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와 같이 언론이 중립적, 객관적 입장을 유지한다면 문제가 없다. …시사인은 기본적으로 現 대법원은 보수화되어 있다고 보고, 대법원과 대립각을 세우는 입장. 중립적 국가기관으로 보지 않고, 보수적 정권과 등치시키고 있음.”
피식 웃음이 났다. 현실 인식도 사실 관계도 들어맞는 게 없다. 법원 최고 엘리트들이 내부 보고용으로 만든 업무 문건이라기에는 놀라운 수준이었다. 지난 8월10일 추가로 공개된 양승태 대법원의 법원행정처 문건 중 하나다.
문건 제목 ‘(150921)차성안’. 당시는 차성안 판사가 쓴 ‘현직 판사, 5분 재판을 누가 승복합니까’ 기고문이 〈시사IN〉 제416호에 실렸을 때다. 상고법원 설치보다는 하급심인 1·2심을 강화하자는 제안이었다. 그렇게 해서 소송 불복이 줄면 상고 사건 자체가 적어진다는 현직 판사의 제안이었다.
하지만 양승태 대법원은 상고법원에 대한 판사들의 다른 목소리를 견디지 못했다. 〈시사IN〉과 차 판사의 ‘갈라치기’를 모색했다. 이번에 공개된 내부 문건에서는 차 판사를 설득할 방법이 나온다. “본인 의도와 달리 왜곡 편집될 가능성. 악용” “법원을 까는 데 이용당하고 있음” “법관 증원에 관심이 있다기보다는 상고법원을 망치려는 의도. 시사인 논리에 이용당하는 현실”.
‘빨간 펜’을 대야 할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먼저, 법원 내부 전산망에 올린 자기 글을 차 판사가 〈시사IN〉에 보내왔다. “법률가가 아닌 국민을 대상으로 의견을 밝히고 평가받고 토론을 하고 싶다”라는 이유였다. 상고법원은 절대선이나 지고한 가치가 아닌 정책안이었다. 건전한 논쟁을 거쳐 탄생한 법안이 사회를 더 건강하게 만든다면, 그 내용을 공론장에서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시사IN〉에 그의 제안이 5회에 걸쳐 실렸다. 차 판사가 먼저 요청한 것이다. 당시 기고를 원한다는 차 판사의 이메일을 받고 원고를 담당했던 내가 아는 한, 이게 전부다.
지난 1월 양승태 법원행정처 문건이 처음 공개됐을 때 ‘편집국장의 편지’가 생각난다. 〈시사IN〉이 당시 상황을 악용했다면 자신을 고소하라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이쯤 되면 〈시사IN〉이 양승태 대법원을 고소해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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