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이 처음 거론된 것은 친서를 통해서다. 8월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미군 유해를 송환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도 답장을 보냈다. 답장에는 미군 유해 송환에 대한 감사와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4차 방북)할 용의가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제안은 8월5일(현지 시각)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폭스뉴스〉 인터뷰를 통해 다시 한번 확인되었다. 볼턴 보좌관은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할 용의가 있으며 김정은 위원장 면담도 기대한다고 했다.

8월13일 판문점에서 3차 남북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남북 고위급회담이 열렸다. 남북은 “9월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연다”라고 합의했다. 다만 개최 날짜를 밝히지 않았다. 곧이어 그 이유가 밝혀졌다. 남북 고위급회담 전날인 8월12일 판문점에서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와 북한 최선희 외무성 부상 간에 회담이 열렸다. 이 회담에서 폼페이오 장관 4차 방북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 남북 정상회담 일정도 이와 연동됐기 때문이다.

ⓒReuter8월16일 트럼프 대통령이 주재한 백악관 각료회의에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참석했다.


8월12일 북·미 간 실무회담 내용은 즉각 알려지지 않았다. 긍정적이었다는 점은 미국 측 반응에서 알 수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8월14일 강경화 외무부 장관과 통화하면서 “우리는 진전이 이뤄질 것으로 믿는다”라고 말했다. 8월16일 트럼프 대통령이 주재한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폼페이오 장관은 “진전을 계속 이뤄가고 있으며 머지않아 큰 도약을 만들어내길 희망한다”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트럼프 대통령도 “그 관계(북·미)는 매우 좋아 보인다”라고 맞장구쳤다. 8월16일 문재인 대통령 역시 청와대에서 열린 5당 원내대표 오찬 회동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네 번째 방북은 전례 없는 속도감을 보일 것이다. 비핵화와 관련해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물밑 접촉이 활발하다”라고 말했다.

8·12 북·미 실무회담 후 12일 동안 벌어진 일

8월21일 〈요미우리 신문〉은 해리 해리스-최선희의 8·12 실무회담 내용을 상세히 전했다. 특히 〈요미우리 신문〉이 보도한 최선희 부상의 발언은 주목할 만하다. 최 부상은 북한 정부 수립 70주년 기념일인 올해 9·9절 이전에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하기를 요청했고,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한 긍정적인 입장을 밝힐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또한 김정은 위원장도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기대한다고 말한 것으로 이 신문은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과 김 위원장의 면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셈이다. 8월12일 회담 이후 미국 측이 보인 기대감과 〈요미우리 신문〉 보도가 전한 회담 내용은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평양 조선중앙통신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5월7~8일 중국 다롄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그런데 8월24일 트럼프 대통령은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전격 취소했다. 사흘 뒤 8월27일 〈워싱턴포스트〉는 그 배경을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보낸 편지에 적대적인 내용이 담겼고, 이런 상황에서는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하더라도 성과를 내기 힘들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판단했다고 한다. 이 기사에 따르면 문제의 편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보낸 친서에 대한 답장이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서신을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보낸 친서에는 비핵화에 더 진전을 보일 것을 독려하는 한편, 과거 행태로 돌아가지 말 것을 경고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시점’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8월16~ 17일까지 한국과 미국이 공유했던 북한 비핵화 진전에 대한 기대감이 그 뒤 낮아졌다. 미국이 보기에 북한은 과거의 관행으로 되돌아가는 행태까지 보였다. 미국이 그렇게 판단한 시점을 전후해 중국 움직임이 표면화하기 시작한다.

8월18일 싱가포르 〈스트레이츠 타임스〉는 시진핑 중국 주석이 김정은 위원장 초청으로 9·9절에 평양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후 시진핑 주석 방북 관련 보도가 폼페이오 장관 4차 방북 뉴스를 압도했다. 8월20일 트럼프 대통령은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김정은 위원장과의 2차 정상회담 의사를 밝히며 ‘시진핑 방북설’에 맞대응했다. 하지만 이미 미국과 북한 사이 물밑 협상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징후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폼페이오 4차 방북 일정을 구체적으로  확정하지 못한 상태가 지속된 것이다. 8월23일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예정 기자회견은 바로 그런 정황 속에서 이뤄졌다. 이날 폼페이오 장관은 방북 날짜를 특정하지 않고 “포드 자동차 부사장인 비건 신임 대북 특별대표와 함께 ‘다음 주’ 방북한다”라고 밝혔다.

