 동원에 위법 여지가 있다. 병력을 동원할 거라면 사실상 계엄 외에는 방법이 없다”라는 취지가 강하다.

‘계엄 플랜’ 작성은 누가 지시했을까


2017년 2월 이 문서를 전달받은 한민구 당시 장관이 이후 기무사령부에 법적 근거를 초월할 수 있는 방안을 세우라고 지시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군 안팎의 관계자들은 이러한 가능성을 상대적으로 낮게 본다. 한민구 장관의 ‘캐릭터’ 때문이다. 청와대를 비롯한 ‘더 높은 윗선’의 지시 없이 한 전 장관이 독자적으로 이런 문건을 지시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한민구 전 장관이 중간에 끼지 않고 기무사가 독단적으로 문건을 작성했을 가능성도 열려 있다. 가장 현실성 있는 주장은 ‘더 높은 윗선’에서 계엄 플랜을 지시했을 가능성이다. 국방부 장관보다 실권을 쥔, 당시 청와대 핵심 인사를 의미한다. 김관진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대통령 직무를 대행하고 있었던 황교안 당시 국무총리 겸 대통령 직무대행이 거론된다. 직무 정지 상태였던 박근혜 당시 대통령도 비공식적으로 기무사로부터 보고받았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김관진, 황교안, 박근혜 외에도 당시 책임자였던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도 현재 민간인 신분이다. 이들은 검찰이 수사를 맡는다.

기무사 문건은 송영무 국방부 장관에게 이미 지난 3월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민감한 내용인데도 불구하고, 4개월 가까이 처리를 지연시킨 책임론이 불거진다. 청와대에 보고를 하긴 한 건지, 청와대가 이 문건의 심각함을 제때 인지한 것인지 의문이 뒤따른다.

청와대는 송 장관이 의도적으로 기무사 문건을 묵살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7월11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송영무 장관은 지난봄부터 기무사 개혁이라는 큰 틀에서 (제도 개선을) 추진해왔고, 문제가 됐던 문건 내용도 그런 큰 틀(기무사 개혁)을 추진하면서 함께 해결하려는 뜻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무사 문건이 청와대에 어떻게, 어느 정도로 보고됐는지에 대해서는 모호한 답이 돌아왔다. 김 대변인은 “(청와대가 문건 관련 보고를 받았다고) 칼로 두부 자르듯 딱 잘라서 말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 회색지대 같은 그런 부분이 있다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보고가 안 된 것은 아니지만 보고 과정에서 사안의 중요성이 강조되지 못한 채, 다른 보고 내용과 섞였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기무사 문건은 보고했지만, 세부 시행 계획 부분은 빠진 채 보고가 올라갔을 가능성이다. 기무사 문건의 위중함을 송 장관이 제대로 부각시키지 못한 점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책임론이 부각됨에도, 송영무 체제가 당분간 힘을 얻는 이유는 기무사 견제 의지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7월2일 ‘국방부 사이버 댓글사건 조사 TF’가 기무사의 세월호 유가족 사찰을 따로 발표한 것도 송 장관의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내부 평가가 나온다. 기무사 문건을 추후 기무사 개혁의 지렛대로 삼으려다 때를 놓쳤다는 평가도 있다. 송 장관은 7월11일 기자간담회에서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어떤 말도 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기무사 문건을 계기로 그동안 군 내에서 무소불위 권력을 휘둘렀던 기무사에 대한 견제는 현실화할 것으로 보인다. 군인권센터를 비롯한 시민단체와 여당 일각에서는 기무사의 ‘해체에 맞먹는 개혁’을 주문한다. 결국 이번 수사 결과에 따라 기무사 ‘개혁 모멘텀’이 얼마나 마련될지 판가름 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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