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가장 늦게 안다.’ 언론계 속설이다. 사건 파악을 말하는 게 아니다. 트렌드에 약하다. 부동산, 비트코인 투자 등 자신의 지갑을 윤택하게 하는 정보에는 더 늦다. 집을 사도 ‘상투’를 잡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문화팀 기자가 아니면 히트곡도 한 템포 느리다. 기자들이 흥얼거릴 때쯤 차트에서 빠져 있다. 출입처나, 자신이 맡은 사건 쫓기에 바쁘기 때문이다.
지난봄 인공지능(AI) 기획을 할 때도 기자들 반응이 그랬다. “우리가 이제 이야기하면 제일 늦은 거 아니냐.” 기획 기사를 준비하며 알았다. 늦어도 한참 늦었다. IT 기업뿐 아니라 제조업에서도 AI나 블록체인은 ‘핫했다’. 〈시사IN〉이 테크 매거진은 아니다. 우리만의 시각으로 AI를 해석할 수 없을까? 기획의 문제의식은 거기에 있었다. 누군가는 AI를 장밋빛으로, 또 다른 전문가는 회색빛으로만 보았다. 정치·경제·인문학적으로 총천연색으로 담고 싶었다.
이종태·천관율·이상원 기자가 기획을 맡았다. 편집국에서 아카데믹한(학술적인) 기자로 분류되는 이들이다. 한국 언론으로는 처음으로 석학 얀 르쿤 교수(페이스북 수석 AI 엔지니어·뉴욕 대학)를 인터뷰해 표지 기사에 담았다(제569호). AI 분야 차세대 스타로 꼽히는 조경현 교수(뉴욕 대학 컴퓨터과학과) 등도 취재했다(제570호). 이 기획에 대한 리뷰도 나쁘지 않았다. 특히 전문가들 평가가 좋았다. 이 분야를 연구하는 국내 한 교수는 “기자의 기계학습에 대한 이해력과 쉽게 풀어 쓰는 능력을 높이 사고 싶다”라는 평을 자신의 SNS에 올리기도 했다. 봄부터 흘린 구슬땀이 헛되지 않았다.
내친김에 AI 콘퍼런스도 열었다. “아무 데서도 열지 않는, 여러 노력이 필요한 행사를 열었다는 점이 인상적이고 감격스럽기까지 하다. 정기 구독하는 보람을 느꼈다.” “로봇윤리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알게 되어 인상 깊었다.” 참가자들은 상찬 못지않게 아쉬운 점도 지적했다. “연사마다 강연이 40분으로 짧다 보니 듣다 만 느낌도 있었다.” “참가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나아가 “다음에는 블록체인 콘퍼런스를 열어주길 기대한다”라는 주문도 했다. 다시 한번 콘퍼런스 참가자들에게 감사드린다. 이번 호 천관율 기자의 커버스토리로 AI 기획은 막을 내린다.
〈시사IN〉이 또 한번 독자와 접점을 만든다. 9월14~16일 창간 11주년을 맞아 ‘〈시사IN〉 영화제-진실의 힘’을 연다. 기자와 필자 등이 추천한 영화를 독자들과 함께 감상하고 소통한다(SIF.sisain.co.kr). 이번에도 〈시사IN〉만의 색깔을 담았다. 바로 ‘독자와 더불어’다. 영화제를 알리는 포스터부터 독자와 함께 제작했다. 독자인 박지연 캘리그래피 작가가 작품을 보내주었다. 독자 여러분과 ‘진실의 힘’을 함께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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