그런데 이날 기자회견보다 국무부발 또 다른 뉴스가 눈길을 더 끌었다. “폼페이오 장관 방북 때 김정은 위원장을 면담할 계획이 없다”라는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의 정례 브리핑이었다. 그는 “일정이 없고 기대도 하지 않으며 이는 이번 방북의 일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과의 면담은 8월12일 해리 해리스-최선희 회담에서 북한이 약속했다. 볼턴 보좌관도 언론과 인터뷰에서 두 차례나 강조할 만큼 이번 4차 방북의 중요한 축이었다. 그 축이 무너진 것이다.

 

ⓒ평양 조선중앙통신9월9일은 북한 정부 수립 70주년 기념일이다. 사진은 지난해 9월8일 북한 평양 당창건기념탑 광장에서 열린 무도회 장면.


8월23일 국무부는 또 하나의 입장을 밝혔다. “미국은 북한이 핵 활동과 유엔에 의해 금지된 핵 프로그램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는 IAEA(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의 보고서를 환영한다.” 협상 기간에 핵 개발을 중단하겠다는 북한이 약속을 어기고 핵·미사일 개발을 계속해왔다고 본다는 견해를 밝힌 것이다. 즉 국무장관이 방북 계획을 발표한 날, 국무부 대변인은 “김정은 면담 계획이 없”으며, “북한이 약속을 어기고 있다”라는 이례적인 발표를 한 것이다.

국무부발 뉴스를 종합해보면, 이번 폼페이오 4차 방북 목적이 뚜렷해진다. 애초 북한 핵 신고 리스트와 종전선언의 맞교환 협상이 아니라 비핵화 약속을 지키라고 북한에 경고하거나 설득하기 위한 방북인 셈이다.

이렇게 물밑에서 감지된 북한의 태도 변화에 대한 지적이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낸 친서에도 담겼을 것이다. 친서를 보낸 시점은 아마도 8월16~17일 이후로 보인다. 8월18일 〈스트레이츠 타임스〉 보도로 시진핑 주석 방북이 공론화되고 북·중 간 물밑 접촉이 본격화된 이후일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 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내면서 동시에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제안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로부터 사나흘 만에 전달된 북한의 답장(김영철 편지)에 “미국은 아직도 기대에 부응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느낀다”라며 북한은 협상 부진의 책임을 미국에 돌렸다. 북한은 또 “만약 타협이 이뤄지지 못하고 초기 협상이 무너지면”이라고 전제를 달기는 했지만, “평양은 핵과 미사일 활동을 재개할 것이다”라는 적대적인 내용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번 방북 목표가 ‘핵·미사일 개발을 중단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라’는 것인데 반대로 ‘핵과 미사일 활동을 재개할 것’이라는 편지를 받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폼페이오 4차 방북의 필요성이 없어졌다고 판단했다.

 

ⓒEPA8월19일 차이잉원 타이완 총통(오른쪽)은 타이완 총통으로서는 처음으로 미국 항공우주국(NASA)을 방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거론한 ‘중국 책임론’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보낸 친서의 다른 내용도 음미해볼 만하다. ‘북한이 과거 행태로 돌아가지 말 것을 경고했다’는 대목이다. 이 내용은 8월24일 트럼프 대통령이 폼페이오 방북을 중단시키면서 중국 책임론을 거론한 것과 연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중국 무역과 관련한 미국의 훨씬 더 강경한 입장으로 인해 중국이 이전처럼 비핵화 절차를 돕고 있지 않다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또 그는 “폼페이오 장관은 아마 중국과의 무역관계가 해결된 이후 가까운 장래에 북한에 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살펴본 대로 시진핑 주석의 방북이 표면화된 것은 8월18일 〈스트레이츠 타임스〉 보도 때문이다. 이보다 일주일 전인 8월10일 북한은 평양 시내 호텔 보수 공사를 이유로 외국인 단체관광을 중지시켰다. 이때부터 시진핑 주석 방북을 위한 준비 차원이라는 얘기가 돌았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 요원들이 방북해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는 얘기도 퍼졌다. 그렇다면 8월12일 북·미 간 판문점 접촉 당시 최 부상의 폼페이오 방북을 언급한 발언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최선희 부상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며 폼페이오 방북에 대한 미국의 기대치를 높였고, 이를 지렛대로 삼아 9·9절 때 시진핑 주석 방북을 유도하는 특유의 협상술을 선보였다고 해석할 수 있다. 중국이 협상에 응하자 북한은 미·중 양국을 오가며 누가 자신들의 당면 요구를 해결해줄 수 있을지 저울질했을 가능성이 높다. 북한 요구는 당연히 대북 제재 해제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아무래도 미국보다는 중국이 훨씬 적극적이었을 것이다.

