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조권은 팬들에게 받은 메시지 몇 건을 SNS에 공개했다. 그의 노래와 말에 위로를 받았다며 고마움을 전하는 메시지였다. 성소수자로서 조권에게 용기를 얻었다는 내용이 많았다. SNS에서 그는 틈만 나면 무지개 이모지(그림 문자)를 사용했고, 무대에서는 하이힐을 신곤 했다. 그리고 최근 있었던 버스킹 공연의 후기로 “하나님은 차별 없이 모두를 사랑하신다고 믿는다”라고 적었다.

ⓒ시사IN 양한모

발라드 중심의 그룹 2AM으로 데뷔한 지 10년이 되었다. 그가 보여준 많은 얼굴이 모두 조권이었다. 응어리를 허공에 띄워내는 듯한 목소리의 발라드가 많은 사랑을 받았다. 동시에 누군가에게 그는 까불거리는 ‘깝권’이었고, 누군가에게는 도발적인 뮤지컬 작품에 출연한 배우였으며, 일렉트로닉 위주의 솔로 앨범을 낸 댄스 가수였다. 걸그룹의 안무를 완벽하게 소화하다 못해, 여성 아이돌과 함께 걸그룹 무대를 연출한 것도 여러 번이었다.

조권의 걸그룹 춤이 독보적이었던 것은 완벽한 실력만이 아니다. 보고 있으면 웃음이 터지기 일쑤지만, 그것은 다른 남성들처럼 애교나 섹스어필의 과장 때문이 아니다. 그가 흥에 넘쳐 격렬하게 너무나 잘 추기 때문이다. 단언컨대 걸그룹 춤을 그렇게 춰 보이는 남성 연예인은 극소수다. 조권이 그 안무를 정말로 좋아해서 열심히 출 때, 이를 통해 그는 걸그룹을 아티스트로서 철저히 존중한다. 그런 캐릭터임을 알기에 그가 뮤직비디오에서 여성의 엉덩이를 내리쳐도 불편함을 주지 않는다.

비슷하지만 다르게, 그의 캐릭터가 허용하는 것이 또 있다. 하이힐을 신고, 얼굴에 글리터를 바르고, 게이 배역을 맡고, 레이디 가가의 노래를 인용하거나 부르고, 짙은 화장에 치마를 입기도 한다. 묘하게도 대중은 그것을 그리 진지하게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깝권’이니까, 재미있다며 끄덕이고 넘어간다. 그래도 그것이 불편하다는 사람들에게는, 예컨대 뮤지컬 〈프리실라〉 출연에 대한 악플을 향해서는 “‘조권 진짜 게이 아냐?’ 이게 뭐가 그렇게 중요하냐”라고 되묻는다. 그렇다. 그에 대한 대중의 의문은 중요하지 않다. “그게 뭐가 그렇게 중요하냐”는 질문에 비해서는 말이다. 또한 조권이 자기 자신을 표현하며 성심으로 질문을 던져온 시간들보다는 말이다.

조권이 공개한 메시지 속 한 팬은 그에게 “연예계에 있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라고 적었다. 한국 연예계에서 질문을 던지는 사람은 흔치 않다. 올랜도 총기 난사 사건 희생자들을 기리며 SNS에 무지개 하트를 올렸다가도 곧 지워야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의 질문은 작게는 왜 조권의 걸그룹 댄스는 다른가부터, 크게는 정체성과 사랑에 관한 것까지 닿는다. 8월6일 입대한 그가, 많이 기다려질 것이다.



기자명 미묘 (〈아이돌로지〉 편집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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