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우연식
8월28일 이재오 전 의원과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재판을 방청했다. 이명박 피고인은 법정을 나가며 이들과 악수했다.

■ 8월28일 이명박 횡령·뇌물 등 22차 공판

이명박 피고인 재판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지난 공판까지 16개 혐의에 대한 증거조사를 모두 마쳤다. 이제 검찰과 변호인은 서로의 주장을 다투는 쟁점 정리를 한다. 이날 다스 관련 혐의를 두고 부딪쳤다. 변호인은 5시간에 걸쳐 다스 실소유주는 이명박 피고인이 아니며 다스 비자금 조성·조세 포탈·직권남용 혐의도 이 피고인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이재오 전 의원과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재판을 방청했다. 이명박 피고인은 법정을 나가며 이들과 악수했다. 김 전 도지사는 이 피고인을 향해 “힘내세요, 파이팅”이라고 말했다.

판사:재판 시작하겠다.

검찰:이명박 피고인과 변호인은 2008년 정호영 특검에서 피고인이 다스 소유주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김성우 전 다스 사장은 “특검 당시 변호사들이 검사 역할을 하며 모의고사를 치르듯 수사에 대비했다. 허위 진술을 지시받았다”라고 털어놓았다. 이상은 다스 회장 운전기사였던 김종백씨는 “폐지업체에서 1t 트럭 30대가 와서 다스 내부 문서를 폐기했다”라고 진술했다. 2008년 특검 수사 때는 조직적 증거 은폐와 허위 진술이 이루어져 실체적 진실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수사에서 이병모(청계재단 사무국장)의 외장하드 및 계좌 내역과 영포빌딩 압수물 등 다스 소유자가 피고인이라는 걸 입증할 각종 증거를 발견했고, 관련자들의 진술도 확보해 공소 제기를 하게 됐다.

변호인:검찰은 다스의 실소유주가 대통령(이명박 피고인)이고 다스 대주주인 이상은 회장과 김재정씨는 명의 대여자라고 주장한다. 다스 실소유주를 판단할 때 두 가지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 이상은 회장은 대통령의 형이고 김재정씨는 대통령의 처남이다. 또 대통령은 30대에 CEO가 된 전문 경영인이다. 동생이 유능한 CEO라면 대표이사가 동생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고 동생이 실소유주가 되지는 않는다.

검찰:현대그룹에서 현대건설 회장이었던 피고인에게 공로를 보상하는 차원에서 다스의 현대자동차 납품을 허락한 것이다. 1980년대 경제 발전으로 자동차 판매 실적이 급상승했다. 독과점 기업이었던 현대자동차에 납품한다는 건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된다는 뜻이었다. 정두언 전 한나라당 의원도 “이명박이 다스는 자신이 만들었다고 말했다”라고 진술했다(1987년 ‘대부기공’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다스는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로 현대차에 자동차 시트를 납품한다).

변호인:검찰 주장대로라면 대통령이 다스를 차명으로 설립할 이유가 없다. 당시 현대자동차 사장도 경주에 ○○산업이라는 현대차 협력업체를 자신의 명의로 설립했다.

검찰:김성우 전 다스 사장에 따르면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이명박은 회사 설립이 알려지는 것을 꺼렸다. 원래 자산 취득을 자신 명의로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부천 공장, 이촌동 상가, 가평 별장, 옥천 임야도 차명으로 보유했다”라고 한다.

변호인:김성우는 대통령이 차명으로 부동산을 소유했는지 아닌지, 그런 걸 알 만한 위치에 있던 사람이 아니다. 대통령의 재산은 영포빌딩과 논현동 주택뿐이다. 부천 공장과 이촌동 상가는 대통령의 큰누님 고 이귀선씨 재산이다. 가평 별장과 옥천 부동산은 처남 고 김재정 소유이다. 가평 별장은 현대건설 임원들이 1인당 15평 정도를 공동으로 구입했다. 테니스장도 공동으로 건설했다. 다른 임원들은 모두 다 자기 명의로 했다. 대통령이 별장을 사고 싶었다면 본인 명의로 하면 된다. 당시 대통령은 국회의원도 되기 전이다.