 

ⓒAP Photo6월1일 백악관에서 ‘김정은 친서’를 전달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맨 왼쪽)과 트럼프 대통령.


8월28일 CNN이 보도한 ‘김영철 편지’ 내용에서도 북한의 ‘저울질 결론’을 엿볼 수 있다. “평화협정에 서명하기 위해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데 있어 미국은 아직도 기대에 부응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느낀다.” 지난 7월6일~7일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3차 방북 때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 파괴, 미사일 발사대 철거 및 미군 유해 송환 등에 대한 보답으로 종전선언을 요구했다. 그다음 플루토늄·우라늄 등의 핵물질과 영변 원자로, 원심분리기 등을 신고·검증·폐기하면 미국도 대북한 경제제재를 풀어달라고 제안했다. 즉 ‘선(先) 종전선언, 후(後) 현재 핵물질 신고·검증·폐기와 제재 해제 교환’이다(〈시사IN〉 제573호 ‘북·미 냉기류 무슨 일 있었나’ 기사 참조). 이에 대해 미국은 북한에게 기존 핵·미사일 신고에 대해서도 전향적인 조치를 하라고 요구했다. 폼페이오 3차 방북을 분석한 북·미 관계 소식통은 “당시 북한은 종전선언이 쉽게 되리라 보고 경제제재 해제에 협상의 주안점을 뒀다”라고 평가했다. 9·9절을 앞두고 인민들에게 장밋빛 희망을 보여줘야 할 김정은 정권 처지에서는 경제제재 해제에 마음이 더 급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이 비핵화 과정을 중단하고 핵 개발을 재개하고 있다고 보는 미국이 이에 응할 리 없었다.

미국의 입장을 모를 리 없는 북한은 제재 해제 대안을 중국에서 찾았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5월7~8일 김정은 위원장과 다롄 정상회담 당시 “미국이 제재를 풀지 않아도 사실상 중국은 해제하겠다”라고 약속한 바 있다. 실제로 그 뒤 지난해 12월부터 중국이 가했던 대북 독자 제재의 상당 부분이 풀렸다. 북한 경제시찰단이 중국을 다녀갔고, 중국 경제인들의 방북이 허용됐으며, 매일 1000명 가까운 중국 여행객이 평양을 찾기 시작했다. 북한에는 단비와 같은 조치이다. 김정은 위원장으로서는 시진핑 주석이 9·9절에 방북해 자신의 권위를 높여주고 이후 대북 제재 해제에 적극 나서주기를 더 원했을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중국의 행보이다. 최근 중국 내 ‘반(反) 시진핑’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8월2일 중국 최고 명문인 칭화대 동문 1000여 명은 ‘후안강의 칭화대 국정연구원 원장 및 교수 직무 해임 호소문’에 서명한 뒤 추융 칭화대 총장에게 보냈다. 칭화대 동문들은 후안강 교수가 무분별한 ‘중국굴기론’으로 미국과 무역전쟁을 유발했다며 그를 해임하라고 청원했다. 8월4일 개막한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에 ‘중국굴기파’이자 시 주석 측근인 왕후닝 상무위원이 모습을 보이지 않아 신병이상설이 돌았다. 8월10일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에는 “고통스럽고 수치스럽지만 중국의 장기 발전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패배를 인정하고 항복해야 한다”라는 중국 경제 전문가 쉬이먀오의 기고문이 실리기도 했다. 이 같은 일련의 움직임은 지난 7월6일 미국이 중국의 340억 달러 대미 수출품에 25% 관세를 실행한 데 따른 충격파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대상이 된 품목은 시진핑 주석이 추진한 중국몽(中國夢)의 골간을 이루는 ‘중국 제조 2025’ 계획에 속한 첨단 제품들이었다. 이로 인해 선전을 중심으로 한 광둥성과 상하이 일대 기술 집약 산업지대에는 최근 3년간 대형 투자가 집중됐던 첨단 분야를 중심으로 연쇄 부도와 주가 하락 공포감이 확산되었다고 한다.

지난 7월8일에는 원로들도 움직였다. 평소 사이가 좋지 않은 장쩌민·후진타오 전 주석 등이 손을 잡고 주룽지·원자바오 전 총리 등과 함께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저지할 것과 시진핑 개인숭배 풍조를 질타하는 서신을 공산당 지도부에 보냈다. 7월 초 상하이 푸둥 루자쭈이에 위치한 고층건물 앞에서는 시 주석 얼굴이 그려진 ‘중국몽’ 선전 표지판에 먹물을 끼얹는 장면이 트위터로 생중계되기도 했다.

