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달님 작가의 글을 처음 읽으면서 한 생각이다. 나를 낳자마자 떠난 엄마, 철없는 아빠, 건설 노동자라 수시로 집을 비우던 할아버지, 다리를 저는 할머니, 그리고 가난까지.
조손가정이라면 텔레비전에서 종종 봐왔다. 그들은 대체로 가난했고 불행했고 시청자들의 도움이 필요해 보였다. 하지만 〈나의 두 사람〉에서 김달님 작가와 할머니 할아버지는 그렇게 읽히지 않는다. 조손가정을 다루는 두 형태 사이에는 단 한 가지, 그러나 어마어마한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나의 두 사람〉은 자신의 이야기를 자기 문장으로 펼쳐놓았다는 점이다.
그 덕분에 “조손가정” “엄마 없는 아이” 같은 타인의 말로는 단정 지을 수 없는 삶의 무수한 결들이 〈나의 두 사람〉 안에서 되살아난다. 나와 같은 타인이 원망과 불행으로 뭉뚱그릴 수 없는 삶이 에세이 편집자인 나는 삶이 책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많이 못 배운 사람도, 사회적으로 이렇다 할 성취가 없는 사람도 작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곳에서 우리와 동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는 독자인 우리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믿는다.
할머니가 혼자 (할아버지는 공사 현장에 계셨기 때문에) 목발을 짚고 버스를 타고 졸업식에 온 이야기를 끝맺는 자리에 김달님 작가는 이렇게 썼다. “그리고 무엇보다, 많은 것을 무릅쓰고 온 한 사람이 항상 네 옆에 있었다는 걸 잊지 말라고.” 〈나의 두 사람〉의 사진을 보면 인생의 소중한 순간들에 할머니 할아버지가 카메라를 들고 김달님 작가와 함께했음을 알 수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함께 있어주는 일은 얼마나 대단한지. 덕분에 정말로 삶은 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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