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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과 합병호

2018년 08월 31일(금) 제573호
고제규 편집국장 unjus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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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은 52주. 주간지는 매년 52호씩 발행한다. 1년에 두 번 2주치를 한꺼번에 묶어낸다. 설과 추석 때 발행되는 ‘합병호’다. 합병호 마감 뒤 주간지 식구들은 간만에 휴식을 누린다. 그런데 편집국 식구들의 9월 달력이 지저분하다. 합병호 마감 날짜가 들쑥날쑥 표시되어 있다. 여행 계획도 잡지 못했다. 현재까지 합병호 제작 일정을 확정하지 못했다. 3차 남북 정상회담 때문이다.

2주간 유효한 합병호에 정상회담을 담지 않을 수 없다. 8월31일 현재 ‘9월’ ‘평양’ 외에는 정해진 게 없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도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때처럼 ‘롤러코스터’를 타더니 결국 취소됐다. 때론 망원경으로, 때론 현미경으로 한반도를 들여다보는 남문희 선임기자의 표정이 좋지 않다. 왜 그런지 이번 호 기사에 자세히 담겼다. 워싱턴에서 정재민 편집위원이 전한 현지 정보도 잔뜩 흐리다. 미국 국방부 쪽 분위기가 험악하다고 한다. 미국 외교 당국자들도 북·미 관계를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전언이다.


4·27 남북 정상회담 이후 나는 문재인 대통령을 ‘피스 아키텍트(peace architect)’라 규정한 바 있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놓은 주춧돌 위에 문 대통령은 기둥을 세우고 지붕을 얹었다. 평화의 집을 튼튼히 하기 위해서는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이 필요하다. 여당과 정부, 청와대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을 다시 추진하기로 했다. 문희상 국회의장도 “남북문제엔 여야가 없다. 남북 정상회담 전에 비준 동의를 해야만 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행보를 보면 ‘평화 협치’는 난제에 가깝다.

1970년대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가 추진한 동방정책이 오늘날 독일을 만들었다. 동독을 비롯한 동유럽 국가와 진행한 화해정책을 이르는 동방정책은 당대 논란을 일으켰다. 야당뿐 아니라 공무원들도 조직적으로 반발했다. 빌리 브란트 정부 초기 독일 외무부 공무원들이 보수 성향 신문에 흘린 정보만 54건이었다. 이 가운데 외교문서 초안을 통째로 흘려 그 파장으로 총리 불신임안이 제출되기도 했다. 1972년 4월 야당이 제출한 총리 불신임 투표 결과, 단 2표 차로 부결되었다. 찬반이 팽팽했다는 방증이다. 당시 빌리 브란트 총리는 “한 걸음도 나아가지 않는 것보다는 작은 발걸음이라도 앞으로 나아가는 게 낫다”라며 동방정책을 밀고 나갔다. 그래서 동방정책은 ‘털신을 신은 작은 발걸음 정책’이라고도 불렸다(김연철, <협상의 전략>, 2016).

우리는 4·27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도 없고, 되돌아가서도 안 된다. 피스 아키텍트는 뚜벅뚜벅 평화의 길을 내디뎌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운명이다. 3차 남북 정상회담 날짜가 빠른 시일 내에 확정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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