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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전 없는 비핵화에 미국 의회는 신경전

2018년 08월 08일(수) 제568호
워싱턴·정재민 편집위원 webmast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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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트럼프 행정부에 불만을 드러냈다. 북·미 정상회담 이후 비핵화 협상과 관련한 상세한 브리핑이나 실질적인 후속 결과가 없다는 것이다.

예상대로 격돌의 순간이었다.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거의 한 달 보름 만인 7월25일(현지 시각) 열린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공화당 밥 코커 위원장을 비롯한 여러 의원들은 약 3시간 동안 당파를 떠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상대로 정상회담 결과에 관해 꼬치꼬치 캐물었다. 특히 민주당 간사인 밥 메넨데스 의원은 폼페이오 장관과 가시 돋친 설전을 벌여 주목을 끌었다.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에 깊은 회의를 품어온 메넨데스 의원은 질문 시간 내내 “북한도 미국이 정의한 비핵화에 동의했느냐?”라고 추궁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은 미국이 정의한 비핵화를 잘 이해하고 있다”라는 원론적 답변만 되풀이하자, 메넨데스 의원이 신경질을 내기도 했다.

북·미 정상회담 이후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팀을 겨냥한 상원 외교위원회 의원들의 불만이 이만저만 아니다. 북·미 정상회담 관련 내용을 별도로 상세히 브리핑해달라는 의원들의 요청을 트럼프 행정부가 받아들이고도 차일피일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7월25일 열린 폼페이오 장관 청문회의 주제는 북한 핵뿐 아니라 최근 미국·러시아 정상회담 관련 논란, 미·중 무역 분쟁 등 다양한 외교 현안을 포괄했다. 북·미 정상회담을 단독으로 다룬 ‘북한 청문회’가 아니어서 의원들의 갈증을 풀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이야기다.

ⓒAP Photo
왼쪽부터 밥 코커 외교위원장과 폼페이오 국무장관, 밥 메넨데스 민주당 간사.
미국 의회는 대체로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서 일관된 언행을 보이지 못해 혼란을 가중시켰다고 보는 듯하다. 트럼프는 정상회담 전까지도 그토록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강조했지만 회담 후 낸 공동성명에는 CVID 대신 ‘완전한 비핵화’만 명기했다. ‘신속한 비핵화’를 주장하다가 최근에는 “비핵화 시한은 없다”는 쪽으로 말을 바꿨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정보기관들의 평가와 달리 “북한의 핵 위협이 더는 없다”라고 주장했다. 의원들이 폼페이오 장관의 상세한 브리핑을 요구해온 이유다. 그들은 북·미 정상회담 결과가 단지 공동성명 항목들이 아니라 별도의 양해각서가 있는지,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확고한지, 미국이 북한 측에 약속한 보상은 없는지 등의 주요 사안이 매우 불투명하다고 생각한다.

민주당 진 섀힌 의원은 “대북 브리핑이 계속 늦춰지는 건 불행한 일이다. 정상회담 이후 실질적인 후속 결과가 없다 보니 혹시 보고할 게 전혀 없는 건 아닌지 궁금하다”라고 말했다. 여당인 공화당의 밥 코커 외교위원장조차 “나 자신도 일반 미국인이 아는 것 이상으로 북·미 정상회담에 관해 알지 못한다”라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AP Photo
‘국가안보 실무그룹’의 공동 의장인 공화당 제임스 리시 의원.
상황이 이런 만큼 트럼프 행정부를 겨냥한 의회 차원의 견제가 앞으로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사안은, 민주당 메넨데스 의원과 공화당 코리 가드너 의원이 최근 공동 발의한 ‘대북정책 감독 법안’이다. 이 초당적 법안에 따르면, 향후 트럼프 행정부는 북·미 비핵화 협상 진행 상황을 30일마다 의회에 보고해야 한다. 또한 매 회담 직후 국무장관과 국가정보국장은 의무적으로 국회에 브리핑해야 한다. 최종 합의안은 의회에서 조약 수준으로 엄격히 승인받아야 하며, 북한이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핵무기를 해체할 때까지 대북 경제제재를 유지하도록 했다. 이 법안은 설령 통과돼도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어서 발효 여부는 미지수다.