매년 7월 말에서 8월 초에 열리는 베이다이허 회의를 계기로 원로들의 ‘대반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 회의는 중국의 전·현직 수뇌부가 여름철 휴가를 겸해 베이징 동쪽 베이다이허 휴양지에 모여 국정을 논의하는 자리다. 8월22일 해외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 〈보쉰〉은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시진핑 주석의 방북 시점을 둘러싸고 논란이 빚어졌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런데 8월4일 개막해 중순께 끝난 올해 회의에서는 예상과 다른 결론이 났다. 전·현직 지도자들이 시진핑 주석을 중심으로 단결하자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것이다. 베이다이허 회의에 나타나지 않았던 왕후닝 상무위원도 8월21일 〈인민일보〉를 통해 베트남 고위 인사 면담 모습이 공개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어떻게 된 일일까? 우선 원로들의 리더십 한계가 지적된다. 중국 원로들 대부분이 자식이나 친척을 통해 거대 기업을 소유하고 있다. 미국과의 통상전쟁으로 손해를 보는 것에 불만이 적지 않다. 반면 그만큼 약점도 있다. 반부패의 칼날을 휘둘러온 시진핑 주석에게 맞서기에는 역부족이다.

타이완발 ‘외풍’, 북·중 관계에 영향 미치나

타이완발 ‘외풍’도 시 주석에게 힘을 모아준 것으로 보인다. 차이잉원 타이완 총통은 8월12~14일과 8월19일 두 차례 미국 땅을 밟았다. 8월12일 차이잉원 총통은 지난해 2월 휴스턴 방문 때처럼 중남미 4개국 순방길에 경유하는 형식으로 미국을 방문했다. 이번 방미 기간 미국은 전례를 깨고 차이잉원 총통이 적극적으로 대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8월19일 귀국길에 타이완 총통으로서는 처음으로 미국 항공우주국(NASA)을 방문하기도 했다.

지난 3월 미국과 타이완 고위 관리들의 왕래를 법적으로 뒷받침하는 ‘타이완 여행법’이 발효되는 등 트럼프 정부는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지 않는 행보를 꾸준히 보여왔다. 이번 차이잉원 총통의 방미는 조만간 워싱턴 방문을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지적도 많다. 타이완 독립 프로세스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차이잉원 체제 등장 이후 중국은 ‘타이완 고립 전략’을 펴왔다. 타이완과 수교를 맺은 나라를 압박해 단교하게 하는 식이다. 8월21일 베이징에서 체결된 엘살바도르와의 수교도 마찬가지다. 엘살바도르는 중국과 수교함에 따라 ‘하나의 중국’ 원칙을 받아들여 중국이 유일한 합법 정부이며 타이완은 중국 영토의 일부분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차이잉원 체제 이후 네 나라가 타이완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를 한 셈이다. 현재 타이완과 외교관계를 맺은 나라는 17개국으로 줄어들었다. 중국은 엘살바도르에 무기를 판매하고 항구 건설과 선거비용 등을 지원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타이완으로서는 외교적으로 고립될수록 미국에 더욱 밀착할 수밖에 없고, 미국은 타이완을 끌어안아 궁극적으로 ‘하나의 중국’을 부정하고 독립의 길로 이끌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타이완 문제가 불거지면서 ‘시진핑 주석을 중심으로 단결하자’는 주장이 힘을 받은 것이다. 더불어 미국의 타이완 접근에 대한 맞불로 대북한 관여를 강화하자는 전통적인 지정학적 유혹도 강해질 수밖에 없었다. 시진핑 주석의 방북을 둘러싸고 8월 중순 이후 적극적인 자세로 돌변한 이유다.

그런데 이런 환경은 어쩌면 미국이 원하는 바일 수 있다. 미국은 340억 달러 고율 관세 조치에 대해 중국이 동일 액수로 보복관세를 부과하자, 이미 2000억 달러어치에 대한 추가 조치를 예고했다. 지난 8월1일에는 2000억 달러어치에 대한 관세를 10%에서 25%로 올렸다. 미국이 9월 중국의 2000억 달러어치 대미 수출품에 25% 고율 관세 조치를 실행에 옮길 것이라는 소문이 이미 파다하다. 바로 그 시점에 시진핑 주석이 북한을 방문할 경우 어떻게 될까? 방북한 시 주석이 북한이 원하는 경제제재 해제나 완화에 동의하거나 약속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 시진핑 주석은 과연 방북할 수 있을까?

기자명 남문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bulgot@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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