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회담 이후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팀을 겨냥한 상원 외교위원회 의원들의 불만이 이만저만 아니다. 북·미 정상회담 관련 내용을 별도로 상세히 브리핑해달라는 의원들의 요청을 트럼프 행정부가 받아들이고도 차일피일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7월25일 열린 폼페이오 장관 청문회의 주제는 북한 핵뿐 아니라 최근 미국·러시아 정상회담 관련 논란, 미·중 무역 분쟁 등 다양한 외교 현안을 포괄했다. 북·미 정상회담을 단독으로 다룬 ‘북한 청문회’가 아니어서 의원들의 갈증을 풀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이야기다.
민주당 진 섀힌 의원은 “대북 브리핑이 계속 늦춰지는 건 불행한 일이다. 정상회담 이후 실질적인 후속 결과가 없다 보니 혹시 보고할 게 전혀 없는 건 아닌지 궁금하다”라고 말했다. 여당인 공화당의 밥 코커 외교위원장조차 “나 자신도 일반 미국인이 아는 것 이상으로 북·미 정상회담에 관해 알지 못한다”라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국가안보 실무그룹’ 재가동된다면
외교 전문가들은 오히려 ‘국가안보 실무그룹(NSWG)’의 재가동 움직임을 주목한다. 세간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국가안보 실무그룹은 상원 외교위원회·군사위원회·정보위원회 의원 20명으로 구성된 그룹이다. 지금은 차기 상원 외교위원장 내정자인 공화당 제임스 리시 의원과 민주당 다이앤 파인스타인 의원이 공동 의장을 맡고 있다.
원래 이 그룹은, 냉전 시절 의회가 미국 정부의 대(對)소련 핵군축 협상을 감시할 목적으로 출범했다. 1990년대 초 소련이 붕괴한 뒤에는 한동안 핵 문제보다 다른 외교 현안들이 우선순위를 차지하며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그런데 6·12 북·미 정상회담 전후로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이 떠오르면서 다시 비상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도 국가안보 실무그룹이 어떻게 활동하는지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다만 최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을 포함한 외부 인사들을 초빙해 다양한 외교안보 현안에 관해 브리핑도 듣고 토론회도 여는 등 본격적인 기지개를 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초기 단계인 만큼 국가안보 실무그룹이 당장 개입할 여지는 없는 듯하다. 실제로 이 집단의 공동 의장인 제임스 리시 공화당 의원도 협상 초기 단계부터 옵서버로 참여하는 데 부정적이라고 알려졌다. 하지만 협상이 본격화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일단 이 그룹이 옵서버로 들어가면 무엇보다 대북제재 완화나 해제와 관련된 미국 행정부 측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인다. 자칫 이들이 비핵화 협상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 그룹의 참여에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는 관측도 적지 않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비핵화 협상 최종안을 의회에서 조약 형태로 인준받아야 한다면, 이 그룹 소속 의원들의 협상 참여가 나쁘지 않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5월 이란과의 핵 합의를 쉽게 파기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국가안보 실무그룹의 역할 부재를 꼽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 만일 전임 오바마 대통령이 이란 핵협상 당시 이 그룹의 역할을 적극 용인하면서 핵 합의 역시 조약 수준으로 의회 인준을 받았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파기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일런 골든버그 신미국안보센터 중동안보국장은 정치 전문 매체 〈데일리 비스트〉에 “이란 핵 합의의 선례에서 보듯 북·미 비핵화 협상도 초당적 의회 지지가 필요한 만큼 국가안보 실무그룹은 문제 해결을 위한 훌륭한 구상”이라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20여 년 만에 재개 움직임을 보이는 국가안보 실무그룹이 향후 비핵화 협상에서 순기능을 제대로 해낼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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