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피고인은 검찰 조사에서 아킨 검프의 김석한 변호사를 한 차례 만났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1997년 국회의원 시절부터 이명박 피고인의 수행비서로 일정을 챙겼던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작성한 일일 일정표에는 김석한 변호사가 여러 번 등장합니다. 첫 만남은 2006년 11월3일입니다. 이후 대선이 본격화된 2007년부터 2008년 1월까지 면담이 다섯 차례 기록되어 있습니다. 김희중 전 실장은 검찰 조사에서 “대선 직전 정신없는 시기에 김석한을 자주 만났다는 건 중요한 현안이 있었음을 의미한다”라고 진술했습니다. 이명박 피고인이 대통령 당선자 신분이던 2008년 1월6일에는 국세청과 산업자원부 등 정부 부처에서 업무보고를 받는 사이 시간을 쪼개 김석한 변호사를 만납니다.
김희중 전 실장이 말한 “중요한 현안”이란 다스가 미국에서 벌인 BBK 투자금 반환 소송, 그리고 김경준씨의 송환을 저지하는 것이었습니다. 2007년 7월 김석한 변호사는 이명박 대선 캠프 관계자에게 국제범죄인 인도 전문가가 김경준 송환에 대해 검토한 문서를 메일로 보냅니다. 김희중 전 실장이 작성한 이명박 피고인 일정을 보면 같은 해 8월4일 서울 여의도 렉싱턴호텔에서 김석한 변호사와 약속이 잡혀 있습니다. 검찰은 이 자리에서 김경준 송환을 막기 위한 논의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1999년 투자자문회사 BBK를 설립한 김경준씨는 2001년 투자금 380억원을 횡령해 미국으로 도피합니다. 다스는 BBK에 투자한 190억원 중 50억원만 회수합니다. 이때부터 140억원을 되찾기 위한 길고 긴 법정 싸움이 시작됩니다. 다스는 미국 로펌 LRK를 소송 대리인으로 선임하고 김경준을 상대로 140억원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하지만 2007년 8월 1심에서 패소합니다. 1심 패소 후 구원 등판한 로펌이 바로 삼성의 뇌물 전달 창구로 지목된 ‘아킨 검프’입니다. 워싱턴 로비 업계에서 가장 실력 있는 로펌 중 하나인 아킨 검프는 명성에 걸맞게 2011년 김경준으로부터 140억원을 받아내는 데 성공합니다.
BBK 주가조작 사건으로 발생한 피해 규모는 약 1000억원, 피해자는 약 5000명으로 추산됩니다. 2007년 대선에서 BBK 실소유주 의혹을 받고 있던 이명박 피고인에게 김경준씨는 경쟁 후보보다 더 무서운 존재였을 겁니다. 결국 대선을 한 달 앞두고 김경준씨는 한국으로 들어옵니다. 이명박 피고인이 BBK 실소유주임을 증명하는 한글 이면계약서를 공개했던 김경준씨는 검찰 수사에서 돌연 말을 바꿔 갑자기 계약서를 위조했다고 선언합니다. 〈시사IN〉은 2007년 12월 ‘검찰이 이명박 후보에게 유리한 진술을 해주면 형량을 낮춰주겠다고 제안했다’는 내용이 담긴 김경준씨의 메모를 단독으로 입수해 보도한 바 있습니다. 정호영 특검은 이명박 당시 대통령 당선자를 무혐의 처분합니다. 주가조작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경준씨는 징역 8년, 벌금 100억원을 선고받고 지난해 3월 만기 출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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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이름 빼주면 구형량을 3년으로 맞춰주겠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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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로스앤젤레스·주진우 기자
편집자주 : 이 기사는 2007년 12월4일 작성되었습니다.〈시사IN〉은 김경준씨가 검찰 수사를 받던 과정인 11월23일 검찰청 조사실에서 장모(이보라씨의 어머니)에게 써준 메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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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K 특검 떠도 이명박 끄떡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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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철 기자
대통령 선거가 끝나면 매번 부정선거 소동이나 재검표 논란이 있었다. 지난 2002년 대선이 끝났을 때는 한나라당에서 전자개표기 조작이 있었다며 당선무효 소송을 제기하고 재검표를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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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K 의혹, 초간단 정리해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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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혜 기자
정봉주 전 의원은 2007년 대선 당시 민주당 내 ‘이명박 주가조작 의혹사건 진실규명 대책단’ 공동단장으로 활동했다. 정 전 의원이 제기한 BBK 주가조작 사건은 2000년으로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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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다스의 140억 MB가 빼왔다?
[단독] 다스의 140억 MB가 빼왔다?
주진우 기자
〈시사IN〉은 BBK 사건과 관련한 ‘140억 송금 작전’을 이명박 청와대가 주도했다는 핵심 관계자의 증언과 이를 뒷받침할 문건을 확보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관련한 BBK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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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스는 이명박 회사’ 문서들은 증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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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우 기자
다스는 자동차 시트와 시트 프레임 등을 만드는 회사다. 1987년 설립된 다스는 공장을 완공하자마자 현대자동차에 납품을 시작했다. 지금도 생산 물량 대부분을 현대·기아차에 납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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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직원 “세종대왕 보이게 현금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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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희 기자
■ 7월20일 이명박 횡령·뇌물 등 14차 공판 “다스는 누구 겁니까”라는 추궁이 법정에서도 이어졌다. 이명박 피고인을 다스 실소유주로 지목하는 진술과 증거가 공개됐다. 검찰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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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노린 ‘해임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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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희 기자
7월24일 재판에서 이명박 피고인의 변호인은 최근 작성된 다스 사내 문건 하나를 공개했습니다. 발행 일자 2018년 7월1일, 문건 이름은 ‘인사명령’. 강경호 사장을 해임하고 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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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집사 김백준 “다들 돈 냄새는 금방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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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희 기자
■7월27일 이명박 횡령·뇌물 등 16차 공판 국정원 자금 상납 혐의에 대한 심리가 계속됐다. 이명박 피고인은 대통령으로 재임하면서 2억원씩 세 차례, 10만 달러(1억12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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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세금으로 특실 간 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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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희 기자
“내 일은 나올 수 있으시겠습니까?” 7월12일 재판이 마무리될 무렵 정계선 부장판사는 이명박 피고인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피고인이 평소보다 일찍 재판을 끝내달라고 요청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