‘국가안보 실무그룹’ 재가동된다면

외교 전문가들은 오히려 ‘국가안보 실무그룹(NSWG)’의 재가동 움직임을 주목한다. 세간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국가안보 실무그룹은 상원 외교위원회·군사위원회·정보위원회 의원 20명으로 구성된 그룹이다. 지금은 차기 상원 외교위원장 내정자인 공화당 제임스 리시 의원과 민주당 다이앤 파인스타인 의원이 공동 의장을 맡고 있다.

원래 이 그룹은, 냉전 시절 의회가 미국 정부의 대(對)소련 핵군축 협상을 감시할 목적으로 출범했다. 1990년대 초 소련이 붕괴한 뒤에는 한동안 핵 문제보다 다른 외교 현안들이 우선순위를 차지하며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그런데 6·12 북·미 정상회담 전후로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이 떠오르면서 다시 비상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도 국가안보 실무그룹이 어떻게 활동하는지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다만 최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을 포함한 외부 인사들을 초빙해 다양한 외교안보 현안에 관해 브리핑도 듣고 토론회도 여는 등 본격적인 기지개를 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FP PHOTO
‘국가안보 실무그룹’의 공동 의장인 민주당 다이앤 파인스타인 의원.
국가안보 실무그룹의 급부상이 새삼 주목을 끄는 까닭은 향후 비핵화 협상이 본격화할 경우 미국 측 협상단에 ‘옵서버’로 참가해 감시 기능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 그룹의 정관에 따르면, 의원들은 핵무기를 포함한 대량살상무기 감축과 관련된 미국 정부의 모든 협상에 ‘공식 옵서버’로 들어가 감시 활동을 펼칠 수 있다. 북·미 협상도 마찬가지다. 물론 국가안보 실무그룹이 옵서버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행정부 측의 승인이 필요하긴 하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북·미 정상회담 직전인 6월 초에 이미 북한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국가안보 실무그룹의 옵서버 역할을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들이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민감한 내용을 외부에 흘려 회담 분위기를 흐릴 수도 있는 만큼 트럼프 행정부가 이 그룹의 참가 범위를 얼마나 허용할지는 미지수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초기 단계인 만큼 국가안보 실무그룹이 당장 개입할 여지는 없는 듯하다. 실제로 이 집단의 공동 의장인 제임스 리시 공화당 의원도 협상 초기 단계부터 옵서버로 참여하는 데 부정적이라고 알려졌다. 하지만 협상이 본격화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일단 이 그룹이 옵서버로 들어가면 무엇보다 대북제재 완화나 해제와 관련된 미국 행정부 측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인다. 자칫 이들이 비핵화 협상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 그룹의 참여에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는 관측도 적지 않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비핵화 협상 최종안을 의회에서 조약 형태로 인준받아야 한다면, 이 그룹 소속 의원들의 협상 참여가 나쁘지 않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5월 이란과의 핵 합의를 쉽게 파기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국가안보 실무그룹의 역할 부재를 꼽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 만일 전임 오바마 대통령이 이란 핵협상 당시 이 그룹의 역할을 적극 용인하면서 핵 합의 역시 조약 수준으로 의회 인준을 받았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파기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일런 골든버그 신미국안보센터 중동안보국장은 정치 전문 매체 <데일리 비스트>에 “이란 핵 합의의 선례에서 보듯 북·미 비핵화 협상도 초당적 의회 지지가 필요한 만큼 국가안보 실무그룹은 문제 해결을 위한 훌륭한 구상”이라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20여 년 만에 재개 움직임을 보이는 국가안보 실무그룹이 향후 비핵화 협상에서 순기능을 제대로 해낼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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