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연은 동안이다. 동그랗고 큰 눈에 아담한 키 등은 그가 데뷔한 스무 살 시절부터 만 서른 살을 맞은 지금까지 거의 변하지 않았다. 카라 시절에는 ‘가짜 막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였다. 귀여운 외모는 분명 한승연이라는 연예인의 큰 매력이다.
1집이 흥행에 실패하고 메인 보컬이 탈퇴까지 한 2007년과 2008년, 한승연은 온갖 프로그램에 홀로 출연하며 팀 알리기에 바빴다. 단순한 알리기였다기보다는 팀 존속을 건 절박한 활동이었을 것이다. 〈미스터〉로 대박을 치기 전까지 카라를 대표하던 별명 ‘생계형 아이돌’, 그리고 무명이란 것이 곧 캐릭터가 된 한승연의 별명 ‘한듣보’는 그가 각종 예능에 홀로 출연하며 고군분투하던 이 시기에 생겼다. 마냥 긍정적인 별명은 아니었다.
한편, 같은 시기 그는 10대 누리꾼들의 ‘인터넷 소설 가상 캐스팅 놀이’에 ‘예쁘지만 여자 주인공을 괴롭히는 악녀 이미지’로 자주 오르곤 했다. 본인 말로는 눈꼬리가 올라가 있어서 웃지 않으면 인상이 나빠 보인다는 말을 듣는다고 한다. 그 탓인지, 그에게는 ‘귀엽지만 독하다’ ‘이중적일 것이다’라는 이미지가 있었다. 동안이라며 사랑받은 얼굴이지만 웃지 않는 얼굴은 용납되지 않았다.
상기한 두 경우 모두, 사람들이 귀여운 그의 외모에 품는 기대와 그것에 어울리지 않는 캐릭터의 대비를 보여주는 ‘반전형’ 별명이다. 데뷔 11주년이 된 지금 돌아보았을 때 한승연의 이런 반전 이미지는 상황에 따라 그에게 양날의 검으로 작용했다. MC들이 시키는 애교를 하지 않았을 때에는 초심을 잃고 거만해졌다는 말을 들었다. 소속사와 불공정 계약 관계로 갈등을 빚고 있을 때는 그가 다른 멤버들을 선동했다는 억측도 나왔다. 대중의 이미지 해석이란 같은 재료로도 프레임만 바꾸면 쉬이 재구성된다. ‘귀엽지만 인기 없는 여자애’처럼 무해한 존재일 때는 사랑받았다가도, 부당한 요청을 거절하거나 자기 권리를 주장하면 ‘귀여운 얼굴에 안 맞게 표독스러운 애’가 되었다.
그의 커리어에는 유독 굽이굽이 어려움이 많았다. 앞서 언급한, 갑작스러운 팀 멤버 탈퇴가 그랬다. 그 어려움을 딛고 뚝심 있게 버틴 결과, 카라는 일본에서 가장 큰 공연장인 도쿄돔에 입성한 첫 번째 한국 걸그룹이 되었다.
지금도 그의 가는 길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연기자로 홀로서기를 한 최근에는 두 번이나 연달아 파트너 남자 배우들이 성추행 가해 혐의로 하차하는 악재가 겹쳤다. 그러나 그는 여전하다. 〈장옥정, 사랑에 살다〉나 〈왔다 장보리〉 때 들었던 연기력 논란은 〈청춘시대〉 등을 거치며 어느새 사라졌다. 카라 때처럼 그는 본업에서 천천히 발전하는 모습으로 대중에게 다가선다. 그에게는 사람들이 귀여운 얼굴엔 잘 기대하지 않는 우직함이 있다. 우리는 한 가지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는 언제나 생계형이나 악녀가 아닌, ‘근성형 아이돌’로 불리고 싶어 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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