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24일 재판에서 이명박 피고인의 변호인은 최근 작성된 다스 사내 문건 하나를 공개했습니다. 발행 일자 2018년 7월1일, 문건 이름은 ‘인사명령’. 강경호 사장을 해임하고 임원 3명을 새로 임명한다는 내용입니다. 강경호 사장은 이명박 피고인의 서울시장 시절 서울메트로 사장을, 대통령 재임 중에는 코레일 사장을 지낸 최측근입니다. 검찰은 2009년 6월 강경호 사장을 다스에 데려온 사람도 이명박 피고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번 인사를 단행한 이는 이명박 피고인의 형 이상은 회장입니다. 인사명령 직후 강경호 사장은 사내 게시판에 글을 올려 ‘규정을 어긴 인사로 원천 무효’라며 반발했지만, 7월11일 사장 해임 논의를 위한 긴급 이사회가 소집되기 직전 스스로 사임했습니다. 이례적인 방식으로 이명박 피고인의 최측근을 경질하는 조치를 두고 다스에서 ‘형제의 난’이 시작됐다는 말이 돕니다.
강경호 사장 자리에 온 송현섭 신임 사장은 현대차 부사장 출신으로 현대차 인도 공장 공장장으로 있을 당시 다스 인도 법인을 총괄했던 이동형 다스 부사장과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상은 회장의 아들인 이동형 부사장은 2008년 관리이사로 입사한 후 다스 총괄부사장까지 승진했지만 2016년 8월 다스 아산공장 부사장으로 사실상 좌천됐습니다. 이명박 피고인의 아들 이시형씨가 다스에서 장악력을 키워갈수록 이상은 회장과 이동형 부사장의 입지는 좁아졌습니다. 코너에 몰려 있던 이상은 회장 부자가 이명박 피고인이 수감된 것을 기회로 다스를 접수하려 승부수를 띄웠다는 말도 나옵니다.
반면 ‘일종의 쇼’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명박 피고인은 법정에서 다스는 자신의 소유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일부러 강경호 사장을 쳐내서 이상은 회장이 다스의 진짜 주인임을 보여주려 한다는 것이죠. 채동영 다스 전 경리팀장은 tbs 인터뷰에서 “이명박이 구속될 때부터 강경호 사장은 그만두려고 마음먹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강 사장이 면직 조치에 반발한 건) 그래야 다스가 이상은 회장의 회사라는 게 견고하게 입증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명박 피고인 변호인의 논리도 비슷합니다. 7월24일 재판에서 변호인은 이상은 회장의 지시가 담긴 다스 인사명령 문서와 함께 강경호 사장이 인사명령에 항의하기 위해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을 제시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상황만 봐도 누가 다스의 실소유자인지 알 수 있다.”
‘보여주기용 쇼’라 해도 효과는 의문입니다. 검찰 조사에서 김성우 전 사장, 강경호 사장 등 이명박 피고인의 최측근을 비롯해 다스 전·현직 임원들은 다스의 실소유주는 이명박이라고 진술했습니다. 이상은 회장이 주인이라면 ‘자연스럽게’ 후계자가 될 이동형 부사장조차도 ‘다스는 이명박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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