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책을 접할 때면 보통 작가나 그 책 자체에 먼저 집중하고 이후에 그 책을 낸 출판사에 관심을 갖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이국적인 아름다움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핸드메이드 아트북 〈나무들의 밤〉과 〈물 속 생물들〉은 독서가들 사이에 잘 알려져 있지만, 이 책을 출간한 인도의 출판사 타라북스를 모르는 이들이 여전히 많다.
모든 ‘입덕’의 길이 그러하듯 타라북스를 모를 수는 있지만, 타라북스를 알게 되는 순간 누구나 출구 없는 사랑에 빠지고 만다. 타라북스는 천으로 만든 수제 종이에 실크스크린으로 인쇄하고 손으로 제본해 그 어디서도 따라 할 수 없는 아름다운 아트북을 만드는 출판사로, 전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타라북스를 진정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들이 책으로 전하는 메시지와 활동에 있다. 여전히 차별이 만연한 인도 사회에서 소수민족·여성 작가들을 한 명의 아티스트로 동등하게 대하고, 구성원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교육과 주거 공간을 지원하기 위해 회사의 수익을 나눈다. 전 세계의 러브콜에도 회사의 규모를 키우지 않고 천천히 일하는 이유를 묻자 타라북스는 대답한다. “책(일)의 질, 동료들 간의 관계, 일과 사람의 관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작게 존재한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라고.
타라북스의 일과 삶의 가치관을 기록한 이 책 〈우리는 작게 존재합니다〉의 저자들 역시 타라북스에 반해 인도로 날아가 그들과 동고동락하며 3년에 걸쳐 책을 만들었다. 저자부터 편집자, 디자이너까지 타라북스를 좋아하는 이들이 모여 애정과 혼을 쏟아부어 완성한 책 〈우리는 작게 존재합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 역시 ‘책’의 의미와 그 가치, 일과 삶, 우리 사회에 대한 하나의 강렬한 영감을 받을 수 있기를. 출판사와 사랑에 빠지는 기쁨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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