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출해의 꿈이 영그는 곳이 있다. 방천에서 훈춘으로 돌아오는 길에 있는 취안허 세관이다. 훈춘 쪽의 중국 세관인 취안허 세관에서 두만강을 가로질러 원정교를 건너가면 북한 쪽 원정리 세관이 나온다. 원정리 세관에서 54㎞를 달리면 북한 나진항에 닿는다.
중국 투먼에서 바라본 북한 남양의 모습도 놀라웠다. 2년 전 큰물 피해로 남양의 낡은 가옥이 모두 물에 잠겨 다시 지었다더니 정말 그랬다. 예전 남루한 모습은 사라지고 새로운 주택단지가 들어서 있었다. 기존 투먼 대교 외에 이곳에도 새로운 다리 공사가 한창이었다. 훈춘-원정리 구간이 나진항으로 이어진다면, 투먼-남양 구간은 북한의 청진항으로 이어진다.
중국이 청진항 통해 동해로 나온다면
2010년, 2011년 당시 유행하던 중국의 ‘창지투 프로젝트’는 창춘·지린·투먼과 북한의 나진·선봉을 연계 개발한다는 국가급 계획이었다. 훈춘에서 나진항으로 헤이룽장성의 석탄을 수송하려고 했다. 실제로 다롄의 창리라는 회사가 트럭 수십 대에 석탄을 싣고 나진항까지 가서 나진항에서 다시 배로 상하이 근처 닝보까지 수송했다. 몇 차례 해보니 문제가 많았다. 특히 석탄가루 때문에 도로가 더러워졌다. 당시 투먼 시 정부 차원에서 투먼과 북한 남양 간 철길을 손봐 청진항까지 열차로 수송하는 안을 추진하기도 했다. 중국의 궁극적인 목표는 나진항보다 규모가 큰 청진항을 뚫고 동해로 진출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와서 보니 북·중 간에 이미 합의가 끝나 있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5월7~8일 중국 다롄 방문 당시 북·중 간에 청진항 부두를 중국이 개보수해 50년간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시진핑 주석이 김 위원장에게 철도·도로와 관련해 한반도의 서해안 쪽으로 연결하는 방안과 동해안 쪽으로 연결하는 방안 중 어디를 택하겠는가라고 묻자, 김 위원장이 나진 선봉을 홍콩을 능가하는 국제도시로 키우고 싶다며 동해안 쪽을 선택했다고 한다. 즉 훈춘-나진-청진을 철도와 도로로 잇고 청진에서 평양으로 잇는 것이다. 중국 일대일로의 6번째 루트가 중국-몽골-러시아를 잇는 것인데, 이 중 투먼 루트가 훈춘-하산-자루비노 그리고 훈춘-나진을 잇는 것으로 거론돼왔다. 일각에서 일대일로의 북한 쪽 목표는 나진이 아니라 청진이라는 얘기가 끊이지 않았다. 일대일로의 한반도 쪽 투먼 루트의 끝은 훈춘-나진이 아니라 훈춘-청진(항)일 수 있다. 북한은 청진항 사용 대가로 중국에서 거액의 지원을 받기로 했다고 한다. 청진 아래쪽은 남북이 동해선과 경원선을 이을 예정이다.
이번 여행 일정은 백두산 서파를 거쳐 압록강가로 내려오는 것이었다. 처음 가는 길이었다. 장백에서 하루를 자고 압록강변 북한 혜산시를 바라보았다. 두만강가에서 바라보던 북한 국경도시와는 스케일이 달랐다. 혜산은 양강도 도청 소재지다. 큰 도시이기 때문에 스케일이 다를 수 있지만 중국 지안에서 바라본 북한 만포도, 단둥에서 바라본 신의주 모두 두만강가 북한 도시와는 달랐다. 산사태로 도로가 끊겨 압록강가를 타고 끝까지 내려오지 못한 게 유감스러웠다.
중국 지안의 고구려 유적 하면 광개토대왕릉비, 장수왕릉, 환도산성만 생각했다. 광개토대왕릉이 있다는 사실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반도로 쪼그라들기 전 대륙을 누비고 다닌 이 무덤의 주인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동북아의 외로운 섬처럼 나뉜 남과 북이 이제 닫힌 빗장을 풀고 문호를 열려고 하는 지금 그의 지혜를 빌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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