검찰:도곡동 땅 매각 대금도 실제로는 이명박 피고인 재산이다(매각 대금 중 일부가 다스로 유입됐다). 이상은 회장과 김재정씨는 2008년 특검 당시 2분의 1씩 출자해 도곡동 땅을 매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 이상은 회장은 진술을 번복했다. 원래는 7억8000만원을 투자했다고 했는데 3억원이라고 말을 바꾸었다. 이상은 회장은 사실 3억원도 투자하지 않았다. 실제로 3억원을 투자했다면 특검 조사에서 도곡동 땅을 살 때 7억8000만원을 냈다고 허위 진술을 할 이유가 없다. 이명박 피고인은 이상은 회장 명의의 도곡동 땅 매각 대금 중 57억2000만원을 사용했고 본인도 인정한다. 다만 빌린 돈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상은 회장에게 차용증을 써주거나, 원리금을 지급한 사실이 없다.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

변호인:이상은 회장은 이번 검찰 조사에서도 2008년 특검 때와 동일하게 “다스를 자신이 주도해서 설립했다”라고 진술했다. 도곡동 땅 매입 시 자금 조달 액수만 달라진 거다. 이상은 회장 진술이 변경된 이유는 따져봐야 한다. 특검에서는 도곡동 땅 지분의 절반이 자신 소유라고 했다. 이번에는 3억원만 부담했다고 진술했다. 자신의 지분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불리한 진술을 한 것이다. 이런 식으로 진술을 바꾸는 건 흔하지 않다. 진술을 변경해서 무언가 지키려는 것이 있다고 할 수밖에 없다. 이상은 회장이 첫 번째로 검찰 조사를 받은 게 2018년 3월1일이다. 그 시점에 아들인 이동형 다스 부사장은 다스 재직 시 비리가 포착돼 형사처벌을 받을 위험성이 높았다. 이상은 회장은 자신이 다스의 주인이라는 진술을 유지할 경우 아들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염려하며 심리적으로 위축됐을 거다.

삼성이 품은 또 하나의 가족?

전직 대통령 두 명의 재판에 공통으로 등장하는 키워드가 있습니다. ‘삼성’입니다. 이명박·박근혜 피고인 모두 삼성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8월24일 ‘박근혜 게이트’ 2심 재판부는 박근혜 피고인에게 징역 25년에 벌금 200억원을 선고했습니다. 1심보다 징역 1년과 벌금 20억원이 더 늘어났습니다. 삼성이 최순실씨 조카 장시호씨가 설립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낸 후원금 16억2800만원을 1심과 달리 2심 재판부는 뇌물로 인정했습니다. 2심은 삼성이 ‘승계 작업’을 위해 정부와 청와대의 도움을 받을 목적으로 영재센터에 후원금을 냈다며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삼성은 이명박 피고인에게 자금을 건넬 때도 우회로를 택했습니다. 삼성은 다스가 BBK 투자금을 반환받기 위해 미국에서 진행하던 소송의 비용을 대신 부담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습니다. 검찰은 삼성이 미국 내 다스 변론을 맡은 로펌 아킨 검프에 2007년 11월부터 2011년 11월까지 67억7400만원을 송금했다며 이 자금을 뇌물로 보았습니다.

그 무렵 삼성에 청와대의 도움이 필요한 사안이 있었다고 검찰은 보고 있습니다. 2007년 10월 김용철 변호사 폭로로 2008년 1월 ‘삼성 특검’이 출범하게 됩니다. 특검 수사 뒤 이건희 회장은 경영권 불법 승계 및 조세 포탈 혐의로 기소됩니다. 이 회장은 2009년 8월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형 최종 확정판결을 받지만 4개월 후 단독으로 특별사면을 받습니다. 이명박 피고인의 변호인은 삼성이 자사의 필요 때문에 법률 서비스를 받고 그 비용을 아킨 검프에 지불했다고 반박합니다. 그러나 이학수 전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2월 검찰에 ‘다스 소송 비용을 지원했다’는 내용의 자수서를 제출한 바 있습니다. 

기자명 김연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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