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국민연금 4차 재정계산 결과가 발표되었다. 이를 접한 사람들의 마음이 무겁다. 2013년 발표에서는 2060년이었던 기금 소진 연도가 2057년으로 앞당겨졌다. 우리가 앞으로 5년 가고(2013년 발표→2018년 발표) 소진 연도는 3년 당겨졌으니 소진까지 기금 존재 기간이 8년 줄어든 셈이다. 이러니 보험료 인상을 포함해서 국민연금 재정안정화 대책도 강해졌다.

그래서인지 재정계산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재정계산은 향후 70년 국민연금 재정을 예측하고 제도 개혁안을 마련하는 작업이다. 워낙 장기이다 보니, ‘과연 70년을 어떻게 알 수 있고, 또 그것을 근거로 정책을 결정하는 게 적절한가’라는 질문이 생길 수 있다.

논점은 세 가지다. 첫째, 굳이 70년이나 전망해야 할까? “국민연금 재정이 지닌 특수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다른 복지제도는 그해 필요한 지출만큼 재정을 마련하면 된다. 급여 지출과 재정 충당이 동시에 일어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다르다. 가입자에게 보험료를 걷고 나중에 연금을 주는 사회보험으로서 수입과 지출 사이에는 시간 차이가 존재한다. 젊었을 때는 보험료를 내기만 하고 은퇴해서는 연금을 받기만 하기에, 신규 가입자가 국민연금 재정과 맺은 결산은 그가 국민연금을 떠날 때 마무리된다. 대략 20세에 가입해서 90세에 사망한다고 가정하면 70년이다. 선진국들도 비슷하다. 핀란드는 우리나라처럼 70년을 계산하고, 스웨덴·미국·캐나다는 75년, 장수의 나라 일본은 무려 100년이다.

둘째, 70년 추계가 정확할 수 있을까? 당연히 미래를 알아맞힐 수는 없다. 여기서 중요한 건 수치의 정확성보다는 미래 연금재정 수지의 기본 구조를 진단하는 일이다. 연금수지는 전체 보험료 수입과 급여 지출의 관계이다. 두 변수 모두 소득의 몇%로 계산된다. 국민연금은 40년 가입 기준으로 보험료는 소득의 9%, 급여는 소득의 40%이다(2028년 모델). 미래 전망에서 인구·경제 수치가 일부 달라지더라도 연금수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보험료와 급여가 모두 소득 변수에 연동하므로 연금수지의 기본 구조는 파악할 수 있다.

 

 

ⓒ연합뉴스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소속 회원들이 국민연금 재정계산 공청회가 열린 17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앞에서 국민연금 지급 보장 명문화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셋째, 그러하더라도 70년 기간의 재정안정화 방안까지 마련해야 하나? 현재 시점에서 먼 미래의 정책까지 정하는 게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여기에는 다소 오해가 존재한다. 재정계산에서 제시한 개혁안이 70년 동안 그대로 실행되는 건 아니다. 이번 4차 재정계산은 국민연금이 달성해야 할 재정 목표를 설정했다. 재정 목표는 ‘미래 수입과 지출의 균형’이고, 이를 보여주는 균형지표는 ‘70년 적립배율 1배’이다. 70년이 되는 시점에 1년치 지출만큼의 적립금을 확보하면 재정 균형 상태라고 정의한 것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필요보험료율이 16~17%. 이만큼의 인상을 감당하기 어렵다면 수급 개시 연령을 늦추든가 급여를 하향하는 여러 방안들의 조합도 제시되었다.

국민연금 진단 결과, 불편하지만 회피하지 말자

재정계산 작업에서 재정 목표는 현재 정책을 이끄는 미래 좌표의 위상을 지닌다. 재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도출한 필요보험료율을 좌표로 삼아 현재를 잇는 선이 만들어지고, 이 경로가 70년 기간의 개혁안이다. 그리고 5년 후에 다시 70년을 전망하는 작업이 진행된다. 다음 5차에서는 2093년을 기준으로 미래 좌표가 조금 이동할 것이고, 이를 잇는 선의 각도 역시 수정될 것이다. 이처럼 어떤 해의 재정계산에 의한 개혁안이 70년 동안 그대로 이행될 로드맵은 아니다. 재정 목표를 향한 잠정적 경로로서 현재 추진해야 하는 개혁의 각도를 정하는 가이드 구실을 할 뿐이다.

국민연금 재정계산은 먼 미래를 다루는 복잡하고 어려운 작업이다. 그렇다고 막연히 불신하거나 불가지론으로 흐르는 건 경계하자. 국민연금에서 장기 재정계산은 필수이고, 연금수지의 상태를 진단하고 개혁안을 마련하는 데 유효한 작업이다. 꼼꼼한 검증은 필요하지만 재정 전망 자체를 문제시하는 건 곤란하다는 이야기이다. 불편하지만, 국민연금의 진단 결과를 회피하지 말고 미래 지속가능성을 위한 해법 마련에 지혜를 모으자.

 

기자명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